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친환경 신사업? '그린워싱' 민낯을 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친환경 신사업? '그린워싱' 민낯을 보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8.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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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표방하면서 석탄발전소 건설 골몰
세계적 연기금 APG,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철회 요구
2019년 12월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뉴시스
2019년 12월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거세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공언하고 있다.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환경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이익 창출 규모를 늘려나갈 신사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실행에 들어간 기업은 극소수다. 투자 금액과 이익 창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담겨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속도를 내는 ESG 경영 확대 기조 속에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대표적이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환경친화적이라고 '분칠'하는 행위다. 2050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투자한 한국전력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친환경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어색한 두 단어의 조합도 유행한다. ESG 이면에서 그린워싱 사례가 많아지면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ESG 경영에 대한 선별된 기준과 표준화 된 측정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블루·에코’ 외피 쓴 신규 석탄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투자 기관들은 앞다퉈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을 주도하고 있다.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은 화석연료 기업들의 자금줄을 끊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이 건설한 신서천 석탄화력발전소.<중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이 건설한 신서천 석탄화력발전소.<중부발전>

돈의 흐름이 전 세계 투자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겉으론 친환경 발전소를 표방한다. 한국중부발전이 건설한 신서천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 7월 1일 완공돼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1983년 완공된 서천화력발전소 1·2호기를 폐기한 뒤 인근 회처리장 부지에 신규로 건설한 발전소다.

중부발전은 1000MW 용량의 신서천 석탄화력발전소를 ‘초고효율 친환경’ 발전소라고 표현한다. 효율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였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를 구비해 환경오염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남 고성에 들어서는 6기 민자 석탄화력발전소의 그린워싱은 누가 봐도 심하다. 한국남동발전과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SK가스와 KDB인프라가 참여한 고성그린파워는 스스로 친환경 민자발전회사라고 소개한다. 고성 발전소 1호기는 지난 4월 준공돼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2호기는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고성그린파워는 “1040MW급 2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환경보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강릉안인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강릉에코파워
강릉안인화력발전소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강릉에코파워>

남동발전과 삼성물산, KB금융이 참여한 강릉에코파워 역시 1040MW급 2기를 강릉에 짓고 있다. 1호기는 2022년 9월, 2호기는 2023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강릉에코파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 배출기준을 설계하고, 첨단 환경 설비 등을 갖췄다며 환경친화적 발전소 운영을 자신하고 있다. 앞으로 태양광·연료전지 등 설비를 최적 배치하고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조림 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활동까지 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세웠다.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과 농협은행 등이 참여한 삼척블루파워는 1050MW급 2기 규모로 설립된다.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라는 게 삼척블루파워의 설명이다. 삼척블루파워는 2023년 10월 1호기, 2024년 4월 2호기를 준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주장하는 게 1970년대에 짓던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친환경적이라는 뜻”이라며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연기금이 경고한 신규 석탄발전

7개 석탄발전소가 완공돼 모두 가동되면 연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5000만톤 정도로 추산된다. 2030년 목표 배출량인 5억3600만톤의 9% 수준이다. 정부가 그린뉴딜에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감축하겠다고 한 온실가스량이 1229만톤인데,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2기에서 예상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400만톤이다. ‘친환경’ 수식어가 허울에 불과한 이유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는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한 포스코를 비롯해 탄소중립 대응을 중요 과제로 설정했다는 점을 홍보하기 바쁜 SK에코플랜트, 남동·중부발전사가 참여했다. 이들이 말하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가동 연한인 30년을 채우기 어렵다. 2030 등 중기 목표가 설정되고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탄소중립 기한인 2050년까지 가동을 장담할 수도 없다. 사업 여건 변화로 수익이 나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의미하는 좌초자산이 예고된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세계 3대 연기금이자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기관으로 알려진 APG로부터 충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APG는 8월 4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위원장 앞으로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는 서한에서 “지난 2년 동안 한국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변화를 보인 국가 중 하나”라면서도 “이 모든 노력에 역행하는 중대한 걸림돌과 같은 사업이 민자 석탄발전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민자 발전사업자들이 진행하는 석탄발전 사업은 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좌초자산으로 신속한 중단이 사업자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사업자들이 석탄발전사업의 함정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강력하고 명확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APG는 850조원 규모의 연금자산을 운용한다. 한때 한전 지분을 7%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APG는 한전에 베트남 붕앙2, 인도네시아 자와9·10호기 등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철회를 요구하다가 올해 2월 한전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회수했다.

이미 많은 돈을 들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무작정 폐쇄하긴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의 자발적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최소화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린워싱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기업의 기타 ESG 활동마저 의심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윤세종 변호사는 “ESG가 범람해 옥석이 구별되지 않게 되면 사업을 투자하면서 변별력이 없어지게 된다”며 “기준이 희미해지면 투자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 자체가 없어지니까 전반적으로 동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G 방향 맞지만 옥석 구별할 기준 있어야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 시민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국내외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포스코와 한전의 ESG 평가 점수는 몇 점일까. 국내에서 주로 인용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해 포스코에 A, 한전에 B+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한곳이다.

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를 보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 다배출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ESG 등급 평가가 자칫 이들 기업의 탄소배출을 정당화할 수도 있어 보인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이해관계자 공시와 실질적 환경 경영 성과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 간 비교와 개선 실적 여부도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에 배출량만으로 등급이 책정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극적 감소가 필요한 탄소 다배출 기업의 경우 좀 더 깐깐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없이 개선을 위한 노력만 보여주더라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서다.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탄소 다배출 기업들이 높은 등급을 악용해 그린워싱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업지배구조원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ESG 평가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윤라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 성과를 해당 기업의 3개년 흐름을 보고 평가하고 있는데, 단순 배출량에 따른 등급 영향에 대해서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그린워싱을 피할 수 있는 정량적 평가를 강화하는 등 효율 지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 평가를 명확하게 측정하고, 검증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세종 변호사는 “현재 발표되는 친환경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포장에 치중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일률적인 평가가 되지 않으면 그린워싱 위험도 많고 쉽게 포장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만들고 있는 녹색 분류체계처럼 공통 측정 방법이 마련되면 객관적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기업 활동이 녹색인지 아닌지 구분해주는 분류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평가기관에도 등급 기준을 공개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 변호사는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 입장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이 기관 공시를 참고하도록 하려면 신뢰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과도기 단계지만 기관 스스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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