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 미국 조선·방산 진출 교두보 확보
한화그룹,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발표 글로벌 방산 업체 신호탄…다양한 시너지 전망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다. 미국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국내 최초 사례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다. 한화그룹 내 또 다른 자회사인 한화시스템과 함께 오는 11월 필리 조선소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주식 취득 비율은 한화시스템이 60%, 한화오션이 40%다. 인수금액은 1380억원으로 인수 비율에 따라 한화시스템이 828억원, 한화오션이 552억원 지출한다.
한화시스템·한화오션이 인수하는 필리 조선소는 1997년 설립됐고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토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상풍력설치선 등 특수목적 선반 건조 뿐 아니라 미국 해군의 수송함 수리·개조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는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따른 상선·방산 분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해외 생산 거점에 한화오션 상선·함정 건조 역량을 결합해 매출 다각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반응도 호의적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해 “미국 해양 국가전략 판도를 뒤집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필리 조선소 인수, 양측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결과
필리 조선소 인수는 한화 측과 미국 해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함정 정비업에 진출하게 됐다. 넓게 보면 전 세계 최초다.
상징성도 크다. 미국 해군은 ‘존스법’ 때문에 해외 기업에 자국 군함 건조를 맡기지 못했지만 한화오션의 진출로 신형 군함 건조를 한화오션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존스법’은 미국 내에서 승객과 화물을 운송할 때는 미국에서 건조한 국적 선반만 이용해야한다는 법이다.
1920년 처음 제정됐으며 미국 내 조선업과 해운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조선소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 현재 미국 내 조선소는 높은 인건비와 노후 설비로 한·중·일 조선소 대비 건조 비용이 2~3배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노후 원자력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신규 원자력 잠수함 17척을 건조해야 한다. 호주에도 5척의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 현재 미국 조선소 생산능력은 해당 물량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나머지를 담당할 전망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이달 초 미국 해군연맹이 주최한 행사에서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은 미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고품질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를 만드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언제 인도될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카를로스 장관은 지난 2월 방한해 국내 기업 조선소 역량을 확인하기도 했다.
필리 조선소는 미국 군함·유관 선박 수주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향후 몇 년 간 수주는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업계는 추가 수주와 유지 보수 건은 이미 미국 정부와 합의한 상태일 것이라 추정한다. 협의가 없었으면 이번 매각 건은 진행되지 않았으리란 예측에서다.
호주 업체 ‘오스탈’ 인수도 준비 중
한화그룹은 글로벌 방산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했다. 한화오션 인수 1년 만에 이번 인수를 결정한 셈이다. 한화오션은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도 인수 준비 중이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에 선박을 납품하는 회사로 미국 앨라배마주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본토 진출의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구체적인 발판이 마련됐고 방산·상선 등 다양한 시너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