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최재형의 명분 없는 ‘대선 직행’
윤석열·최재형의 명분 없는 ‘대선 직행’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1.07.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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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등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 사정기관장이 한 정권에서, 한꺼번에 중도사퇴하고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감사원과 검찰은 국가 최고 사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이 생명이다. 두 사정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공직윤리의 대의를 짓밟고 정치적 야심을 채우는 길로 접어들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직에 있을 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등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를 주도했다. 이때부터 윤 전 총장이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쌓기 위해 검찰권을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작년 2월 전국지검장회의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고 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스스로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묵묵히 공직을 수행하고 있는 후배 검사들은 ‘내로남불’ 선배를 보며 배신감을 느꼈을 법 하다.

최재형 전 원장도 독립적 헌법기관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데 대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장이 중간에 물러난 적은 있어도 정치에 직행한 경우는 없다.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한 처신이다. 최 전 원장이 이 같은 전통을 깬 것은 명분도 없을뿐더러 무책임하다.

최 전 원장 또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월성원전 조기중단 감사를 밀어붙이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즈음 최 전 원장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야권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그가 재임 중 벌였던 감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사정기관장의 대선 직행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퇴행적 행태다. 두 사람의 전례를 따라 앞으로 공적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는 후임자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석열·최재형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가공무원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감사원, 검찰 등 사정기관의 경우 출마 제한을 ‘퇴직 후 1년’으로 강화하자는 게 해당 법안의 핵심이다. 법적 장치를 통해 제2, 제3의 윤석열·최재형을 막자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 이전에 윤석열·최재형 두 사람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것은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윤길주 인사이트코리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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