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기 센터장, 산업 폐기물 재활용해 핵심소재 만든다
이찬기 센터장, 산업 폐기물 재활용해 핵심소재 만든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7.0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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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기 고등기술연구원 융합소재연구센터장
자원 재활용 위한 ‘희소금속 회수 및 소재화 기술’
이찬기 고등기술연구원 융합소재연구센터장. 융합소재연구센터
이찬기 고등기술연구원 융합소재연구센터장. <융합소재연구센터>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국내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더불어 활성화하고 있는 연구·개발 분야가 있다. 바로 ‘희소금속(희유금속) 회수 및 소재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해 필수적이지만 공급이 부족한 핵심소재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기업들이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제품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희소금속은 반도체, 디스플레이(LCD), 터치패드, 전기차, 풍력발전 모터, 태양광발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금속이다. 정부는 리튬, 크롬, 몰리브덴, 텅스텐, 코발트와 같은 35종의 광물을 희소금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도 관련 기술이 요구된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탄소중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해당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희소금속 회수 및 소재화 기술’은 2019년 일본 아베 정권의 ‘화이트 리스트’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당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적인 소재·부품·장비 등을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일명 ‘소부장’의 국산화를 선포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희소금속의 회수·소재화·재활용 관련 기술이 주목받았다. 최근 정부는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을 발표했다.

사실 희소금속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2010년 있었던 ‘희토류 쇼크’ 때였다. 당시 세계 최대 희토류 보유국인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외교적인 다툼을 벌이다가 돌연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희소금속 범주에 있는 희토류는 각종 첨단 제조업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은 ‘2025년 미래 100대 기술 및 주역 리스트’에 ‘희소금속 회수 및 소재화 기술’을 포함했고 핵심 연구자로 이찬기 고등기술연구원 융합소재연구센터장을 지목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6월 27일 이찬기 센터장을 경기도 용인 고등기술연구원에서 만나 관련 연구에 대한 진행 상황, 핵심적 가치, 향후 연구 방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희소금속 회수기술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과 연구·협력을 통해 폐자원 재활용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환경도 지키고 경제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등기술연구원과 융합소재연구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고등기술연구원은 산·학·연 연구·협력 복합체로서 산업기술 관련 연구개발, 선진기술의 도입·보급 및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위해 1992년 설립된 연구과제 중 심(Project based System: PBS)의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융합소재연구센터는 기술 간 융·복합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18년 신설된 조직이다. 최근 차량의 경량화, 탄소중립 사회, 신성장 동력 사업 등이 추진됨에 따라 융합소재연구센터는 이에 걸맞은 소재화 기술 분야 연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기능성·금속 소재, 에너지 소재, 자원 재활용 공정 개발 등 여러 성과가 있었으며 관련된 정부 및 기업지원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융합소재연구센터 연구원이 개발 중인 장비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소재연구센터
융합소재연구센터 연구원이 개발 중인 장비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소재연구센터>

 

최근 주요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유용한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공정 기술 및 소재화 기술연구는 융합소재연구센터에서 핵심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2015년 환경부 유용자원 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해 올해 최종 종료한 폐 스마트 유리 재활용 과제가 있다. 스마트 유리란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태양전지 분야 등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고기능성 첨단유리 제품을 일컫는 용어다. 연구팀에서 자동차 폐유리와 디스플레이 폐유리를 재활용하고 이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속공정이 가능한 연간 5000톤급 규모의 폐 디스플레이 재활용 공정 플랜트를 구축했고 관련 기술과 장비를 기업에 이전하는 등 성공적인 연구수행 결과를 이끌었다.

융합소재연구센터는 유용금속을 함유한 다양한 폐자원의 재활용을 위해 습식 및 건식 공정 기반의 기술 연구와 회수 금속들의 재자원화를 위한 소재화 기술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가령 폐자원으로 버려지는 이차전지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희토류 등의 유용자원 회수 및 소재화를 위한 상용공정을 개발한다. 주석을 함유한 슬러지, 폐액, 스크랩 등의 공정 부산물을 활용한 재활용 공정·소재화 기술 개발도 융합소재연구센터에서 이뤄졌던 자원 재활용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점을 두고 다루는 분야가 있나.

“산업이 발전하면 타이타늄, 몰리브덴, 텅스텐 등과 같은 첨단 소재의 수요가 많이 늘어난다. 이러한 첨단 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타이타늄은 경량화 금속의 일종으로 높은 강도와 내식성이 우수해 항공·국방·자동차·방열소재와 같이 안전 및 경량화가 중요한 분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해 임플란트, 인공 뼈 등의 의료산업 전반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관련 산업 활성화에 따라 타이타늄 시장은 2012년 250조원에서 2025년 600조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2019년 말부터 1년간 연구를 진행해 타이타늄을 가공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타이타늄 시장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타이타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의 순수 타이타늄 판재, 선재 분야 등에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일본 이외에 미국 TIMET, 러시아 VSMPO-AVISMA 등에서도 연간 1만 톤 이상의 타이타늄 생산이 가능하지만 품질 및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본 제품이 우수해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보유 중인 타이타늄 부품 제조기술의 경우 분말 사출 성형 시 탈지 및 소결 과정에서 외부 원소(C, N2, O2)와 반응해 고순도 타이타늄 부품 제조에 어려움이 있어 현재는 저급의 도금용 전극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고순도 타이타늄 소재의 경우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원천소재는 타 국가를 통해 수입하더라도 산업 활용을 위한 부품의 경우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 역량을 강화해 대일 의존도를 탈피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고순도 타이타늄 정밀부품 소재 생산이 가능할 경우 약 3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며, 향후 난소결성 소재 및 희소금속(Zr 합금, Ta, Ni 계열 합금 등)의 부품 제조에 기술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타이타늄 부품 제조를 위한 분말사출성형 공정의 개선으로 생산성 확대 및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자원 재활용인 만큼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이 공존할 것 같은데 좀 더 중점을 두는 쪽 있나.

“산업부와 환경부 과제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인 가치와 환경적인 가치를 모두 담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어떤 기업에서 솔더(납땜)용으로 주석 합금을 사용하는데 공정 중에 나오는 폐기물들을 활용해 원가를 낮추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었다. 주석 합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재활용 플랜트를 설치해주고 추가로 정부 R&D 과제를 수행해 아주 작은 크기의 분말 형태의 솔더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주석 합금 소재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재활용을 꽤 잘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폐자원에 대한 채산성이 안 맞아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재활용 기술을 통해 경제성을 띌 수 있게 만드는 추세다. 반면 과제 수행이 완료된 폐 스마트 유리 및 폐 LCD 재활용 과제는 환경을 보존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LCD에 사용된 유리는 대부분 매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LCD 유리를 효율적으로 분리해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인듐’을 회수했다.”

지금 연구하는 분야가 환경에는 어떤 식으로 기여 할 수 있다고 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태양광 패널 재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주위에 둘러보면 태양광 패널이 굉장히 많은데, 그만큼 많은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기본적인 조사를 진행했고 실행 방안이 나왔는데 아직 과제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기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개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경우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해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센터장으로서 향후 융합소재연구센터 어떻게 이끌고 싶나.

“융합소재연구센터가 국내에서 관련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까지는 선도한다고 말할 수 없고 조직 구성 측면에서도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다. 고등기술연구원이 비영리연구기관인 만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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