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에 전기요금 올랐다?…“요금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
탈원전 정책에 전기요금 올랐다?…“요금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9.23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분기 연료비 연동제로 3원 내렸다가 4분기에 원상복구
한전 올해 예상 적자 4조원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탈원전 정책 탓? 발전소 폐쇄 등 영향 요인 워낙 적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한국전력(한전)이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언론 표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인상’보다는 ‘정상화’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동결이 됐을 경우 연료비 연동제는 도입 1년 만에 유명무실화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료비 연동제는 그간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석탄, 유가 등 연료비 인상 요인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지난 1분기 유가 하락 때만 연동이 적용됐다. 2~3분기에는 인상 요인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4분기 조정단가 인상으로 전기요금은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 1분기 내렸던 만큼 오른 것이다.

8년 만의 요금 인상? 원상복구가 맞는 말

한전은 4분기(10~12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책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전분기(-3원)보다 3원 올랐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 전기요금을 직전보다 kWh당 3원 내렸다. 이번 조정으로 전기요금이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로 인해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매달 최대 1050원 오르게 된다.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자는 취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뺀 값이다. 여기에 전력 1kWh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연료투입량(kg)인 변환계수를 곱해 산정한다. 한전 자료를 보면 직전 3개월간(6~8월) 세후 기준 kg당 유연탄 평균은 151.13원, 액화천연가스(LNG)는 601.54원, BC유는 574.40원으로 3분기 때보다 크게 올랐다.

다만, 상하한 적용단가 5원과 분기별 조정단가 3원이 적용돼 인상 폭이 제한됐다. 이번 4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는 10.8원이었으나 분기별 조정단가가 적용돼 0원으로 책정됐다. 직전 조정주기 대비해 올릴 수 있는 최대치가 3원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인상이다. 한전의 연료비 적용단가는 지난 1분기 –3원이 적용된 뒤 2~3분기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동결됐다. 전문가들이 이번 인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다.

한전의 연료비조정단가 산정 과정.한전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과정.<한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상승은 만시지탄(알맞은 때가 지났음)이고, 충분한 금액이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제유가가 오른 것을 일부 반영하겠다는 거라 당연한 건데, 8년 만의 인상이란 표현은 무색하고 어색하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1분기에 낮췄던 걸 다시 올린 거라서 원상복구이자 정상화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무산되면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 등이 있어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아예 퇴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전 역시 요금 인상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1분기 –3원으로 결정된 뒤 2~3분기 코로나19 영향 등을 감안해 계속 동결됐다가 이번에 상승분이 반영됐다”며 “이번 조정단가 인상은 연료비 상승도 있고, 계속 요금을 동결한다는 게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은 측면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한전 실적에 영향 적어…연료비 연동제 작동에 의의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한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던 연료비 연동제가 작동했다는 정도를 이번 결정의 의의라고 평가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연료비 연동제가 제도적으로 잘 작동됐다면 2~3분기에도 요금이 올랐어야 한다”며 “이번에는 깎인 만큼 오른 거라 대세를 바꿀 수준은 아니고, 앞으로 연료비 연동제가 꾸준히 잘 지켜져야 한전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교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1원 올리면 한전 실적이 1000억원 정도 개선된다고 전망하는데, 올해 예상 적자 4조원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며 “이번 인상은 연료비 연동제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탈원전 정책 탓으로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지적에는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이 본격화하면 전기요금은 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현재 인상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기에는 발전소 폐쇄 등 영향 요인이 워낙 적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폐쇄된 원전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뿐이다. 원전 용량 역시 2017년 22GWh에서 2024년 27GWh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탈석탄 정책 역시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가동 석탄화력발전소는 2017년 초 55기였는데, 지난 8월 기준 58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 가운데 2기(경남 고성하이화력 1호기, 신서천 1호기)는 올해 신설됐다.

유재선 애널리스트는 “발전소 폐쇄 스케줄을 봐야 하는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 게 몇개 없고 폐쇄된 원전도 2기밖에 없다”며 “지금 한전 실적을 놓고 보면 침소봉대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유승훈 교수는 “아마 사실이 아닌 걸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며 “탈원전은 10년 뒤에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탈원전이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늘린 요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