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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1:0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회색 가루 뒤덮인 마을…먼지와 전쟁 언제 끝나나
회색 가루 뒤덮인 마을…먼지와 전쟁 언제 끝나나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2.0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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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먼지 80% 배출하는 단양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가 쏟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잦다. 과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충북 단양군 매포읍에 위치한 한일시멘트 공장에서 지난달 21일 분진이 발생하고 있다.<김동수>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단양팔경 중 제1경 도담삼봉을 끼고 왼쪽 도로를 달리다 보면 풍경이 확 달라질 겁니다.”

지난달 21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일대를 안내한 유문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이 건넨 말이다. 매포읍은 주민 5300여명이 사는 면적 65.94㎢의 작은 읍 단위 지역이다. 이곳은 과거 한국 산업발전의 근간이었던 시멘트 산업의 메카다. 국내 대표 시멘트 회사인 한일현대시멘트(옛 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공장이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60년대 시작된 시멘트 산업은 매포읍을 비롯한 단양군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왔다. 하지만 이곳에 터 잡은 시멘트 공장이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점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시멘트 산업이 불러일으킨 지역 경제 성장 이면에는 환경오염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했다. 수십 년간 시멘트 공장이 자리 잡았던 만큼, 이곳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장기간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환경 피해

매포읍 주민들이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악취로 고통 받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명 분진이라고 불리는 먼지다. 일부 마을은 시멘트 공장과 직선으로 500m 남짓 떨어져 있어 공장이 내뿜는 먼지에 직접 노출돼 있다. 먼지에 의한 피해는 주민들의 건강뿐만 아니다. 주거공간인 주택, 축사나 비닐하우스 같은 농업시설 지붕도 공장에서 배출된 먼지가 그대로 굳어버려 분진은 주민들의 일상 그 자체가 됐다.

시멘트 공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호소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으로 건강상 문제를 겪고 있다며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시기는 수십 년 전이다. 매포읍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이러한 피해는 2010년을 기점으로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건강영향조사를 벌였고, 이후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건강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관한 사실관계가 인정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주요 시멘트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해당 지역 주민들 다수가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강원 영월 지역주민 1843명 중 진폐증 환자는 14명,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사람은 21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진폐증 환자 중 3명은 분진 관련 직업력이 없는 주민들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돼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매포읍 역시 이러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충북 제천과 단양 지역주민 226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분진으로 인한 진폐증 환자가 34명,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사람이 20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우 40세 이상 유효조사자 1623명 중 12.6%를 차지해 대조지역 유병률 8.5%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포읍을 비롯한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한 배상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시멘트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99명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인해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렸다며 건강상 피해와 함께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2013년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시멘트 4개사가 주민들에게 총 6억23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성신양회 단양공장 인근 도로는 분진으로 가득하다.<김동수>

매포읍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 얼마나 일으키나

당시 환경부는 충북 제천·단양과 강원 영월·삼척 지역에 진폐증 환자 84명이 확인됐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도 694명이라고 밝혔다. 신청인 거주지역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병률이 대조지역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 점과 직업력이 없는 주민 28명에게서도 진폐증 질환이 발생한 점 등 시멘트 공장 먼지가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의 개연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또 사업장의 자가 측정 자료와 굴뚝 TMS 측정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00년도 이전 먼지 배출농도가 2010년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주민들이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인한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건강피해를 받았을 개연성을 인정했다.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매포읍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문철 사무처장은 “비닐하우스와 축사 지붕에 쳐진 차광막 색이 바랜 것처럼 보이는데, 인근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이 쌓여 발생한 것”이라며 “인근 주민들은 분진 때문에 때가 되면 비닐하우스를 교체하는 등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신양회 단양공장 인근 도로는 분진으로 가득했다. 공장 주변에 심어진 나무의 잎은 분진으로 추정되는 가루들이 굳어 회색빛을 띠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인근 비닐하우스 지붕은 이미 회색 가루로 뒤덮여 있었고 슬레이트 지붕과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였다. 공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은 흙먼지라 보기 힘든 회색빛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유 사무처장은 “공장 주변의 산을 보면 다른 지역과 색깔이 조금 다를 것”이라며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분진으로 나무 색깔이 변해 숲이 회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체 매포읍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들이 얼마나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걸까.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충북에 위치한 공장 4곳에서 나온 먼지는 총 137만4392㎏이었다. 이는 충북에서 발생하는 총배출량의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매포읍은 충북에 위치한 4곳의 시멘트 공장 중 3곳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한일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공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매포읍에 있는 시멘트 공장 3곳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먼지는 122만9099㎏. 충북 전체의 80%에 달하는 먼지가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2017년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매포읍에 위치한 3개 시멘트 공장이 배출한 먼지는 2015년 23만6467㎏에서 2016년 27만5408㎏까지 늘어났다가 이듬해 22만8842㎏으로 감소했다. 이후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먼지는 다시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25만5315㎏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시멘트공장의 먼지 배출이 증가한 셈이다.

이 밖에도 막대한 양의 질소산화물(NOx)과 염화수소(HCI)가 매포읍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3곳에서 배출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 등을 발병시키는 물질이며 염화수소는 폐수종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구체적으로 이 지역 시멘트 공장들이 2019년 배출한 질소산화물과 염화수소는 각각 1627만2452㎏과 3만3710㎏으로 충북에서 발생하는 총배출량의 73.3%, 35.8%를 차지했다.

시멘트 공장 인근 마을이 분진으로 뒤덮여 있다.<김동수>

분진에 악취까지 고통 받는 주민들

악취 역시 심각한 문제다. 시멘트 공장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썩은 송장 냄새’ 같은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21일 오후 2시 50분경, 한일시멘트와 500m 남짓 떨어진 매포읍 안동리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공장 굴뚝이 아닌 측면에서 뿌옇게 분진이 일자 바람을 타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되는 폐기물을 소각하면서 발생한 냄새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공장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바람이 불면 송장 썩는 것 같은 냄새가 더 난다”며 “대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시멘트 공장으로 가져와 소각하기 때문에 발생한 냄새”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일시멘트는 공장에서 발생한 분진과 악취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공장 측면에서 배출된 분진은 보수 작업 과정에서, 악취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불완전연소로 잠시 발생했다는 얘기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당일 클링커 저장소에 중장비로 내부 설비 보수작업을 했다”며 “작업 과정 중 벽에 붙어있던 분진이 일시적으로 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악취의 경우 소성로 공정에서 간혹 불완전연소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다소 타는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이러한 악취가 매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단양에 공장을 둔 시멘트 회사들은 올해부터 3년간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나선다. 단양군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을 줄이기 위해 2024년까지 2442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한다. 먼저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올해부터 939억원을 투입해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저감 설비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일산화탄소 80%, 질소산화물 20~40%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신양회 단양공장도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설비 확충을 위해 1503억원을 투입한다. 시멘트 회사들의 이러한 투자가 지역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인근 안동리로 향하는 길목.<김동수>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물질 얼마나 배출할까

먼지·질소산화물, 강원·충북 총배출량 대부분 차지

시멘트 산업은 철강·정유·화학과 함께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꼽힌다.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기간 산업이기도하다. 하지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먼지와 탄소 등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늘 뒤따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멘트 산업이 실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얼마일까.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멘트 제조공정에서 다량의 분진·질소산화물이 배출되고 있으며, 환경부 조사 결과(2020년 5월 6일) 시멘트 제조업은 발전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시멘트 제조업이 배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총 6만3587톤으로 총배출량의 22%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제철·제강업(5만7872톤)과 석유·화학제품업(2만6932톤)보다 높은 수준이다.

시멘트 공장 인근에 나뭇잎을 만지면 분진 가루가 손에 그대로 묻어난다.<김동수>

또 전체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상위 20개소 중 9개소가 시멘트 공장이었다. 쌍용C&E 동해공장은 2019년 1241만9162㎏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다량배출사업장 중 5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표시멘트 삼척공장(7위) ▲한라시멘트(12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13위) ▲성신양회 단양공장(14위) 등이 뒤를 이었다.

시멘트 공장이 강원과 충북에 집중된 만큼 해당 지역에서 차지하는 대기오염배출량 수준도 높다. 2019년 강원의 총 먼지 배출량 중 시멘트 공장이 차지한 비중은 80%였다. 충북은 더 높은 수준인 91%에 달했다. 질소산화물은 강원 89%, 충북 94%였고 염화수소는 강원 60%, 충북 43%로 나타났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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