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조의 역습…조원태 한진 회장 통합 리더십 시험대 올라
아시아나 노조, 대표이사 고발·국민 청원 등 합병 반대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새로운 고비를 만났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합병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을 막기 위한 모든 대책을 총동원한다는 노조에 맞서 조원태 회장의 ‘통합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15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OZUNION)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양 노조는 ▲독과점으로 인한 요금 인상·서비스 질 저하 ▲일자리 감소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합병 반대 이유로 들었다.
양 노조는 이날 합병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운항승무원 전원 사직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고발 ▲국민청원 개시 ▲유럽연합 면담 요청 및 불법 행위 조사 의뢰 등의 수단으로 합병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합병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사용해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APU는 인수합병 후 직원들의 고용·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노사협력팀에 올해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우리 측 의사를 문서로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대한항공은 답을 주긴 커녕 완전 무시로 일관하고 있으며 APU로부터 공식 문서를 접수한 적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도성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선정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대한항공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는데 이는 향후 대한항공과 경쟁이 될 수 없는 항공사를 선택함으로써 유럽 측 승인조건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뒤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PU는 에어인천으로 분리매각하는 것에 대한 결사반대 서신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 발송했다”며 “에어인천으로 매각시 전원 사직을 결의하고 지난 1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대한항공은 “국부 유출·운임 인상·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하는 직원들을 위해 고용과 근로조건 유지 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협상 중”이라고 반박했다.
난관 넘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노조 반대 부딪혀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진행 상황은 기업 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필수 신고국인 미국의 결과만 남은 상황이다. 난관이었던 유럽의 경우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노선을 넘기고 에어인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건부 승인을 얻었다.
미국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상황을 보고 판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이 대한항공의 서부 노선을 줄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대한항공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 합병 승인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합병 무마에 온 힘을 쏟겠다고 표명하면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막바지 진통을 크게 앓게 됐다. 다만 업계는 노조가 EU의 결정을 번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가 내건 조건들을 대한항공이 모두 충족한 만큼 승인이 안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설득이 합병 후 내부 안정 상태 가를 듯
다만 강경 태세로 노선을 선회한 노조를 설득하는 일이 추후 대한항공의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서비스 업종 기업인 만큼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아시아나의 노조들의 불만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휘영 교수는 이어 “기업 결합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기업 경영 이미지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귀담아두고 심리적인 염려를 불식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이 같이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