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형제의 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상속 분쟁으로 비화

고 조석래 명예회장, "형제간 우애 지켜달라" 유언 남겨 차남에 유류분 이상의 상속 약속...소송할 명분 없어져 조현문 전 부사장, 선친 유언에도 "납득어렵다" 반발

2024-05-16     손민지 기자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일단락 된 것으로 여겨졌던 효성그룹 형제의 난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선친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유언이 공개되자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16일 오전 대리인단을 통해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날 공개된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에 있다”며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15일 공개된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에는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는 당부의 메시지가 담겼다. 특히 경영권 분쟁으로 가족들과 의절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도 유류분 이상의 재산을 물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룹 떠난 둘째에게도 상속재산 나눠라"…故 조석래 회장 유언 공개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 큰 형인 조현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 효성그룹을 떠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7월 친형 조현준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며 ‘형제의 난’을 본격화했다. 2017년엔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협박을 한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이 사안은 검찰이 2022년 11월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강요 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이에 그는 조 명예회장이 지난 3월 29일 별세할 당시 유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발인식과 입관식 등 장례 5일 내내 주요 의식을 가족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상주가 아닌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5분여간 머무른 게 전부였다.

이번 유언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고 조 명예회장은 아들인 조 전 부사장에게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는 말을 남겼다는 점이다. 조 명예회장이 유언장에서 차남의 상속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재계에서는 아버지로서 자식을 품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유언장 공개 직후 하루 만에 조 전 부사장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당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형제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오히려 상속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조 전 부사장이 상속 관련 법적 분쟁에 나서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룹 안팎에선 조 전 부사장에게 선친이 배려와 애정을 표명한 이상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형제간 우애' 강조에도 '이의제기'...효성가 상속 분쟁 향방은 

조 명예회장은 ㈜효성 지분 10.14%를 비롯해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효성화학 6.16%등을 보유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 가치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약 7600억원 규모다. 비상장사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효성그룹 계열로 있던 갤럭시아그룹의 갤럭시아디바이스 지분 100%(594만6218주)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공덕개발 지분 50%(3만4000주)와 효성투자개발 0.25% 등도 갖고 있다. 비상장사 주식 및 기타 부동산까지 합치면 유산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법적상속분에 따르면 부인 송광자 여사와 아들 삼형제가 1.5 대 1 대 1 대 1 비율로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그룹 지주사인 ㈜효성 상속분은 송 여사 3.38%, 삼형제 각각 2.25%씩이다.

최근 복수의 매체를 통해 조 전 부사장측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 명예회장이 조 전 부사장 앞으로 남긴 유산은 유류분을 상회하는 규모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이 법적상속분을 받게 되면 유류분 청구 소송은 이유가 없어진다. 유류분은 법적상속분의 50%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 지분을 상속받더라도 경영권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주)효성 지분이 법적상속분대로 상속이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조현준 회장 24.19%, 조현상 부회장 23.67%, 조현문 전 부사장 2.25%로 바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만약 조 전 부사장이 부친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하더라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이 압도적이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이 경우 소송전 등으로 완전한 계열 분리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