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정호영 사장,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 역할 빛났다
‘취임 2년’ 정호영 사장,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 역할 빛났다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08.24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취임 2년 맞는 정호영 사장…체질 개선과 OLED 대세화에 박차
4년 만에 3조원 넘는 투자 단행…중소형 OLED 부문 저변 확대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호영 사장이 오는 9월 취임 2년을 맞는다.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호영 사장이 오는 9월 취임 2년을 맞는다.<LG디스플레이>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LG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cash cow)’로 꼽혔던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위기에 직면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달성하며 그룹 내 주력 계열사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2018년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직전 연도보다 2조3000억원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이듬해에는 1조3594억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손실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와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디스플레이 업계 ‘왕좌’에 앉았던 위상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후발주자로 LCD 패널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업체들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여 LCD 패널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BOE와 CSOT, HKC 같은 후발 업체들이 기술력을 끌어올린 후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자 LCD 패널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과거 LCD 패널 시장의 3분의 1가량 점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1·2위를 다퉜지만 2019년 4분기에는 점유율 4위까지 떨어지는 ‘비상상황’에 직면한다.

정호영 사장 취임 첫 행보, 체질 개선과 출구전략 구상

녹록지 않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정호영 사장이다. 2019년 9월 16일 전임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하자, LG디스플레이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수장으로 ‘아시아 최고재무책임자(CFO)’라 불리는 정호영 사장을 내정했다.

정 사장은 1984년 LG전자에 입사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전임 한상범 부회장이 전형적인 ‘기술통’이라면 정호영 사장은 ‘전략재무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9년 4개 분기 연속 적자라는 난관을 헤쳐 나갈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여기에 2008년부터 6년간 LG디스플레이의 CFO로 재직한 만큼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사업전략과 살림살이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안성맞춤 CEO로 평가됐다.

취임 후 정호영 사장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었다.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의 체질 개선과 전임 한상범 부회장의 뒤를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를 실현해야 했다. 특히 OLED는 LG그룹에서 오랜 기간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디스플레이 패널인 만큼 OLED 대세화는 정 사장에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두 과제와 회사의 실적개선을 동시에 해결 가능한 출구전략으로 ‘OLED 중심의 사업 재편’을 본격화했다.

먼저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단행한 전략은 조직 슬림화였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9년 10월 본격적인 인원 감축에 들어갔는데, 같은 해 9월 2만9108명이던 직원 수를 6개월 만에 2만6406명으로 축소했다. 내리막길에 접어든 LCD 조직을 축소하는 한편, OLED 사업 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침체된 실적 개선과 함께 본격적인 OLED 대세화를 위한 사업 전략 구상에도 착수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초 CES 2020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3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대형 OLED 대세화 ▲P-OLED 사업 턴어라운드 ▲LCD 구조 혁신 가속화인데, 실적 개선을 위한 3대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중인 TV용 OLED와 차량용, IT기기 등에서 사용되는 P-OLED를 전면에 내세워 OLED 중심의 사업 재편을 경영전략 최상위에 올려놨다.

이러한 정 사장의 OLED 중심 사업 재편 전략 의지는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주주서한에서 그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산업 내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도 OLED 중심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추진 과제는 지속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LG디스플레이>

OLED 사업 흑자 전환 가시권…남은 과제는 중소형 OLED 육성

9월 취임 2년을 맞는 정호영 사장의 OLED 중심 사업 재편은 일단 성공적이다. 취임 전인 2019년 1분기부터 6개 분기 지속한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의 고리를 체질 개선을 통해 지난해 1분기 끊어냈다. 여기에 올해 2분기에는 7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이상 개선된 실적을 달성했다.

호실적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상승한 LCD 패널 가격뿐 아니라 OLED 패널 수요 확대가 있었다. 지난 7월 말 열린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디스플레이 CFO 서동희 전무는 “2분기의 양호한 실적은 LCD 시황 호조뿐 아니라 OLED 사업 정상화의 성과”라며 “TV용 LCD는 전사 매출의 약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OLED 사업 부문의 성과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상반기 출하량은 350만대로 지난해 연간 출하량의 80%를 넘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OLED 사업 부문은 정상 궤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지난해 1조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OLED TV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하반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22년에는 688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이 흑자 전환 가시권에 접어들자 정호영 사장은 또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사의 대형 OLED보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OLE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OLED 부문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이후 4년여만에 3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중소형 OLED 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자기자본(12조7369억원) 대비 25.9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경기 파주 사업장에 6세대 중소형 생산라인을 증설해 월 3만장 규모인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LG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에서 또 한 번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OLED의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둔 가운데, 그간 약점으로 지목됐던 중소형 OLED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는 시기상 적절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 OLED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 OLED 부문에선 삼성디스플레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이번 투자가 대형 OLED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소형 OLED까지 사업영역을 보다 확대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