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참모들①] 명노현·도석구·심현석…구자은 LS 회장 ‘양손잡이 경영’ 돕는다
명노현, LS전선 35년 근무 ‘재무통’…그룹 ‘빅딜’ 주도 도석구, 지주사 CFO서 ‘그룹 캐시카우’ LS MnM 전략 수립 심현석, 구동휘 부사장과 호흡…LS MnM '금고지기'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LS그룹의 ‘구자은 회장 시대’가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구 회장을 보좌하는 인재들이 ‘양손잡이 경영’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구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끄는 ‘참모’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 ‘오너 3세’ 구동휘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신사업 실탄을 모으는 도석구 LS MnM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1961년생인 명 부회장은 인하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LS전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재경담당 상무,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를 거쳤다. 구자은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LS 최고경영자에 선임됐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가장 큰 특징은 LS전선에서만 35년을 근무한 ‘재무통’이면서 사업수완과 안목이 뛰어난 경영자라는 점이다.
명노현 부회장은 LS그룹 간판 계열사 LS전선에서 2019년 500억원, 2021년 186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 해저케이블 생산능력 증가에 주력했다. 2019년 1월 독일 풍력발전 회사인 WPD와 대만 윈린현 해상풍력단지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66kV급 해저케이블을 대만 장화현과 마오리현 해상풍력단지에 공급하는 또다른 계약을 덴마크 에너지 기업 CIP와 맺는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LS전선의 실적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액 3조5849억원‧영업이익 1112억원(2017년)에서 매출액 6조1113억원‧영업이익 2303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룹의 ‘빅 딜’을 주도한 것에서 명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력도 엿볼 수 있다. 2022년까지 LS MnM은 최대주주 LS와 일본 합작 투자사 JKJS컨소시엄이 각각 50.1%, 49.9%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LS는 JKJS컨소시엄 지분 전량을 과감하게 사들이면서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는데 여기에 명노현 부회장의 승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명 부회장은 LS MnM을 기존 소재 사업에서 그룹 신사업 ‘배·전·반’ 사업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 종합 소재기업으로 키운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명 부회장은 최고경영자 사장이던 2022년 5월부터 7월까지 구 회장이 충청·경상·전라권 14곳의 자회사·손자회사 사업장을 방문할 당시 현장경영에 동행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2022년 8월에는 LS 협력사 CEO 포럼을 지주사 주관으로 처음 개최해 LS그룹의 동반성장 전략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제 구 회장을 보좌해 LS그룹 계열사들이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CFE)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전기·전력·소재 등 주력사업 성장과 전기차·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명 부회장은 지난 3월 28일 열린 LS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진출한 2차전지,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신사업 분야에도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압도적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디지털 전환으로 제조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명노현·도석구·심현석…LS 이끄는 ‘재무통’ 3인방
미래 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는 2016년부터 LS MnM을 이끌어 온 도석구 대표이사 부회장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도 부회장은 ㈜LS에서 CFO를 지냈던 재무 전문가로, 시장 변화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던 때 LS MnM 최고 경영자로 부임해 해외에 있던 개발권과 투자 지분을 매각하며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제원을 동제련 사업에 재투자하며 미래 지속 가능성도 높였다. 현재는 LS MnM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2년생 ‘오너 3세’ 구동휘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LS MnM은 LS그룹에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평가받는다. 연간 68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LS MnM은 국내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전기동 제련업체로 LS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LS이링크, LS MnM 상장 사이 다른 계열사 1~2곳을 국내외에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LS MnM의 상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S MnM의 상장 계획은 최근 글로벌 구리 거래 가격이 크게 오르며 탄력을 받고 있다.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련 부산물의 가격도 함께 올라 구리를 제련하는 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LS MnM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신사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온산제련소 인접 9만5000㎡ 부지를 활용해 2차전지 전구체의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망간을 생산에 67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2029년부터는 새만금에서 황산니켈 6만2000톤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까지 ㈜LS CFO이자 LS아이앤디 대표이사를 맡던 심현석 LS MnM 최고 재무 책임자(CCO) 부사장도 도 부회장만큼이나 그룹의 중책을 맡고 있다. 심 부사장은 그간 LS전선, LS아이앤디 등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LS그룹 CFO로서 기획 및 재무 분야에서 운영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과거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LS그룹 출범과 함께 자리를 옮긴 ‘정통 LS맨’이기도 하다.
구동휘 부사장이 COO 자리에 오르면서 LS MnM에 경영관리본부도 새로 만들어졌는데, 이 경영관리본부장으로 LS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선임됐다. 2021년 ‘구본규-이상호’(LS전선) 조합에 이어 또 한번 ‘구동휘-심현석’이라는 ‘오너 3세-장수 CFO’ 콤비가 탄생한 것이다. 구 부사장이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 심 부사장이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재계는 분석한다.
이외에도 한상훈 부사장(현 E1 경영기획본부장·CFO)을 비롯해 박진호 ㈜LS 전략금융부문장(이사)과 이태호 ㈜LS CFO(재경부문장 이사)를 등 그룹 재무 전문가들이 LS그룹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