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HMM 올해 실적 기대감 커져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HMM 1분기 실적 상향에 주가 소폭 상승 주가 높아지면 영구채 전환해야 배임 논란 없어 HMM 몸값 상승 피하기 어려워…재매각 난항 예상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올해 1분기 HMM이 지난해 12월부터 홍해 사태로 인한 운임지수 상승 덕에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는 소폭 상승했고 증권가도 목표 주가를 상향했다. 다만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구채 주식 전환 기조를 유지 중이지만 지분이 높아지면 재매각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이다.
28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3299억원과 영업이익 40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5%로 글로벌 해운사 중 두 번째로 높다.
HMM의 매출·영업이익 증가는 높아진 해운 운임 영향이다. 대표적인 해운 운임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28일 기준 2703을 기록했다.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은 SCFI 1000 정도다. 1000을 넘어가면 흑자를 유지한다. SCFI가 2700을 넘어선 건 2022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SCFI 지수가 높아진 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사태 탓이다. 친 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를 점령해 선박을 통제하자 글로벌 선사들은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항거리는 5172㎞ 증가하고 운항 일수는 10일 더 늘어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름길을 포기하고 운항거리가 긴 항로를 택한 셈이다.
업계는 홍해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HMM의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올해 HMM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7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5858억원의 3배가 넘는다.
HMM 주가도 소폭 올랐다. HMM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1만8010원이다. 지난 4월 19일 1만4250원을 기록한 지 1개월 만이다.
대신증권은 HMM의 목표주가를 2만원으로 설정해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향하리라 예상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되더라도 선사들이 현재의 항로를 예전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며 “희망봉을 채택하면서 운임 인상의 명분과 공급 흡수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목표주가 상향은 2023년과 2024년 영구채 100% 전환 및 실적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민 깊어진 산업은행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주가 상향은 대주주에 긍정적이다. 다만 HM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이유는 영구채 주식 전환으로 재매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HMM의 영구전환사채(CB) 1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오는 6월과 10월, 내년 4월에도 영구채 주식 전환이 예정돼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의 지분이 늘어나 향후 재매각시 높은 몸값을 받아야 한다. 몸값이 높아지면 추후 인수에 참여할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
지난번 하림 매각 논의 당시도 6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 때문에 홍역을 치른 산업은행 입장에선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원금 상황을 받는 방법도 있다. 다만 주가가 당초 영구채 발행 당시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는 점 때문에 배임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산업은행도 당분간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재매각은 현 단계에서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