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은행장님이 ‘메타버스’서 MZ세대 만나는 까닭은?
엄숙한 은행장님이 ‘메타버스’서 MZ세대 만나는 까닭은?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7.15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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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큰 젋은층에 익숙한 채널 통해 소통
메타버스 시장 2030년 1조5429억 달러...생존 위한 변신
DGB금융지주와 그룹사 CEO들이 지난 6월 21일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경영현안회의를 진행하고 있다.<DGB금융>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금융권 수장의 메타버스(현실세계처럼 구현한 가상세계·Metavers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회사 미래를 이끌 MZ세대와의 효과적인 소통 창구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 거점 금융의 디지털 및 인적자원(HR) 부서가 메타버스 도입 준비로 분주하다.

금융권 가운데 처음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곳은 DGB금융지주다. DGB금융은 지난 5월 초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이용해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해 회의에 참석했다. 6월 그룹경영현안회의뿐만 아니라 평소 시상식과 사내 모임에도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으로 개최하지 못한 신입행원 연수를 제페토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현재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쓰이고 있는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해, 이곳에서 ‘라울’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만든 박성호 은행장과 신입행원들이 소통 시간을 가졌다.

우리은행은 13일 권광석 은행장이 제페토 플랫폼을 활용해 MZ세대 직원들과 친목을 도모했다. 권 행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 닉네임을 ‘전광석화’로 짓고 MZ세대 직원과 희망사항을 나누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메타버스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50~60대 금융권 수장들이 디지털 기반 인터넷은행장보다 적극적으로 메타버스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뭘까?

MZ세대 목소리 담는 소통창구 역할

금융계 수장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체질 개선의 일환이다. 급성장 중인 카카오뱅크·토스 등 빅테크는 이미 MZ세대가 주축인데 반해 기존 금융권은 보수적인 사내문화로 인해 MZ세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막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멀티-페르소나(다중 자아)를 보장하는 메타버스에서 CEO와 MZ세대는 평소 대면했을 때보다 솔직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권위를 해체할 수 있다”며 “양자의 소통은 경영진과 책임자급에게 ‘MZ세대와 소통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조직 혁신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15년 이상 근무한 1981년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50대였으나 40대 초반까지 당겼다. 예금·대출 등 핵심 수익 사업의 디지털 전환 비중이 높아져 점포 인력을 줄이고 MZ세대 IT 인력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하나은행은 2019년부터 상·하반기 연 2회씩 희망퇴직을 진행할 정도로 조직 개편을 조기에 단행해왔는데, 올해는 신한은행도 연 2회 희망퇴직을 받았다.

MZ세대에 힘을 실어주는 CEO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11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한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250여명에게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시대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의 신(新)변화 계기될 것

메타버스는 금융권에서 주로 MZ세대와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55억 달러(50조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 1조5429억 달러(1700조원)로 커진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가 지난 10년간 진행된 핀테크 혁신의 계기였다면, 메타버스는 다음 세대 혁신의 디딤돌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터넷 포털의 다음 버전이 메타버스라는 IT 업계의 시각도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쇼핑·공연·교육 등 콘텐츠를 구입하는 시대가 일반화하면 금융업과 연계된 새로운 먹거리도 생길 전망이다.

정부도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해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타산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오는 2025년 글로벌 5대 선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디지털 금융 선진국은 메타버스 초기 단계를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TD은행은 AR(가상현실)기기로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투자 상담을 돕고, 미국 캐피탈원은 AR 기반의 자동차 대출 앱을 개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마트폰 화면보다 공간감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오히려 고연령층에게 친숙한 디지털 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며 “지점을 점점 줄이고 있는 은행들이 고객 대면점을 유지하기 위해 메타버스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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