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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5-27 19:3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근로자가 된 가사도우미, 68년의 그 어느날
근로자가 된 가사도우미, 68년의 그 어느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7.0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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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근로자법 국회 통과...“내 집보다 깨끗하게…가사노동에 자부심”

초는 분이 되고, 시간이 됩니다. 시간은 쌓여 하루가 됩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하루를 취재원 시점에서 보고, 기자의 관점으로 대신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하루만 제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

가사노동자 김씨가 6월 25일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서창완>
가사노동자 김씨가 6월 25일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서창완>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이들이 있다. 가사노동자다. 가정을 방문해 청소·세탁·요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지금껏 가사도우미 또는 가정부로 불렸다. 그 세월이 68년이다. 이들이 지난 5월 가사근로자 제정안의 국회 통과로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 열심히 일했으나 불리지 못한 이름 ‘근로자’ 지위를 얻게 됐다.

5월 21일 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근로자’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김미정(가명) 씨의 하루를 6월 25일 지켜봤다. 살림살이에 관한 일이란 뜻의 가사노동은 그림자 노동으로도 불린다. 대가가 없으나 해야 하는 활동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들의 일에는 대가가 있다. 이용자가 시간이 없거나 힘들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다.

김 씨가 일주일 중 하루 4시간 제공하는 노동은 한 가정에 쾌적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누구보다 깨끗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신하는 김 씨의 노동은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그가 느낀 첫 번째 감정은 ‘자부심’이다.

오전 9시~오후 1시 청소…구석구석 ‘내 집처럼’

금요일 오전 9시, 김 씨가 서초동의 한 아파트로 출근한다. 가정집인 이곳이 그에게는 직장이다. 업무는 문 앞의 택배를 들여놓는 일에서 출발한다. 출근복을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본격적인 청소 업무가 시작된다.

직접 가져온 커피 믹스를 탄 뒤 싱크대 한편에 놓아두고 설거지에 나섰다. 싱크대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부엌 벽면을 닦고 상부장 그릇을 정리한다. 부엌에 나 있는 베란다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도 한다. 건조기 통에 가득 찬 물을 싱크대에 비우고 물받이 통을 깔끔하게 닦는다.

김씨가 청소에 사용한 도구 일부. 서창완
김씨가 청소에 사용한 도구 일부.<서창완>

부엌 청소를 30여분 만에 끝낸 김 씨가 락스, 물걸레 청소포, 청소솔, 유리창 닦이 등 청소도구가 든 바구니를 한편에 놓아둔다. 청소 장소를 옮겨 김치 냉장고와 식탁을 닦는다. 거실 베란다 문을 연 다음 거실 정리를 시작한다. 아이가 놀았던 흔적들을 정리한다. 책이 제자리에 꽂히고, 뽀로로 기차와 타요 버스는 잠시 소파 위로 올라간다.

안방 청소는 침대 커버와 이불 먼지를 롤 클리너로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다음 작은방 2곳을 정리한다. 15분 동안의 정리가 끝난 뒤 거실 걸레 청소가 이어진다. 아이 몸을 보호하고 소음을 막아주는 매트를 들어 위아래 구석구석 걸레로 닦는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에 쌓인 먼지 제거도 잊지 않는다.

청소기를 돌릴 차례다. 작은 방부터 거실, 안방까지 바닥 청소가 이어진다. 20분 남짓 집안 곳곳에 청소기를 돌린 뒤 김 씨는 부엌 베란다에서 청소기 안 먼지를 정리한다. 일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다음은 밀걸레질이다. 원목 마룻바닥에 알코올을 뿌리면서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방 3곳과 거실, 부엌을 오가며 청소를 한 시간은 2시간 30분 남짓. 이후 안방과 화장실 청소를 한 뒤 뒷정리를 한다. 약속된 시간은 오후 1시까지인데, 12시 30분쯤 일이 끝났다. 김 씨는 “원래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는데, 오늘은 쉬지 않고 했더니 일이 일찍 끝났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먹으라며 건네준 과자와 비타 500.서창완
김씨가 먹으라며 건네준 과자와 비타 500.<서창완>

10년 이어온 ‘고객 만족’ 자부심

올해 64세인 김 씨는 가사노동 일을 한 지 10년쯤 됐다. 금요일 오전마다 출근하는 서초동 아파트에서 근무한 지는 5개월 정도 지났다.

한때는 건실한 중견기업에서 일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 13년 근속했다. 해외로 장기근속 보상 여행을 갔다 왔을 정도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서른 초반에 결혼한 뒤로는 경력이 단절됐다. 이후 자녀 둘을 낳아 제 몫을 할 수 있을 만큼 키웠다. 10년 전 시작한 가사노동자 일이 큰 보탬이 됐다.

김 씨는 베이비시터 일도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5~9시다. 이외 일주일에 두번 가정 2곳에서 가사노동자 일을 하고 있다. 김 씨에 따르면 가사노동 일의 수입은 평수와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김씨가 청소 업무를 마친 뒤 아파트 문을 빠져나가고 있다.서창완
김씨가 청소 업무를 마친 뒤 아파트 문을 빠져나가고 있다.<서창완>

그가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청소를 끝낸 뒤 깨끗해진 고객의 집을 볼 때다. 내 집 청소한 것 이상을 해준다는 게 그의 신조다. 깔끔한 청소는 자부심이다. 자신이 못하는 걸 맡기는 고객에게 만족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 클레임이 들어오는 일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가사근로자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혜택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부심을 얻게 돼 기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은 나이가 있다 보니 혜택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조건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 씨는 “옛날에는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식모나 아줌마라고 부르면서 되게 하대하는 그런 일이어서 누구한테 대놓고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물어보면 이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법 밖에 있던 40만 가사노동자…남은 과제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제11조 조항을 68년 동안 유지해왔다. 제정 이후 현재까지 가사노동자들이 노동법 테두리 밖에 존재한 이유다.

가사근로자법 통과로 가사노동자들도 퇴직금과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 해당 법안은 정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고, 인증 받은 기관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인증기관은 근로계약 과정에 임금과 최소노동시간, 유급휴일 등을 명시해야 한다. 입주 가사노동자는 계약서에 명시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관과 이용자에게 세금 감면과 4대 보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이번 법안만으로 40만 가사노동자 모두가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일을 알선 받을 때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근로기준법 11조를 손대지 않고 특별법 형태로 입법한 것도 아쉽다. 전문가들은 4대 보험 등 부대 인건비라는 인상 요인을 안고 있는 인증기관이 플랫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관과 이용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험료 지원, 노동자 교육과 경력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도 거론된다. 최종 입법 과정에서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이 빠졌는데, 법 개정이나 시행령 등을 통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영희 노무사는 6월 16일 가사노동자의 날에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사사용인이 법률 적용에서 제외되는 조항을 폐지하는 것”라면서 “이를 유지할 경우 이용자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법률 적용 배제와 선별 가사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노동법 적용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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