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제국’ 야심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제국’ 야심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08.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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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LG 경쟁력, 디지털 전환에서 찾아
전사적 AI 전담조직 ‘LG AI연구원’ 통해 고객가치 제고
CDO 조직 신설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감 더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인사이트코리아/일러스트 양승용
구광모 LG그룹 회장.<인사이트코리아/일러스트 양승용>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취임 4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새로운 LG를 만들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LG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관한 구 회장의 의지는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종래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새해 모임을 디지털로 바꾼 것은 물론, 전사적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을 출범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의 계열사들도 디지털 협업 공간 구축, 클라우드 활용 등을 통해 구 회장의 전략에 보폭을 맞추는 중이다. 40대 젊은 총수, 구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LG그룹의 미래가 디지털과 어떻게 융합돼 탄생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융합, 고객가치 제고와 임직원 업무 변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디지털 전환을 끊임없이 강조한 결과다.

국내 다른 3·4세 경영인과 달리 ‘40대 젊은 리더’, ‘공대 출신 기업 총수’ 등 독특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구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경영전략의 한 축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고객 가치창출과 그룹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뉴 LG 경쟁력 끌어올려 

2018년 6월 40대 젊은 나이에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을 맡게 된 구광모 회장 앞에는 한 가지 숙제가 놓여 있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방향성을 어디에 둘지 여부였다. 더욱 높은 수준의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기업가치를 빠르게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숙제의 ‘답’을 디지털 전환에서 찾았다.

구 회장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2019년 9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을 꼽을 수 있다. 그룹 내 최고경영진이 경영전략을 논의한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고객 가치를 창출할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을 거론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사업 모델과 사업 방식 등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그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은 것이다.

당시 구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디지털 전환에서 뉴(NEW) LG의 길을 찾은 이유는 그의 커리어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과학 학사를 받은 구 회장은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공대 출신이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유학길에 올랐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잠시 근무한 적도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경험이 여타 기업 총수들과 달리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을 필두로 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한 배경으로 꼽힌다.

구 회장이 취임한 후 LG그룹에는 디지털 전환의 단초가 되는 변화가 서서히 나타났다. 1987년 LG트윈타워 준공 후 31년간 여의도에서, 2019년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리던 새해 모임을 디지털로 바꾼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당 등 일정한 공간에 임직원들이 모이던 관행을 깨고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을 활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구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디지털 전환을 강조한 만큼 새해 모임 풍경도 180도 달라진 셈이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그룹 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광모 회장 모습.
구광모 회장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그룹 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광모 회장 모습.<LG>

AI연구원 출범시켜 디지털 전환 시동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환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LG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고객 가치 향상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전사적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을 출범시켰다.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최신 AI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막중할 역할을 맡았다. 당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와 AI 연구개발 등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원은 ▲차세대 음성과 영상 인식 및 분석기술 ▲딥러닝 기반의 자연스러운 상황 인식과 대화가 가능한 언어 처리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판단을 예측하는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등 최신 AI 원천기술을 연구한다. 또 AI 연구를 통해 배터리 수명 및 용량 예측,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 계열사 내 난제들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LG그룹에 따르면 실제 AI 기술을 적용하자 전기차 배터리 개발 시 필요한 배터리 수명 평가 과정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신약 개발 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평가하는데 소요되던 시간도 기존 3~4년에서 8개월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LG AI연구원은 관련 분야의 우수 인재 육성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까지 AI 분야 중량급 우수인재 100여명을 영입했고 올해 말 15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계열사 사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2023년까지 그룹 내 1000명에 달하는 AI 전문가도 육성할 방침이다.

AI를 필두로 한 구 회장의 디지털 전환은 그간 LG가 추구해온 ‘고객가치’와도 연결된다. LG가 추구하는 AI 기술의 목적은 단순한 기술 진보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 AI연구원 출범을 축하하면서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가치’로 연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러한 구 회장의 의중은 올해 5월 구체화 됐다. LG AI연구원은 지난 5월 17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AI 토크 콘서트’에서 향후 3년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LG그룹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및 개발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개발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에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를 개발할 예정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다. LG AI연구원은 데이터 분석과 고객 상담 등 각 분야의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개발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고객가치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고객센터에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초거대 AI를 고객별 상담 이력을 요약해주는 가상 어드바이저(Advisor)로 활용해 상담사가 고객의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텍스트와 음성으로 고객의 문의에 답변하는 고객 상담 챗봇과 콜봇에 적용해 문장이나 대화에서 드러나는 고객의 감정까지 분석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게 LG그룹의 설명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디지털 전환 사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디지털 전환 사례.<인사이트코리아>

CDO 조직 신설해 디지털 전환 가속화

구광모 회장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자 관계사들도 그의 경영전략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LG전자는 클라우드 콜센터를 도입해 일하는 방식은 물론 고객가치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 법인에 클라우드 콜센터를 도입했는데, 올 연말까지 이탈리아와 베트남,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등 10개 국가에 클라우드 콜센터를 추가 확대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PC와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다면 집이나 사무실 등 장소에 관계없이 클라우드 콜센터를 활용해 근무할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상담원은 밀집된 공간에서 근무하지 않아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은 원활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고객의 상담 내용을 문자로 바꿔주는 STT(Speech to Text) 기능을 이용해 상담에서 자주 나오거나 우선적인 처리가 필요한 사항 등을 상담원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상담이 몰려 상담사와 바로 연결이 어려우면 고객이 선호하는 메신저나 LG전자 고객서비스 홈페이지 내 챗봇(Chatbot)을 활용해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LG전자는 향후 고객에게 예상 대기시간까지 안내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콜센터는 신규 서비스 도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챗봇과 보이는 ARS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때 여러 법인에 한꺼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객은 업그레이드 된 콜센터를 통해 편리한 서비스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

LG화학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협업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기반 협업 솔루션인 ‘팀즈(Teams)’를 한국과 중국, 미국, 폴란드 등 전 세계 사업장에 도입한 것이다. 팀즈를 이용하는 LG화학 임직원 수만 1만8500명으로 당시 국내 기업의 팀즈 도입 사례 중 최대 규모였다.

또 챗봇 시스템을 도입해 임직원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였다. 채팅 창에 대화하듯 관련 키워드만 입력하면 임직원 검색은 물론 일정 조회·등록, 회의실 예약, 근무시간 관리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임직원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 시스템에 다국어 번역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메일과 메신저, 전자결재는 물론 첨부파일까지 사내 시스템에 올라온 다양한 정보를 클릭 한 번에 최대 22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 기능도 적용해 번역의 정확도를 높였다. 전 세계 17개국 60개 사업장에 근무 중인 LG화학 임직원은 업계 용어는 물론 자주 사용하는 사내 용어까지 정교하게 번역된 결과물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주요 계열사 내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조직도 잇달아 신설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LG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초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총괄하는 CDO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에서 AI와 빅데이터를 다루던 부서를CDO 조직으로 배치하고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온 LG사이언스파크 대표 이삼수 전무가 부문장을 맡았다. LG유플러스도 산재해 있던 데이터사업추진담당과 디지털전환(DX)담당, AI기술담당 등을CDO 산하로 이관했으며 LG생활건강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말 CDO 조직을 신설했다.

최근에는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활용해 신입사원 교육과 채용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향후 LG그룹 내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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