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삼킨 새우’ 에어인천, 아시아나 화물 우선협상자 선정된 이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딜에서 기존 부채 모두 제외

2024-07-05     김재훈 기자
에어인천 항공기. <에어인천>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주가 지났다.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에 에어인천의 재무 부담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는데, 아시아나항공에게서 넘겨받는 화물사업부에는 부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어인천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은 이 회사 화물사업부의 부채까지 인수하지 않는다. 당초 업계는 에어인천이 인수대금 4000~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부채 5000억~1조원까지 포함해 총합 1조~1조5000억원을 인수 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채를 인수하지 않는다면 에어인천의 재무 부담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고래 삼킨 새우’ 에어인천

에어인천은 지난달 17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후보는 에어인천을 포함해 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이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에어인천이 꼽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업계는 에어인천의 승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매각 주최 측은 에어인천의 화물 업력을 높게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을 선정한 이유로 ▲인수시 거래가 확실 ▲항공화물 사업의 장기적 사업 경쟁성 ▲자금 동원능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평가했다. 에어인천의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대에 불과한 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출은 같은 기간 1조6081억원을 기록해 실적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 딜에 포함된 매물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11대다. 화물사업부의 밥줄이라 일컬어지는 화주 계약은 100% 승계되지 않고 기령이 20년 이상된 11대의 화물기를 수리할 격납고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관련 인력 역시 100% 이관되지 않는다. 화물사업부 매출에 비중이 큰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도 이번 매각딜에서 빠졌다. 사실상 알맹이는 거의 다 빠진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에게서 넘겨받을 11대 중 3대는 기령이 30년 이상 돼 몇 년 내 교체가 불가피하다. 해당 기체를 교체한다면 에어인천의 지출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다만 신규 중대형 항공기는 2030년까지 나올 물량이 없을 정도로 주문이 꽉 차 있다.

물론 당분간은 대한항공이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후보 기업들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떨어진다면 이번 매각딜은 물 건너가게 되고 결국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도 무산된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다른 회사에 넘겨야했으므로 우선협상대상자 기업에 적절한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지원이 있지만 에어인천의 자생력에 업계는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다. 결국 에어인천은 대한항공의 경쟁자가 돼야 하기에 언제까지고 대한항공에 손을 벌릴 순 없기 때문이다.

매각딜에 아시아나 부채 없다

다만 이번 매각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부채가 포함되지 않는 게 알려지면서 에어인천이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유가 밝혀졌다. 여기엔 EU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에어인천은 인수 후 부담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을 확장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다.

에어인천은 인수 자금 4000~5000억원을 대주주인 사모펀드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기존 펀드의 증자로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본입찰 때 빠진 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부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며 “이번 매각 딜에 부채가 빠졌다면 추후 에어인천이 벌이는 사업은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휘영 교수는 이어 “재무적 부담 외는 대항항공이 감수할 테니 매각 주최측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에어인천이 그동안 걱정을 샀던 부분들은 대부분 해소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