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효성, 베트남에 전략적 투자…해외시장 성장 페달 밟아
베트남, 2년 연속 한국 3대 교역국 교역 규모도 일본 앞질러 삼성전자, 효성 등 베트남 투자 가속화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효성의 경영진이 베트남 총리와 부총리를 각각 만나 베트남 내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베트남이 기존에는 제조업 중심의 단순 생산에 노동력을 투여했다면 이제는 산업화와 금융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뚜오이째’ 등 베트남 현지 외신에 따르면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하노이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향후 수년간 연간 약 10억달러(1조3700억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높아지는 베트남 위상, 삼성전자 투자 불렀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베트남에 총 224억 달러(약 30조7000억원)를 투자했으며 베트남 기업을 위해 인재 훈련 등을 지원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 협력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인력 교육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사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협력업체는 지난 2014년 25곳에서 현재 309곳으로 10년간 1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박닌·타이응우옌에서 휴대폰 공장을 운영하며, 호찌민 가전복합단지(SEHC)와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하노이 연구개발(R&D)센터도 뒀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24억 달러(약 30조6200억원). 글로벌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1·2차 협력사는 2014년 25개에서 현재 309개로 증가했다.
찐 총리는 “베트남 정부는 투자 환경 개선, 행정절차 개혁, 정책 개선 등을 중시한다”면서 “베트남 내 외국기업, 특히 삼성전자 사업의 장기적 운영의 편의를 이해관계 조화·위험성 공유의 정신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찐 총리는 삼성의 지원을 촉구하면서 삼성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베트남 기업의 역량 향상을 돕고, 현지 디지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베트남국가혁신센터(NIC)와 협업을 통한 인재 양성도 언급했다. 여기에 투자와 연구·개발(R&D)을 늘려 베트남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베트남을 전략적 생산 기지로 삼아 사업을 확장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1조원 이상 베트남에 투자하는 이유는 동남아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 베트남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현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하노이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베트남은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에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의 ‘3대 교역국’ 위치를 지키고 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의 무역 통계 시스템 ‘K-st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534억9000만 달러, 수입은 259억4000만 달러로, 무역수지 흑자는 27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교역 규모 794억3000만 달러로 1위 중국(2676억6000만 달러)의 30% 수준, 2위 미국(1869억6000만 달러)의 42% 수준에 해당한다. 교역 규모 면에서 2년 연속 일본(766억8000만 달러)을 앞섰다.
효성, 국내 베트남 투자 규모 3위…“세계 시장 공략 전진기지”
세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장 3위권인 효성 계열사 효성티엔에스도 베트남에 ATM 생산 공장 투자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원 효성 부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레 민 카이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호찌민시 첨단기술지구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카이 부총리는 “베트남 정부가 항상 투자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효성이 환경 보호, 베트남 기업과의 연계, 베트남에서 생산된 원자재 이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효성은 삼성, LG에 이어 베트남 투자 규모가 세 번째로 큰 한국 대기업이다. 지난 2007년 베트남에 첫 법인을 설립한 이후 소재·섬유·화학 등 분야에서 40억 달러(약 5조49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베트남에서의 사업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2018년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 쑤언 푹 당시 베트남 총리(현 국가주석)를 만난 자리에서는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삼아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간판 계열사 효성티앤씨의 경우 1조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약 20만 톤 규모의 바이오 BDO(부탄다이올)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효성티앤씨는 오는 7월 2개 지주사 분할 후 조 회장이 이끌 ㈜효성의 주축이 될 핵심 계열사로, 2026년 상반기에 연간 5만톤의 바이오 BDO를 생산해 판매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효성티앤씨의 베트남 동나이 법인 산하에 ‘팀 빅토리아’ 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효성티앤씨 동나이 법인은 스판덱스, 나이론 원사, 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법인이다.
올해 3월 30일에는 베트남 바리우둥따우성 정부로부터 효성 바이오 BDO 프로젝트 승인을 받았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 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 소재다. 효성이 만들려는 바이오 BDO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시켜 제조해 기존 화석연료 기반 BDO를 100% 대체한 제품으로, 향후 친환경소재 시장에서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 관계자는 팀 빅토리아를 두고 “경제성장 중인 베트남에서 추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신사업 조직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