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열아홉에 망치 하나로 시작해 ‘건설 신화’ 쓰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열아홉에 망치 하나로 시작해 ‘건설 신화’ 쓰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7.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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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다른 뚝심과 안목으로 회사 키워 대우건설 품에 안아
대형 건설사들 세종시 땅 팔 때 사들여 1만3000가구 분양 '대박'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중흥그룹>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1942년생 팔순의 나이에도 매일 아침 7시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다. 19살 청년 목수로 건설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60년간 한우물을 판 뚝심 덕분에 대한민국 굴지의 건설사 대우건설을 사실상 품에 안았다.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 정 회장은 자산 20조원 건설그룹 수장에 오른다.

중흥그룹은 수도권에선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건설사는 아니다. 이번에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노조 반발 등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짓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정창선 회장과 중흥건설의 저력은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정 회장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경영철학으로 중흥건설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것일까. 업계에서는 3개월 단위 철저한 자금관리와 정 회장의 토지매입에 대한 남 다른 안목,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오늘의 중흥을 일군 것으로 분석한다. 

40대에 전남 광주에 작은 건설사를 세우다

정 회장은 갓 소년티를 벗은 19살 때부터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다. 그는 한 눈 팔지 않고 20년 가깝게 현장을 지켰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40대에 접어들어 당시 전라남도 광주시에 금남주택건설이라는 작은 건설사를 세웠다. 처음엔 먹고 살기 위해 목수 일을 했지만 회사를 세우고 경영자가 되고 부터는 꿈이 커졌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연립주택을 짓던 중흥은 정 회장의 불굴의 투지와 땅을 개발하는 혜안으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중흥토건은 15위, 중흥건설은 35위를 기록했다. 중흥그룹의 재계순위는 현재 47위다.    

그가 망치 하나로 시작해 경쟁이 치열한 건설업계에서 '건설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장인정신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83년에 법인설립을 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40년 가까이 된 셈”이라며 “회사가 오래 버틸 수 있는 데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100년 기업이 즐비한 일본처럼 우리 기업도 장인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정 회장의 장인정신은 현장 경영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모든 사업은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끝난다"는 현장경영 원칙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현장을 알아야만 품질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늘 현장에서 실무진과 업무를 공유하고, 즉석에서 빠르게 판단한다. 이는 중흥이 여기에 오기까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중흥건설 사옥.<중흥건설>

대형 건설사 세종시 땅 팔 때 사들인 ‘선견지명’

중흥이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 세종특별시 건설 사업이다. 정 회장은 특유의 안목으로 세종시가 들어설 땅을 미리 점유했다. 세종시 첫 입주가 시작되던 2011년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입주 비율은 저조했다. 같은 해 3월 총리실이 이주대상 16개 중앙부처 공무원 설문조사에서도 도시 기반 시설 부족을 이유로 세종시에는 80.5%가 단독부임을 원할 정도였다. 이때만 해도 낮에 일하던 공무원 대다수가 떠나버려 세종시의 밤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건설사들은 세종시 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때 세종시에 본격 진출한 곳이 중흥이다. 2011년만 해도 세종시는 수의계약을 할 정도로 땅이 안 팔렸다. 대전 집값이 3.3㎡당 1100만원대였는데 세종시 땅을 사 분양할 경우 3.3㎡당 750만원 정도에 그쳤다. 분양가도 싼데다 그 마저도 분양이 잘 안돼 건설사 입장에서는 거기에 뛰어들어 헛수고를 할 이유가 없었다.   

2014년 정부가 신규택지 공급을 줄이며 땅을 미리 확보해두었던 정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했다. 정 회장은 주택 사업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땅값은 오르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 회장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정 회장은 “세종시가 대전만큼만 간다고 봐도 '이건 되겠다' 싶어 전체 주택 용지의 3분의 1 가량을 매입했다”며 “그 덕에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1만3000여가구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중흥은 대형 건설사들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포기한 세종시 용지를 넘겨 받았다. 세종시 아파트 건설을 계기로 중흥건설은 수도권까지 진출했다. 정 회장은 세종시에서 번 돈을 다시 토지에 투자하는 형태로 경기도 광교신도시와 고양 향동과 지축, 서울 구로 항동 등에 아파트를 지어 모두 성공을 거뒀다.

정창선 회장의 자금관리 '3불 원칙'

정 회장은 자본 운용에 관한 ‘3불 원칙’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3불 원칙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기 ▲보증은 되도록 서지 않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기 등이다. 사실 이 원칙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지키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회사 외형을 성장시키면서도 적자 경영을 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자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상에 지금부터 36개월까지의 자금 계획표를 두고 월별로 예상 자금 계획표를 체크했다. 3년간의 자금계획을 세우고 매월 3개월 간의 자금유동을 계획해 리스크를 최소화 했다. 쓸 때는 통 크게 쓰지만 단 한 푼도 허투로 빠져나가지 않게 철저히 관리했다. 그 덕분에 중흥은 회사 규모에 비해 '알부자'란 소리를 들었고, 이것이 결국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배경이 됐다.  

치밀한 정 회장의 자금관리 덕분에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자금 2조1000억원을 외부 차입없이 내년까지 상환할 예정이다. 중흥그룹은 현재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30여개 주택‧건설‧토목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 시공능력평가액이 총 11조8796억원으로 올라 삼성물산(20조8461억원)과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총액도 19조540억원으로 급증해 재계 순위는 20위권에 들어설 전망이다.

최근 정 회장은 주요 계열사와 대우건설을 통합하지 않고 독자경영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의 정 회장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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