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실적·M&A 모두 순항 ‘겹경사’
HD현대 영업이익 86.2%↑... 조선부문 호실적 영향 HD현대마린엔진 편입 등 자회사들도 희소식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정기선 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의 성장세가 매섭다. 조선업계가 초호황기에 진입해 계열사 실적이 큰 폭으로 뛰는 한편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기도 한다. 올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주식을 연달아 매입 중인 정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25일 컨센서스를 능가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17조5549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6.2% 늘어난 8799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는 이 회사가 2분기 영업이익 59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센서스보다 60.3%p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HD현대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조선 부문이 선전한 덕분이다.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 6조6155억원, 영업이익 37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1.3%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428.7%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친환경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3년 일감 확보한 HD한국조선해양
현재 조선업계는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선박 수명인 20년 주기로 초호황기가 찾아온다는 의미에서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린다.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6일 기준 187.98을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00을 넘으면 선박 가격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지난 선박 교체 시기가 다가온 선사들의 수주 요청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조선가지수가 최대치를 찍었던 2008년에는 191.6이었다.
초호황기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곳간은 이미 꽉꽉 들어찬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3조6832억원 상당의 선박 12척을 수주했다. 이번 12척을 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치의 120.5%를 기록하게 된다. 이 회사가 선가(선박 가격)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는 이유다.
HD현대마린엔진 품에 안은 HD현대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로 더 큰 실적 도약을 이뤄낼 방침이다. 지난 30일 HD현대는 최근 인수한 STX중공업의 사명을 HD현대마린엔진으로 바꿨다. HD현대마린엔진은 HD현대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초대 대표이사는 강영 사장이다. 강 사장은 1992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경영지원본부 회계담당임원, 경영부문장, 재경본부장을 역임했다.
HD현대마린엔진 편입에 따라 HD현대는 엔진 개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대형 선박 엔진은 HD현대중공업, 중소형 선박 엔진은 HD현대마린엔진, 발전용 엔진은 HD현대엔진이 생산한다.
‘IPO 대어’라 불리며 지난 5월 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0일 유럽 선사와 829억원 규모의 선박 장기 유지보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단일 거래 기준 역대 최대 금액으로 오는 2029년까지 계약 선박 38척의 관리를 맡는다. 실적도 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4379억원, 영업이익은 29.6% 증가한 710억원을 기록했다.
가팔라진 주가 상승세
HD현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 희소식이 이어지자 회사의 주식도 이에 화답하듯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1일 종가 기준 HD현대의 주가는 8만3900원으로 전일 대비 2300원(2.82%) 올랐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이 초호황기에 진입할 즈음부터 조금씩 올랐다가 지난 4월 중순을 기점으로 급격히 올랐다. 지난 4월 중순 6만원 대였으니 2만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정기선 부회장의 주식 줄매입도 회사 주가 상승에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5월부터 지난 17일까지 거의 매 영업일 HD현대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가 급격히 상승한 지점과 정 부회장이 주식을 매입하는 지점이 겹치고 있다. 지금까지 매입한 주식 수는 총 68만2500주로 총 472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