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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그린 비건이 온다⑥] 비건의 일상화, 미래 산업 판도 바꾼다
[그린 비건이 온다⑥] 비건의 일상화, 미래 산업 판도 바꾼다
  • 기획취재팀
  • 승인 2022.10.3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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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부는 ‘그린 비건’ 바람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감금틀 사육, 공장식 축산 중단!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가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육식이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만큼 육식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 높아진 상태로,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에서 협의한 상승 제한(1.5℃)까지 0.5℃밖에 남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축산업은 이 같은 세계적 흐름으로 볼 때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환경보호(탄소중립)를 위한 비건(Vegan) 인구가 늘어나고 이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대체육, 식물성 우유 생산 등으로 지원하는 기업들이 확대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육식의 종말을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는 개인과 기업의 노력을 집중 조명한다.

[인사이트코리아=기획취재팀] 국내에도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식문화를 중심으로 ‘비거니즘’이 확산하고 있다. 비건을 소수의 유별난 문화로 여기는 것이 아닌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 시작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명 정도다. 2008년 15만명이던 것을 감안하면 13년 만에 15배 이상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우선 공공부문 중심의 채식 인프라 개선이 눈에 띈다. 민간 유통기업도 식물성 식품사업을 ESG 경영의 일환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 종류는 2020년에 비해 44%, 2019년보다는 151%나 늘었다. 이밖에도 유해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비건 화장품이나 지속가능한 비건 가죽으로 만든 의류 등 관련 제품도 접하기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비건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비건 제품 박람회에 참여하는 업체와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방증한다. 박지영 코리아비건페어 사무국 팀장은 “2020년 비건페어를 처음 개최했을 당시에는 100개 미만이던 부스가 올해는 140개 가량으로 대폭 늘었다”면서 “특히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참여할 정도로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학교·군대서도 ‘채식 선택권’ 보장

우리 사회 전반에 비거니즘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 학교에서는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군대에서도 의무적으로 배식받는 급식의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공기관이 하나둘씩 비건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6월 최초로 급식에서의 ‘채식 선택제’를 도입했고, 이후 인천시교육청을 비롯한 대구·충남·충북·울산·제주교육청 등도 채식 급식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축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축산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학생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스턴트 음식 의존도가 높은 식습관을 개선한다는 의미에 보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급식배려병사(채식주의 병사)의 자율배식 실제 사례. 백김치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국방부>

국방부도 2020년부터 군대 급식에서 육류 대신 과일이나 두부를,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군대에서의 채식 선택권 보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채식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리병 취사 교육과 함께 조리 시설과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군대 내 채식 식단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채식 전투식량을 따로 배급하며, 부대 식당에 샐러드바를 운영한다. 만일 여건상 어려운 경우에는 수당을 지급한다. 핀란드와 이스라엘군도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미래 먹거리로 ‘식물성 식품’ 낙점

국내 식품 대기업도 본격적인 비건 공략에 나섰다. 농심과 풀무원은 식품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고, CJ제일제당은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식물성 식품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까지 내놨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이 아닌 ‘대안육(代案肉)’이라는 표현까지 내걸면서 국내외 식품시장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선포했다.

제일 먼저 칼을 빼든 건 풀무원이다. 지난 5월 식품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오픈했다.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1차 원료와 식자재뿐 아니라 주방 설비와 조리도구, 식기 등 매장 내 조리환경까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받았다고 한다.

풀무원이 ‘공식 인증’을 내세웠다면 농심은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다. 농심이 같은 달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은 파인 다이닝 방식으로 운영되며, 단일 코스요리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기존 대다수 비건 레스토랑이 햄버거·파스타 등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이라는 것과 차별화된다. 비건 푸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과 인식 개선에 중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풀무원
풀무원이 지난 5월 식품 대기업 최초로 오픈한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풀무원>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식물성 식품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회사는 2016년부터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며, 특히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신세계푸드도 같은 달 자사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대안육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기존의 축산물과 가공육이 사람의 건강, 지구 환경, 동물 복지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비건은 낙농업을 포함해 동물성 식재료를 다루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비건이 식생활문화 운동에서 환경 운동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사회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전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환경 문제에 대해 각성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동물친화적 소비재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발 늦은 한식 비건화…“대체육은 식량난 해법”

비건 산업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기획취재팀이 미국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세계적인 식품회사 네슬레의 계열사 스위트어스(Sweetearth)는 불고기 등 한식 메뉴를 다룬 비건 냉동식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군은 미국 대규모 식료품점 타겟(Target)에서 메인 가판대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한식을 재빠르게 비건 상품화해서 히트를 친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비건이 미래 산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판단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세계로 무대를 넓혀 대체육 산업의 주도권 장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기획취재팀이 10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대규모 식료품점 타겟(Target)을 취재한 결과, 스위트어스(Sweetearth)가 출시한 불고기 등 한식 메뉴를 다룬 비건 냉동식품이 메인 가판대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장진혁>

대체육 산업은 다가오는 식량안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육류 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세계 육류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가격은 약간 떨어졌지만,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도시의 대형 계란 12개 가격도 지난 8월 3.1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육류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농협과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1975년 6.4㎏에서 2020년 52.5㎏으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육류 자급률은 1975년 100%에서 2020년 68.9%로, 2000년 이후 60%대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업계는 사료값 급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배합사료는 1㎏당 2020년 480원에서 2022년 618원으로 28.7%나 증가했다.

국내 대체육 시장에서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면, 고기 대신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가 우리 식탁에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올해 네덜란드에서는 대체육이 실제 육류보다 가격이 저렴해졌다. 일부 달걀 대체품도 동물성 계란과 가격이 똑같아졌다.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활약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는 “매년 발생하는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의 큰 유행으로 생산량이 급격한다면 먹거리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은 전체 식량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가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 조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니 비건 산업을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박지훈·장진혁·남빛하늘·이숙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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