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의 ‘선택과 집중’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1318억으로 전년 比 71.66%↓ 판매량 부진에 비핵심 자산 정리…친환경 설비엔 투자 늘려

2024-07-10     김재훈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뉴시스 현대제철>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철강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공장 가동을 멈추는 한편 친환경 철강을 위한 설비 투자에는 투자 금액을 늘리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318억원이다. 전분기(558억원) 대비 136.2% 증가한 값이지만 전년 동기(4651억원) 대비 기준으로는 71.66% 감소했다. 철근 수요가 늘어나는 2분기가 철강사들의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철강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한 데 이어 값싼 중국산·일본산 철강제도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재고는 40% 늘었다. 중국은 찍어내기 식으로 만들어낸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에 차고 넘치자 수출로 눈을 돌렸고 일본은 역대급 엔저에 힘입어 호재를 누리고 있다.

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증권가는 최근 잇달아 컨센서스를 내리고 있다. 7월에 현대제철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SK증권·신한투자증권은 각각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을 615억원·525억원·853억원으로 추정했다. 그간 누적된 컨센서스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공통적으로 판매량 부진을 컨센서스 하향 원인으로 지목했다. 2분기 판매량은 1분기 대비 증가하지만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적다는 평가다.

10일 보고서를 낸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나 올해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판매실적(445만톤)이 예상된다”며 “재고자산관련손실과 생산·판매 부진에 따른 고정비,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수장인 서강현 사장도 지난달 10일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수년간 이어져 온 산업계 전반의 저성장 기조에 더해 최근 주요 수요 산업의 침체는 한층 심해졌다”며 “철강업계 경영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거듭해 불황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서 사장은 “회사와 개인의 역량을 같은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했다.

줄일 곳은 줄이고

지난해 12월 사령탑에 오른 서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재무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에 일조했다.

CFO에서 CEO로 복귀한 서 사장은 현대제철 위기 상황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생산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한편 친환경 설비와 최첨단 설비에는 투자 규모를 늘리는 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월부터 인천공장 특별 보수에 나섰다. 당초 6월에 끝낸다는 방침이었지만 철강 업계 위축 상황이 지속되자 기간을 7월까지로 늘렸다. 정기 보수가 2주 내로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보수 개념보다는 철근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임시 조치에 더 가깝다.

인천공장 뿐만 아니라 당진 공장도 9월부터 3달간 특별 보수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가동률을 60% 안팎으로 맞출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9년 서강현 당시 CFO는 사무직 명예퇴직을 처음 실시해 인건비를 줄였다. 아직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비핵심 자산 정리 일환으로 중국 법인 추가 매각이 이뤄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중국 베이징(HSBJ)과 충칭(HSCQ) 법인을 매각했다. 베이징과 충칭 법인은 지난해 85억원과 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재 협상은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베이징·충칭을 포함한 현대제철 중국 법인은 총 7개다. 지난해 기준 순이익을 낸 법인은 텐진(HSCN, 30억원)·쑤저우(HSSZ, 18억원)·천진(HSTJ, 30억원) 등 3개사다. 장쑤(HSJS)·칭다오(HSMC) 법인은 지난해 83억원과 52억원의 손실을 냈다. 추가 매각이 이뤄질 경우 두 법인일 가능성이 높다. 장쑤법인의 경우 2022년 73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늘릴 곳은 늘린다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렸다. 현대제철이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기준 유형자산 취득액은 602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4% 늘어났다. 탄소 배출 저감 장치와 폐열 활용을 위한 설비 등에 투자하기 위함이다.

올해 3분기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SSC)을 준공할 예정이다. 4분기에는 충남 당진의 1후판공장 열처리로 증설 작업이 끝난다.

서강현 사장은 “올해 전기차 전용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 건설과 후판 열처리로 증설 등 수요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단행하고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신강종 개발 및 수주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