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김동관 한화 부회장, 그리스에서 KDDX 수주 '탐색전'

포시도니아 2024 행사에서 선박 건조 첨단기술 전시

2024-06-10     김재훈 기자
정기선(왼쪽)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각사>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그리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4’에 참여해 각사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부회장들이 직접 나서 현장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열릴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수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4’에 참석했다. 두 부회장 주도 하에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을 비롯 6개사가,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이 참가했다.

‘포시도니아’는 노르웨이 ‘노르쉬핑’, 독일 ‘SMM’과 함께 세계 3대 조선항만전문 국제 전시회로 꼽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전 세계 100여개국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HD현대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주관한 한국관에 메탄올 추진 원유운반선(VLCC)과 컨테이너운반선, 미래형 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모형과 차세대 저탄소 연료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관 외에 별도로 마련한 HD현대 그룹관에는 이중연료 힘센엔진과 노후 LNG선 개조 모형 등을 전시했다.

한화오션도 한국관에 암모니아 연료 추진 초대형 운반선(VLAC)을 선보였다. VLAC에는 모터를 추진축에 연결해 발전하는 축발전기 모터 시스템(SGM)과 한화오션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HS4)이 들어가 있어 연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정기선(오른쪽 두 번째) HD현대 부회장이 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4’에서 미국선급협회(ABS), 라이베리아기국(LISCR)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박 사각지대를 해소한 새로운 선박 구조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HD현대>

정기선·김동관 부회장, 일주일 내내 그리스에 머물며 현장 챙겨

정기선·김동관 부회장은 이번 포시도니아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직접 현장을 돌며 글로벌 선사·선급 등 조선·해양 관계자들을 만나 추후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각사는 두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행보로 업무협약과 기본인증 등 성과를 얻었다.

HD현대는 박람회 첫날 미국선급협회(ABS)와 라이베리아기국(LISCR)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박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새로운 선박 구조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HD현대는 선박 내 사각지대를 없앤 미래형 선박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카메라로 선박 내부 사각지대를 촬영해 AI 기술로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시야 확보를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기에 공기 저항을 줄이고 화물 적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HD현대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아모지사와 공동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반의 무탄소 전기추진시스템·발전용 엔진 대체 기술을 적용한 암모니아추진선에 대해 각각 영국 로이드선급과 미국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았다. 암모니아 연료 엔진·연료공급시스템과 인공지능 안전 패키지를 적용한 석유화학제품운반선·컨테이너선은 미국선급과 노르웨이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았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선급으로부터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LCO2운반선)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경쟁 치열해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부회장이 포시도니아에 참가해 일주일 내내 직접 발로 뛴 건 해양·조선 산업에 관한 그룹의 기대치가 높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지난해 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에 대해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인수를 주도하고 챙겼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업체로 재탄생했다. 한화오션 인수 후 김동관 부회장은 회사의 굵직한 행사 자리에 빠짐없이 얼굴을 비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거액을 투자해 HD현대 주식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 10일 기준 사들인 주식만 40만주에 육박하며 매입 규모는 2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자 지분을 직접 매입해 이를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두 부회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절친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 방향성이 겹치며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 하반기 시작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을 앞두고 두 부회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싸움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두 회사는 KDDX 사업과 관련해 크고 작은 신경전을 펼쳤다. 최근에는 상세설계와 건조 업체 선정 과정을 두고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 방식을 주장했고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방식을 주장했다. 양사가 강대강으로 맞붙는 만큼 두 부회장의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