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박정원·구광모…회장님들, 프로야구 ‘장외열전’ 불 뿜는다

‘승리의 토템’ 김승연‧‘태블릿PC 플렉스’ 박정원 정용진, 계열사 총동원 1000만원대 특급이벤트 신동빈, 선대회장 못지 않은 야구사랑

2024-05-14     손민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응원하고 있다.<한화이글스>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계열사 임직원 500여명과 함께 2024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가 열리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김 회장이 야구장에 등장한 건 3월 29일 kt 위즈 홈 경기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구단주 김 회장이 몸소 경기를 관람한 것은 부진에 빠진 ‘한화이글스’에 힘을 싣어주기 위함이다. 한화이글스는 개막을 앞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류현진과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다.

이날 한화가 키움에 패하고, 최하위인 롯데 자이언츠가 LG 트윈스에 승리할 경우 한화가 리그 꼴찌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 회장은 팬들과 소통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환영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역시 회장님은 승리의 토템이다” “회장님이 오셔야 이긴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화는 김 회장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선물했다. 한화의 10회 말 공격 때 페라자는 김동혁을 상대로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몰린 시속 139㎞ 직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125m 홈런을 작렬했다. 전날까지 최하위 롯데와 승차 없이 9위를 달리던 한화는 이날 5-4 승리로 3연패에서 탈출하면서 키움과 공동 8위로 올라섰다. 이는 앞서 김 회장이 방문했던 3월 29일 경기에서 9회 말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던 것과 유사하다.

한화의 올 시즌 행보는 2012년과도 비슷하다. 2011시즌 8개 팀 중 공동 6위를 기록한 한화는 2012시즌을 앞두고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 ‘빅3’를 영입했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밀렸다.

이에 김 회장은 그룹 임원진들과 2012년 5월 16일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한화 선수들은 7회까지 3-4로 밀리다가 고도의 집중력을 펼치며 8회에 극적인 역전에 성공, 두산을 6-4로 꺾었다. 김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을 그라운드에 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가 최고참인 박찬호에게 “프로 선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박찬호가 답변을 못 하자 “생명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라고 한 것은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전력분석 강화를 위해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 150만원 상당의 최고급 태블릿PC를 선물했다.<두산 베어스>

김 회장 외에도 재계에는 각별한 야구 사랑을 실천하는 총수들이 여럿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전력분석 강화를 위해 선수단에 150만원 상당의 최고급 태블릿PC를 전달했다. 지급 대상은 2024 시즌 1군 엔트리 28명을 포함해 총 35명이다.

구단에 따르면 박 회장은 올 시즌 KBO리그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으로 경기 전후 실시간 복기를 통한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선수단이 경기 전후 자신의 투구, 타격 영상과 전력분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태블릿PC 지급을 지시했다. 두산 베어스 측은 지난 11일 선수단에게 이를 전달했다.

박 회장의 야구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잠실야구장을 자주 찾아 선수단을 응원하며, 해마다 전지훈련지를 방문해 격려금과 특식을 제공하는 ‘베어스 팬’이다. 지난해에는 호주 시드니, 올해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직접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의 ‘통 큰’ 선물을 받은 이승엽 감독은 “구단주님께서 워낙 야구단에 관심이 많으시다. 선수들이 최근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힘을 주시는 것 같다”며 “선수단에 태블릿 PC를 선물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장 양석환도 “회장님께서 언제나 선수단을 물심양면 신경 써주시는 점이 피부로 느껴진다. 태블릿PC를 활용하면 야구장 안팎에서 전력분석이 수월해질 것 같다”며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인 신세계그룹 회장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은 지난달, 랜더스 내야수 최정 선수의 468번째 홈런을 앞두고 신세계 계열사와 특급 이벤트를 펼쳤다.

‘레전더리 468 이벤트’는 최정 선수의 468번째 홈런공을 습득한 이에게 랜더스의 2024~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선수의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이 적힌 대형 로고 볼, 2025년 랜더스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를 제공하는 행사다. 뿐만아니라 신세계 측은 140만원어치의 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 원 숙박권도 제공했다. 이벤트로 제공되는 2년 치의 시즌권 두 매와 다른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1455만원에 이른다. 이마트, SSG닷컴, 이마트24는 최정이 400번째 홈런을 기록한 지난 2021년 10월에도 각종 할인, 포인트 적립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도 재계에서 유명한 ‘야구광’이었다. 그는 1975년 실업팀 롯데를 창단했고, 이듬해엔 마이니치 오리온스(도쿄 오리온스)를 인수해 롯데 오리온즈(지바롯데 전신)를 출범시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영향을 받아 한국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 ‘지바 롯데마린스’ 구단주로 활동 중이다. 평소 야구를 즐겨 보는 것은 물론 필요할 때 아낌없이 지원한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3월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와 사위, 손주 등 가족과 함께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MLB) 개막전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KBO 리그 10개 구단주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야구 사랑으로 유명한 LG 집안 답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다르다.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1990~2007년), 구본준 LX그룹 회장(2008~2018년)에 이은 LG트윈스의 3대 구단주다. LG전자 근무 시절 동료들과 수시로 구장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 역시 소문난 야구광이었다. 그는 LG그룹이 럭키금성 시절이던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를 출범시켰다. LG트윈스의 초대 단장이던 구 선대회장은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이듬해 그룹명을 야구단의 이름인 LG로 바꾸기도 했다. 그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종종 해외 야구 캠프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2군 선수 이름까지 줄줄 외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