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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09:5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천공항서 말레이시아인 사망한 날, 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인천공항서 말레이시아인 사망한 날, 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6.2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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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남성 난동 진정 위해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 3명
남성 숨지며 피의자 신분 1년 9개월째…사건은 여전히 ‘수사중’
유족과 합의하면 정상 참작 가능…찾기 어려워도 한 줄기 희망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평소 붐비던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이 한산하다.송환대기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평소 붐비던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이 한산하다.<독자>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1년 9개월, 636일의 밤이 지났다. 그동안 평범한 가장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 치아가 여럿 빠졌다. 웃음이 사라진 가슴을 한숨이 채웠다. 괴로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고통의 밤이 지금도 기약 없이 흐른다.

2019년 9월 28일,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난동을 부리던 말레이시아 남성이 사망한 이후 하청업체 직원 3명의 삶은 지옥이 됐다. 휴일 이틀을 반납하고 소집된 이들은 해당 남성을 진정시키는 업무를 맡았다. 이날 오후 4시 40분~8시 18분 국정원과 경찰, 공항 여객서비스팀과 항공사 직원들이 매달렸던 일이었다.

항공사 전체가 들썩인 사건을 3명이 인계받은 시간은 밤 9시쯤, 남성의 난동이 누그러진 시점이었다. 그날 그저 추가 업무였을 뿐인 15시간 남짓이 636일을 괴롭게 만들 줄 직원 3명은 알지 못했다.

그들 중 한 명인 주임 A씨를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감소하면서 다음 달 무급휴직 결정이 내려지면 퇴직한 후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취업이 어려운 데다 매달 빚을 갚아야 하는 그가 생각한 궁여지책이다.

송환대기실 직원들은 정부나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여러 항공사가 연합해 만든 항공사운영위원회(AOC)의 하청 인력업체 소속이다. 송환대기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 승객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머무는 면세구역 내 공간인데, 현재는 업무의 공적 특성을 고려해 인력을 공무직으로 전환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 추진에 도화선이 된 사건이 말레이시아 남성 사망 사건이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법안 통과는 시점이 문제일 뿐 부처 간 합의는 어느 정도 돼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도 공무직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송환대기실 직원 공무직 전환 공론화에 큰 영향을 미친 그 날 현장에 있던 3인의 사정은 여전히 그대로다.

어르고 달랬는데…돌아온 건 ‘감금 및 포박’ 혐의

A씨는 휴일인 그날 회사 호출을 받고 집을 나섰다. 담당 팀장은 ‘성격이 좋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말레이시아 남성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시간이 오후라는 점도 고려됐다. 3명 모두 다음 날도 휴무였다. 다음 날 근무가 있는 직원이 소집되면 업무 처리에 지장을 줄 수 있었다.

밤 9시께 회사 호출에 모인 이들은 그제야 그날 오후 상황에 대해 전해 들었다. 말레이시아 남성은 잠시 진정이 된 상황이었지만, 언제든 사정이 악화할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본청인 대한항공 담당 과장이 면세 구역 내 호텔 방 한 칸에 이 남성을 머물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환승구역 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딱딱한 바닥보다 침대가 낫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과정에 대한항공이 나선 건 AOC를 대표하는 업체인 데다, 숨진 남성이 송환을 위해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해당 환승호텔도 대한항공이 운영했다.

이 선택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감금’ 혐의가 됐다. 폐쇄된 공간에 말레이시아 남성을 가뒀다는 의미다. 호텔 방의 경우 자동 잠금 장치가 있다는 점이 ‘감금’ 혐의를 뒷받침했다. 앞선 사정은 이해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019년 작성한 '말레이시아 남성 환승객 사망 사건 보고' 문건.독자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019년 작성한 ‘말레이시아 남성 환승객 사망 사건 보고’ 문건.<독자>

‘포박’도 이들이 추궁받은 혐의였다. A씨는 당시 호텔에 더블 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하나가 구비돼 있었다고 기억한다. 밤에도 이어진 말레이시아 남성의 난동 때문에 침대 사이 협탁 등은 모두 화장실로 옮겨 놓아야 했다.

A씨는 “말레이시아 남성이 늦은 시간에도 발작을 계속했고 굉장히 심하게 난동을 부렸다”고 설명했다. 그날 오후 진정을 위해 전사가 나서야 했던 남성의 난동을 늦은 밤에는 3명이 막아야 했다. 다리도 잡고 팔도 잡아 봤다. 그래도 되지 않길래 선택한 게 잠시나마 묶어두는 일이었다.

“자해 시도로 인해 난동이 정말 심할 때 잠깐씩 손을 벨트로 묶었다. 꽉 조이는 것도 아니었다. 말레이시아 남성이 난동을 주기적으로 피우긴 했어도 서로 무언의 대화가 통했다. 조금만 있다가 집에 가자, 가자, 다독거리는 느낌이었다.”

국과수 조사 결과는 ‘사인 불명’…괜찮을 거란 회사 말 믿었는데

“이거 때려죽여도 못 하겠다.”

그날 밤 A씨의 심정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으나 오후쯤 다른 직원과 교대하기로 예정된 일정도 마다했다. 인수인계하며 다른 직원에게 고통 전가를 하기보다는 감내하자는 마음이었다. 대한항공 직원이 “고생하셨다. 출국 수속 준비 중이라 얼마 안 남았다”고 격려했다. 몇 시간만 더 버티면 된다고 믿었다.

A씨와 직원 2명은 다음날 정오가 돼서야 도시락으로 첫 끼니를 때웠다. 메뉴는 초밥이었다. 이후 오후 2시 44분께 말레이시아 남성의 호흡이 일정치 않은 게 발견됐다. A씨는 “갑자기 느낌이 조용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이 그 사실을 119에 신고했다. 말레이시아 승객은 이후 의료센터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39분 숨을 거뒀다.

A씨가 회사로부터 전달받은 말레이시아 남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조사 결과는 ‘사인 불명’이다. 직원 3명의 혐의로 지적받은 ‘감금 및 포박’이 남성의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A씨는 초반에는 해당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몇 달이 지나 다시 연락을 받았다. 그 당시 말레이시아 남성을 묶는 데 사용했던 벨트를 임의제출했는데, 이를 다시 돌려받는 줄 알았다고 A씨는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기관(기동타격대) 직원들이 2019년 9월 28일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남성 승객이 소란을 피우자 이를 제압하고 있다.독자
인천공항 관계기관(기동타격대) 직원들이 2019년 9월 28일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남성 승객이 소란을 피우자 이를 제압하고 있다.<독자>

“별 걱정 없이 경찰서에 갔는데, 앉자마자 지금부터는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더라. 보강 조사를 시작했고, 그 뒤로 1년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초에야 검찰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A씨에 따르면 회사 측 말은 자주 바뀌었다. 초반에는 시간이 지나면 내사종결로 소리소문없이 끝날 거라고 했다. 인터뷰도 자제하라는 식이었다. A씨는 조용히 넘어갈 일을 긁어 부스럼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왜 가만히만 있냐”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A씨를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직원 3명은 인천공항 출입을 위해 3개월짜리 임시패스를 발급받아 근무하고 있다. 사진 등록이 안 돼 있어 공항을 출입할 때 신분증과 명찰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A씨는 수사 중인 사건이 기소 단계로 넘어가면 임시패스조차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년 반 넘게 시달리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무급휴직 상황이 계속되면서 집에서는 우울한 생각만 든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데도 신원 조회에서 걸린다. 검찰 수사 중인 피의자를 누가 써주겠나. 무급휴직이 아닌 달 제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버는 돈은 빚 갚는 데 쓰고,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고정 이자 때문에 사표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생계 탓에 어쩔 수가 없다.”

직원 36명으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현재 매달 19명의 인원이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승객이 감소하면서 내려진 조치로 나머지 인원들은 이 기간 무급휴직 상태가 된다. 매달 25일 저녁에 무급휴직자를 발표하는데, A씨에겐 이 시간이 특히 더 괴롭다. 그가 매달 나가는 빚을 갚기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벌기 위해 생각한 수단이 실업급여다.

수사 탄력받았지만…말레이시아 유족 합의 ‘산 넘어 산’

검찰 조사가 탄력받은 건 한 줄기 희망이다. 송환대기실 직원들은 담당 검사가 바뀌고 난 뒤 수사가 진척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꽤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담당 검사가 해당 사건을 두고 피의자가 된 직원 3명의 사정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전화해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송환대기실 직원들은 검찰로부터 직원 3명이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주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다만, 사람이 죽은 사건인 만큼 당사자 유족의 합의서나 포기서든 뭔가가 있어야만 정상참작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검찰 설명에 따르면 송환대기실 직원들은 숨진 말레이시아 남성의 유족을 찾아 적절한 합의를 해야 한다. 당시 숨진 남성의 유족들 존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점도 문제다. 대한항공이 최근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해당 유족을 찾는 것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A씨의 기대는 크지 않다.

A씨는 이 상황이 아쉽다. 사건 초기였던 2019년 한 차례 해당 남성의 유족과 연락된 적이 있어서다. A씨는 “당시 대사관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이복동생인지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유족과 연락이 닿은 적이 있다”며 “화장 등과 관련해 연락했었는데 필요 없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송환대기실 직원들은 말레이시아 유족을 찾으려면 외교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해 유족을 찾기 위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몇몇 의원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A씨는 한순간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마음 같아서는 빚을 내서라도 말레이시아에 가고 싶다. 하지만 언어도 되지 않고, 돈도 없고, 자가격리할 시간과 여유도 없다. 유족과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 말레이시아의 주민등록 시스템이 미흡하고, 일처리가 느리다고 들었다. 지금도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수십 번 생각한다. 나는 해당 남성의 안정과 회사를 위한 업무를 한 죄밖에 없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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