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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1-22 09:13 (토) 기사제보 구독신청
[팩트체크] 전경련의 ‘풍력발전 줄어 EU 전기요금 올랐다’ 보도자료는 가짜뉴스?
[팩트체크] 전경련의 ‘풍력발전 줄어 EU 전기요금 올랐다’ 보도자료는 가짜뉴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11.0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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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9월’ 단순 비교해 천연가스·전기요금 상승 ‘풍력’ 탓 돌려
푸틴의 천연가스 무기화 등 대내외 변수 무시하고 입맛대로 짜깁기
문재인 정부 탈원전 때리기 위해 의도적 왜곡 주장도
3월 9일(현지시간) 독일 보르델룸 북해 인근의 한 풍력 발전소에 해가 지고 있다.뉴시스
3월 9일(현지시간) 독일 보르델룸 북해 인근의 한 풍력 발전소에 해가 지고 있다.<AP/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놓은 자료가 빈약한 데이터에 근거한 왜곡된 결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럽 풍력발전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왜곡 해석 하거나 의도적으로 과대포장 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자료를 근거로 “원자력 발전을 기저에너지로 활용하고, 석탄발전은 점진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론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때려 친원전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4일 전경련이 발표한 ‘EU, 풍력발전 감소로 전기요금 최대 3배 폭등’ 보도자료를 검증해 봤다. 보도자료를 통해 전경련은 ‘풍력발전 감소로 전기요금이 급상승한 EU에서도 일부 공장이 가동 중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바람세기가 약해지면서 풍력발전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대체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논리다.

전경련이 배포한 자료는 연합뉴스, 중앙일보 등 국내 30여 언론사들이 여과 없이 받아 썼다. 바람이 약해지면서 전기요금이 3배 올랐다는 제목을 그대로 쓰거나 탄소중립 보완을 위해 원자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은 언론사가 많았다.

9월 풍력발전량만 비교해 놓고 천연가스 3배 올랐다?

전경련은 윈드유럽(WindEUROPE)을 참고해 풍력발전량을 비교했다. 방식은 생뚱맞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소속해 있는 전경련이 이런 수준 낮은 자료를 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예로 든 풍력 발전량은 올해 9월과 지난해 9월의 한 지점만을 비교했다. 분기나 연간 비교 방식이 아니라 9월 한달치만 가지고 분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의 특성상 월마다 전력 생산량이 다를 수 있어 특정 시점만을 비교한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 역학 관계 등 전기요금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이 지난 4일 내놓은 ‘EU, 풍력발전 감소로 전기요금 최대 3배 폭등’ 보도자료의 일부분.<전경련>
전경련이 지난 4일 내놓은 ‘EU, 풍력발전 감소로 전기요금 최대 3배 폭등’ 보도자료 일부.<전경련>

전경련 산업전략팀 관계자는 “당시 10월 말에 자료를 작성하다 보니 가장 최신 자료인 9월을 비교하게 됐다”며 “발전량이 올라가거나 떨어진 시점이 있고 주장들이 다 다르긴 한데, 유럽 전체를 가장 최신 자료와 비교한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았다”고 말했다. 월마다 풍력발전량이 다를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기준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유럽의 월별 풍력에너지 발전량.<윈드유럽>
유럽의 2020년 월별 풍력에너지 발전량.<윈드유럽>

전경련은 9월 풍력발전 자료 하나를 바탕으로 연초 대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3.6배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풍력발전량만을 비교해 여러 요인이 있는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작년 9월과 올해 9월 한달치 만을 비교해 풍력발전량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하는 것은 조사방법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억지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가스 수요가 늘어난 데다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 증가, 세계 최대 가스 보유국인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진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물 시장에서의 천연가스 가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각)과 13일 유럽에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금세 공급량을 동결한다고 말을 바꿨다. 러시아 국영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이 지난달 18일 “11월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에는 다시 공급 확대를 언급하며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선물 시세는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락을 반복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최근 완공한 러-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유럽 당국의 빠른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가스 공급량을 고의로 줄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도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했다고 비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안보 보좌관인 아모스 호흐슈타인은 최근 현지 언론 기자단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에 거의 그 선에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러시아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한 달 넘게 유럽 천연가스 현물 시장에서 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크다”며 “푸틴 대통령이 독일 등 유럽 내 저장시설에 천연가스를 늘리라고 지시하면서 가격이 다시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 공급 20% 확대를 약속한 후 지난달 29일 천연가스 가격은 20% 가까이 폭락했다. 하지만 약속한 공급 날인 8일(현지시각)을 앞두고 추가 공급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는 등 사태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전경련은 자료에서 “EU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35%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데 따른 정치지정학적 문제도 EU에너지 위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짧게 덧붙였다. 푸틴의 천연가스 무기화가 가격 급등의 가장 직접적 요인인데도 전경련은 ‘간접적 영향’이라고 구색맞추기식 표현을 집어넣은 것이다. 전경련이 짜맞추기식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전 비중 75% 프랑스 전기요금 상승도 풍력 탓?

전경련이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예로 든 나라는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 4곳이다. 전경련은 올해 1~10월 노르드풀(NordPool) 등의 통계를 참고해 전기요금 증가율이 스페인(3.4배), 프랑스(3.1배), 영국(2.8배), 독일(2.4배)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윈드유럽 자료를 보면 이들 국가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전력 생산량은 독일(27%), 영국(27%), 스페인(22%), 프랑스(9%) 순이다.

8일(현지시간) 유럽 전력 시장의 일일 평균 전기요금.에너지라이브
8일(현지시각) 유럽 전력 시장의 일일 평균 전기요금.<에너지라이브>

주목할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나라다. 하지만 전기요금 증가율은 영국이나 독일보다 높았다. 유럽 전력시장의 일일 평균 전기요금을 보여주는 ‘에너지라이브(EnergyLive)’를 통해 살펴보면 8일(현지시각) 프랑스 전기요금은 MWh당 210.23유로로 독일(177.41유로), 스페인(167.67)보다 높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전기요금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데, 특정 국면만 쏙 빼내 자신들 이해 중심으로 조합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가짜뉴스”라면서 “단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전체적 현상인 양 침소봉대한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유럽의 9월 풍력발전량 감소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국가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는 결과를 끄집어냈다. 유럽의 경우 ‘영국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대규모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고 ‘프랑스도 SMR 등에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SMR 투자는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사업 타당성 확보와 재원 마련을 위해 5800억원 규모의 혁신 SMR 기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한 뒤 일어난 움직임이다.

전경련이 무시한 EU·영국의 해상풍력 확대

전경련이 제시한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담당 장관이 공동명의로 “유럽에는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한 것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윈드유럽이 올해 발간한 '유럽 풍력에너지'의 2020년 나라별 풍력 현황. 연간 전력 수요에서 풍력이 담당하는 비율이 표시돼 있다.<윈드유럽>
윈드유럽이 올해 발간한 '유럽 풍력에너지'의 2020년 나라별 풍력 현황. 연간 전력 수요에서 풍력이 담당하는 비율이 표시돼 있다.<윈드유럽>

‘우리 유럽인들은 원자력이 필요합니다!(Nous, Européens, avons besoin du nucléaire!)’는 제목의 해당 기고문을 쓴 국가는 유럽에서도 풍력발전량이 낮은 편에 속한다. 윈드유럽 통계에 따르면 루마니아(12%), 크로아티아(10%), 프랑스(9%), 핀란드(9%), 폴란드(9%), 불가리아(4%), 헝가리(2%), 체코(1%), 슬로바키아(0%), 슬로베니아(0%) 등이 그렇다. EU의 주류적 시각이라고 보기 어렵고, 풍력발전량이 줄어 원자력을 하자는 전경련 논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엉뚱한 나라들의 사례를 끌어와 유럽 전체의 시각인양 포장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연안 해상풍력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기준 12GW 수준에서 2030년 60GW, 2050년 300GW까지 늘리기로 했고, 영국은 2050년까지 100GW를 제시했다.

영국에서 원전 확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풍력발전량 감소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이 강하다. 영국 보수당은 2035년까지 모든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힌 바 있는데, 이 과정에 원전을 늘리는 안도 포함됐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넷제로 전략’ 보고서를 보면 2050 탄소중립 전력공급 방안으로 해상풍력과 원전을 제시한다.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2030년까지 40GW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이와 함께 17억 파운드(약 2조7000억원)를 투입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SMR 등에 1억2000만 파운드(약 1917억원)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풍력발전량 감소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 원자재와 에너지원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3배 올랐다면 정상적 사고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 온난화로 일부 지역 바람 세기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지역마다 다른 데다 블래이드 경량화와 터빈 크기 증가 등 기술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며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 자립 방법으로 풍력·태양광을 확보하는 방식은 글로벌 컨센서스”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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