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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천 사월마을, 환경오염 주거부적합 지역 결정 2년 그 후
인천 사월마을, 환경오염 주거부적합 지역 결정 2년 그 후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11.0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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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가 쏟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잦다. 과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엔 많은 공장과 주택이 혼재돼 있다.<김동수>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쇳가루마을’로 불리는 인천 서구 사월마을이 환경부가 실시한 건강영향평가조사에서 전국 최초로 환경오염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주거부적합’ 결정을 받은 지 2년가량 지났다. 해당 결정이 내려진 후 최근 주민 1명이 또다시 사망하는 등 주민들이 겪는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20여년 간 마을 주변에 적치된 1500톤이 넘는 건설폐기물, 주택과 혼재된 수많은 공장,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를 오가는 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악취로 주민들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165개 공장 중 절반가량 오염 배출 작업장

사월마을은 300여년 내려온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1992년 그 모습이 차츰 변하기 시작한다. 마을 남서쪽 1㎞ 지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매립지가 조성되면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주민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수용 한계에 도달하자 건설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들어 마을 주변으로 대규모 순환골재처리장, 폐기물 처리업체 등이 들어섰다. 각종 소규모 공장들도 난립했다. 그 결과 사월마을은 수많은 환경오염원에 둘러싸이며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분진, 악취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이에 주민들은 2017년 2월 마을 내 무분별하게 들어선 소규모 공장들로 인한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가 마침내 청원을 수용함에 따라 2017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사월마을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18개월에 걸친 두 차례 건강영향조사 결과는 세간을 놀라게 했다. 2019년 8월 기준 총 52세대 122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에 무려 165개의 공장이 운영 중이었다. 이마저도 38%에 해당하는 작업장이 중금속을 취급하는 용접·금속가공 작업장이었고, 12%는 유기용제류 같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이었다. 당시 환경부에 따르면 사월마을에 있는 공장은 제조업체 ▲122곳(73.9%) ▲도소매 17곳(10.3%) ▲폐기물처리업체 16곳(9.7%) 등으로 공장 수가 마을 주민 수보다 많은 상황이었다.

환경오염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이 인천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은 수준으로 밝혀졌다. 마을 내 토양과 주택 침척먼지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다. 2018년 겨울·봄·여름 3계절,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PM10) 평균농도는 55.5㎍/㎥이었는데, 이는 같은 날 인근 지역인 인천 서구 연희동 측정망 농도(37.1㎍/㎥)보다 1.5배 높은 수준이었다. 이 밖에도 대기 중 중금속 주요 성분인 납, 망간, 니켈, 철 등의 농도는 인근 지역인 구월동, 연희동보다 2~5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자도 잇따랐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을 앓았으며 이 중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많은 주민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호소해 각 질환 호소율이 전국 대비 4.3배, 2.9배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환경부는 사월마을의 암발생이 인근 공장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발생한 암의 종류는 9종류로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지는 않다고 분석한 것이다. 다만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지역보다 높고 소음이 심하며 우울증과 불안증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월마을 전체 52세대 중 71%인 37세대가 주거환경 부적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월마을 안에 있는 한 공장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김동수>

“사월마을 주민, 살아 있어도 산 목숨 아니다”

지난 5월 사월마을에서는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사월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8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 판정을 받고 투병했다. 그러던 중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 인천시청에서 사월마을 이주 촉구 기자회견을 한 최옥경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은 “사월마을 주민들은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니다”라며 “사월마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건설폐기물처리장, 순환골재공장, 수십 개의 중소폐기물처리업체를 비롯한 수많은 공장들을 허가 내준 건 인천시청, 서구청”이라며 “67세면 아직 청춘인데 왜 벌써 사랑하는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떠야 하느냐”고 관련 지자체를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동네 분이 사망하고 주민들이 망자의 집에 가서 큰 자석을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 대어보니 쇳가루가 뭉텅뭉텅 묻어나왔다”며 “매일 청소해서 깨끗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쇳가루 속에서 사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겠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환경오염 피해에 관한 지자체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 필요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사월마을의 환경오염 피해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16년 말로, 당시 지자체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미 있었다. 인천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오류·왕길동 일원 환경개선을 위한 도시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사월마을의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월마을의 미세먼지(PM10)와 중금속 12개 항목(납, 카드뮴 등)은 이미 인천시 평균보다 높은 상황으로 조사됐고, 특히 칼슘은 인천 평균과 인근 연희 측정소보다 6~14배 초과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각종 오염원이 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이미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환경오염 해결책으로서 부족했다는 평가다. 인천 서구청은 언론에 사월마을이 보도되자 환경과 폐기물, 녹지, 도시계획 등 분야별 대책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마을 내부 대기오염 측정, 대기오염배출업소 단속, 주민건강 실태조사 등을 벌였으나 근본적인 개선책은 아니었다.

주거 부적합 판정 후 2년이 지났지만 사월마을의 환경오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길병원이 수행한 ‘인천광역시 서구 사월마을 건강영향조사사후관리 용역 중간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사월마을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인근 지역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사월마을 3개(마을회관·주택·사업장) 지점에서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한 결과, 해당 수치는 각각 일평균 55.5㎍/㎥(최대 65.7㎍/㎥), 51㎍/㎥(최대 59.2㎍/㎥), 55㎍/㎥(최대 63.5㎍/㎥)로 나타났다. 여전히 일평균 대기환경 기준치(35㎍/㎥)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또 인근 지역인 검단( 평균 22.6㎍/㎥), 원당(23㎍/㎥), 청라(23㎍/㎥)보다 높은 수치다.

사월마을 진입로 곳곳에 현수막이 붙어 있다.<김동수>

환경오염 개선책 마련 중…최종 대책 내년 초쯤 나올 듯

사월마을의 환경오염 개선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사월마을 주민들은 이주가 아닌 민간도시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지난 9월 6일 사월마을 주민 대표들이 요구한 주거환경 부적합과 관련 이주 사항에 관해 ‘환경보건법’에 규정이 없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이 이주가 아닌 민간도시개발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주민 대표들이 이주를 원하는 다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공문을 요청했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고 사월마을 일대를 민간개발 하겠다고 했다”며 “주민 대표 등이 이주를 원하는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환경보건법에 이주 근거가 없다는 점을 구두가 아닌 문서로 보내줄 것을 시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이와 더불어 사월마을을 포함한 주변 지역의 환경개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인천시는 총 6억8500만원을 들여 사월마을을 포함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주변의 환경개선사업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마무리 예정으로 결과물이 나오면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주변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령 수도권매립지 수송로를 통행하는 대형 차량으로 발생하는 먼지나 폐기물처리업체에 따른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구청은 건강영향조사 사후관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2019년 9월 건강영향조사 사후관리 예산으로 국고보조금 1억5000만원을 인천시에 교부했는데, 서구청은 시비와 구비 예산을 합쳐 총 2억1400만원을 투입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길병원과 함께 사월마을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 건강 검사와 사월마을 오염도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인천시와 서구청이 진행 중인 환경개선사업과 건강영향조사 사후관리 용역 등의 결과가 올해 말에야 나올 예정인 만큼 사월마을의 환경오염에 관한 최종 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기엔 최소 내년 초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용역 사업을 마쳐야 관련 부서에서 구체적인 내부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구청 관계자는 “거주 이전이 될지 민간도시개발이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관련 부서에서 해당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역시 거주 이전이든 민간도시개발이든 근본적인 개선책이 시행되려면 현재로선 시일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협의와 행정 절차, 타당성 검토 등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지자체가 개선책 중 어느 하나를 단시간에 시행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정책 전문가는 “사월마을 환경오염 문제가 한 번에 개선되려면 주민 또는 공장을 이전하든가 도시개발사업을 해야 하는데 이는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주민은 물론 마을에 있는 공장 소유주와 합의도 해야 하고,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타당성 검토 등의 절차가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해 사월마을 주민 90%가 이주 요구를 했지만 최근에 민간도시개발 쪽으로 의견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주민들의 의견 변화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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