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재깍재깍’ 시계추 끝이 보인다

대한항공, 17일 이사회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 선정 오는 7월 매각 기본합의서 체결 예정

2024-06-17     김재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총회에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블룸버그TV>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대한항공은 유럽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 심사 조건을 충족해 다시 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 경쟁당국도 이번 협상을 눈여겨 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사업 인수시 거래 확실성 ▲항공화물사업의 장기적인 사업 경쟁 유지·발전 성장 ▲역량있는 컨소시엄 등의 이유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상세 계약조건을 협의한 후 오는 7월 중으로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기본 합의서를 체결하면 유럽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는다. 이는 유럽이 지난 2월 ‘승인’이 아닌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조건부 승인이란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승인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 조건이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이다. 유럽은 합병 심사 당시 여객 4개 노선과 화물 부문에서 독점이 우려된다며 이를 해소할 대책을 대한항공에 주문했다. 대한항공은 여객 4개 노선은 티웨이항공에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은 매각하는 방향으로 우려를 해소했다. 유럽이 승인을 내리면 유럽과 관련된 모든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항공기재와 인력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듯 에어인천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책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인수한 후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큰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상당기간 소요되기 때문이다.

에어인천 화물 업력 큰 평가

대한항공은 에어인천 선정에 대해 “기존의 경쟁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국가기간산업인 항공화물산업의 성장을 위해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다”며 “유연한 협의를 통해 조속히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를 위한 신주인수계약 거래종결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에어인천의 화물 업력이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추측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매각 주최 측이 10년이 넘어가는 에어인천의 화물 업력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은 목적지까지 가면 끝나는 여객과 달리 육상 운송·해상 운송 등과 연계성이 중요한 분야”라며 “이스타는 화물 경력이 없고 에어프레미아도 실제 운항 경험이 3~4년 정도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 따라 에어인천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다시 탄력

에어인천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 결합 상황도 다시 탄력받게 됐다. 아직 완전한 승인을 받은 게 아닌 유럽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상황을 보고 판단내리겠다고 밝힌 미국이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미국이 10월 내외로 결정내릴 것으로 내다본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월에 미국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린 EU와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걸 다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장거리 노선 양도 외에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도 합병 시기가 더 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오픈 스카이 지역이니 여객 부문은 차치하고 화물 부문에 큰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에어인천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어느 정도 불안함이 해소됐으니 미국 법무부가 합병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휘영 교수는 “다만 유럽이 에어인천의 수송 능력에 시비를 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우선협상에 들어가면 세부적으로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을 볼 수가 있어 에어인천에 완전히 인수된다고 확언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