[총수의 참모들⑩] 구광모 LG 회장 보좌 '세 남자'...권봉석‧신학철‧조주완

'브레인' 권봉석, 각자대표 자격으로 지주사 이사회 참여 그룹 신성장동력 이끄는 신학철...신실세 떠오른 조주완

2024-08-08     손민지 기자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핵심 참모로 권봉석(왼쪽)‧신학철 부회장이 꼽힌다.<LG>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LG그룹이 올해로 ‘구광모 체제’ 6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현 상근고문)이 ‘44년 LG맨 인생’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구광모 회장의 곁을 지키는 참모진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구 회장 취임 직후 6인 체제였던 LG그룹 부회장단은 권봉석‧신학철 부회장 2인으로 재정비됐다. 권 부회장은 1979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LG디스플레이·LG화학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2인자’ ‘구본무의 남자’ 등으로 불린 인물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후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는 최근 구광모 회장과 함께 지주사 ㈜LG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6인에서 2인으로...구 회장이 직접 뽑은 권봉석·신학철

구 회장 취임 직후였던 2018년 LG그룹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박진수 LG화학, 조성진 LG전자, 차석용 LG생활건강, 한상범 LG디스플레이, 하현회 ㈜LG 부회장 등 6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2019년 인사에서 박진수·한상범·조성진 부회장이 사임했고, 2020년 하현회, 2022년 차석용 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권영수 부회장까지 용퇴하면서 LG그룹 부회장단 세대교체가 일단락 됐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권봉석 부회장은 앞서 용퇴한 부회장들과 달리 구 회장이 직접 기용한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영입한 1호 인재였고, 권 부회장도 지난 2022년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의 2024년 정기 인사 기조는 ‘젊은 임원의 전면 배치를 통한 미래 대비’였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교체됐으나 신학철 부회장이 유임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재계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다. 당시 LG그룹 측은 “‘성과주의’와 ‘미래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하되 지속성장의 긴 레이싱을 준비하는 리더십으로의 바통 터치, 분야별 실전형 인재들을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LG화학은 구광모 회장의 신성장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에서 B와 C를 맡고 있는 회사다. 바이오는 구 회장이 “LG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키워달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올해 바이오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나서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의 믿음 아래 석유화학 고부가가치화, 배터리소재 사업 다각화 임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구 회장의 믿을맨, 권봉석 부회장에게는 ‘전략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이며 구 회장(이사회 의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 ㈜LG의 이사회에 참여한다.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2014년 ㈜LG 시너지팀장(전무)을 지낼 때 경영 수업을 받던 구 회장(당시 시너지팀 부장)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LG전자 HE사업본부장, MC사업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를 지낼 때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단하고 마무리까지 한 뒤 2021년 말 ㈜LG로 건너오면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도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다. ‘재무통’으로 통하는 하범종 사장은 199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로 입사해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 갔다가 2003년 지주사로 개편됐을 때 국내로 복귀해 ㈜LG에서 주로 근무했다. 20년 넘게 재무 업무를 맡아 그룹 내부 사정에 밝고 업무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 사장은 LG생활건강 이사회 의장, LG디스플레이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홍범식 사장은 신학철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구 회장 취임 이후인 2019년 1월 ㈜LG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됐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LG CNS·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조주완·정철동, 차기 부회장 후보 물망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전략방향을 소개하고 있다.<LG전자>

 

조주완 LG전자 CEO(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사장)에 대한 구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권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1987년 금성사에 들어온 조 사장은 LG전자 해외 법인을 두루 거치며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온 ‘정통 LG맨’이다. 오는 11월 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LG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조 사장은 2022년 1월 취임 후, 어려웠던 LG전자를 정상궤도에 올려놨으며 현재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LG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21조6944억원, 영업이익은 1조19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5%, 61.2% 증가했다.

조 사장은 이달 중 국내 시장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점검하고 다음 달엔 LG그룹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일본 출장길에 오른다. 그는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토요타 본사를 방문해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비) 분야에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가 이번 일본 출장을 통해 현재 자동차 전장 시장의 흐름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연내 ‘빅 딜’을 성사시킨다면 가전 구독사업 등 그간 성과를 낸 사업과 결부시켜 승진으로 공로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조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인데, 안정권에 접어든 LG전자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조 사장이 연임할지 부회장에 오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투입된 후, 회사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는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 최고생산책임자(CPO)를 거친 뒤 LG이노텍 대표를 맡아 애플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