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참모들④] K 방산 위용...'김동관의 한화'에 힘싣는 정인섭·안병철

방산 전문가 겸 경영스승 정인섭 사장 엔지니어 출신 전략가 안병철 부사장 이구영·김인환 등 '태양광 공신'도 뒷받쳐

2024-06-07     손민지 기자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정인섭(오른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사장은 올해 4월부터 한화오션의 대외협력실장을 겸하고 있다.<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한화그룹은 최근 김승연 회장 주도 아래 대대적 인적 변화를 맞았다. ‘그룹 2인자’라 불리던 금춘수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며 김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승계로 무게 추가 옮겨졌다. 이에 김 부회장을 보좌하는 참모진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올해 4월 초 자신의 최측근인 정인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사장에게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을 겸하는 임무를 맡겼다. 전략 부문은 회사의 미래 방향 설정과 전략 수립,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책임지는 곳이다. 김 부회장이 직접 대표이사(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안고 있다. 그 중 대외협력실은 대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신설 조직이다.

한화그룹 삼형제 ‘경영스승’ 정인섭

정인섭 사장은 한화그룹 3세의 가족회사라 불리는 에이치솔루션 대표이사를 지낼 만큼 지척에서 오너가를 보필해왔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비서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2013년 한화 입사 후 한화그룹 3세들의 경영스승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다.

또 김 부회장이 한화큐셀에서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경영수업을 받던 당시 함께 관련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정 사장은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합병했을 때 두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홍보팀과 호흡을 맞췄다.

정 사장은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 총괄(사장)을 맡아오다 일신상의 이유로 휴직을 했다. 김 부회장이 그런 정 사장을 4개월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으로 불러들이고 대외협력실장까지 맡긴 이유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수주전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최근 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법 시행령을 언급하며 펼친 수주 논리가 시발점이 됐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주장이 법령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8조원을 들여 해군의 6000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4분기에 KDDX 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 건을 연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와 소송전에 한화그룹이 전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시절 부족했던 법적 대응에 대한 그룹의 지원 사격이 이뤄지고 있고 이와 관련 정인섭 사장이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경력 보유한 ‘전략가’ 안병철

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에서도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신규 계열사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그룹의 전체적인 큰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회사마다 김 부회장을 보좌해 전략을 살피는 역할이 필요한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는 안병철 전략부문 전략실장(부사장)이 그 노릇을 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2명의 대표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68년생인 그는 연구개발(R&D) 쪽에 오래 몸담은 정통 엔지니어다. 한화비전(옛 한화테크윈)에서만 24년간 근무하며 K9 개발과 해외수출 등을 담당했다. 2016년 한화디펜스로 이동해 연구기획팀장, 화력체계연구센터장, 유럽호주사업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1월 한화디펜스, 2023년 4월 ㈜한화 방산부문과 합병을 차례로 마쳤다.

한화디펜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병되며 안 부사장 소속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안 부사장은 2022년 말 전략실장에 오르며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올랐다.

당시 정기 인사에서 한화 측은 안 부사장에 대해 “글로벌 사업전략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사업전략 관련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투자, 리스크 분석, 전략방향 결정 등의 사업지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 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한 위성개발기업 쎄트렉아이, 방산 및 ICT사업이 주력인 한화시스템에서 각각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부회장과 고락을 함께한 한화솔루션 사내이사진도 김 부회장의 ‘믿을맨’이라 할 수 있다. 큐셀 부문(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는 이구영 대표이사 사장과 김인환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 사장(기타비상무이사)는 김 부회장과 태양광 사업을 일으킨 공신이다.

이 사장은 1990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약 35년 근무한 ‘한화맨’이다. 솔라펀파워와 큐셀 인수 후인 2011년 사명을 변경한 한화솔라펀과 한화큐셀 최고영업책임자(CCO)를 맡았다. 2015년에는 한화큐셀 미국 법인장을 지내면서 태양광 사업 영토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케미칼 부문에서 근무하다가 2021년 9월 한화큐셀 부문 대표로 돌아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역대 최대 실적(2022년)을 이끌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당시 한화케미칼 솔라사업단에서 소재사업팀장을 지냈다. 솔라사업단은 태양광 사업의 추진방향과 투자계획,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등 업무를 맡았고 김 사장은 당시에 그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