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중국법인 전 임원 ‘기밀비 횡령 소송’ 뒷말 나오는 까닭
한국타이어, 중국법인 전 임원 ‘기밀비 횡령 소송’ 뒷말 나오는 까닭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6.2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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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전 임원 A씨 상대로 ‘기밀비 개인 용도 사용’ 법적 대응
1심 “사용 내역 제출 안해” 기각…2심 “횡령 사실 인정” 판결
한국타이어, 횡령 확신하고도 고발 아닌 민사소송…기밀비 사용처 ‘침묵’
한국타이어 중국 법인에서의 횡령 사건에 대한 법원의 기존 판단이 뒤집혔다. 뉴시스
한국타이어 중국 법인에서의 횡령 사건에 대한 법원의 기존 판단이 뒤집혔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중국 법인 소속이던 전 직원의 기밀비 횡령 사건에 관한 재판에서 기존 결과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다만 회사측은 횡령액의 사용처와 향후 기밀비 사용 매뉴얼 개선 여부 등에 대해서는 침묵을 이어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12월 말 한국타이어 중국 생산 법인 소속 임원인 A씨가 귀국해 퇴사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17년 중국지역본부로 발령받아 현지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전임자로부터 한 예금통장을 건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예금통장은 현지에서 위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회사의 ‘기밀비’가 담긴 것으로, A씨 발령 당시 150만 위안(한화 약 2억5800만원)의 기밀비가 입금돼 있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가 A씨 퇴사 후 예금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결과, 약 400위안 정도로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근무한 시기 중 1년 만에 2억5800만원의 기밀비가 사실상 전부 사용된 것이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A씨가 본사나 중국 법인 소속 본부장의 승인 또는 결재 없이 공금인 기밀비를 횡령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반면 A씨는 기밀비를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가 발행될 수 없는 곳에 사용했지만, 업무상 용도에 위배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한국타이어 측에서 해당 자금 사용 내역을 요구하자 이에 대해 밝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법인 자금을 담당자 승인이나 결재 없이 업무 등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해 회사에 금전적 피해를 끼쳤을 경우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한국타이어 측은 A씨의 횡령 사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민사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런 법원의 판결이 나온 까닭은 바로 횡령의 대상이 단순한 법인 자금이 아닌 기밀비였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2001다38692, 2001.9.28. 선고)에 따르면, 회사측이 직원의 횡령 사실에 대해 입증하기 위해서는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의 사용자나 총 금액뿐만 아니라 해당 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쓰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A씨가 기밀비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고, 한국타이어 역시 사용 내역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A씨가 해당 기밀비를 개인적 또는 업무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존 판결이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지난 3일 A씨의 횡령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중국 법인 근무 기간 중 사용한 기밀비 상당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서 적용한 판례와 유사한 다른 사건을 판단의 근거로 적시했다. 

해당 대법원 판례(2015다13386, 2016.2.18. 선고)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금원을 인출해 사용한다면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이에 관해 납득할만한 합리적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금원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법리는 비단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회사의 임직원이 보관 중이던 회사 소유의 자금을 소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기밀비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금의 사용 일시와 장소, 자금 집행의 목적과 용도 등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관한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2018년 7월경부터 (한국타이어) 상해본부장으로 근무한 B씨는 기밀비 집행에 관련해 A씨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기밀비를 한국타이어 법인 명의의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의 예금계좌에 보관하면서 일반적 회계관리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자금이 회사로부터 받아 공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A씨가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사용한 비용이 한국타이어 중국 법인의 것으로 한국 본사의 자금으로 볼 수 없는 만큼 A씨가 국내 법인에 배상할 금액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 끝에 한국타이어 측은 전 직원의 횡령 의혹에 대해 기존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지만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 상황이다.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A씨의 해당 기밀비 사용 내역에는 금액과 인출시점 등이 기재돼 있었지만, 해당 금원이 어디에서 언제, 무슨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해당 기밀비가 개인 예금계좌에 입금돼 있었고, A씨가 사용 후 영수증 등을 남기지 않은 만큼 한국타이어 측이 용처를 명확히 파악해 내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회사 측이 A씨의 횡령 혐의를 확신하고 있었다면 형사고소 등을 통해 이를 상세히 밝혀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A씨에 대한 형사고소 여부에 대해 답변해주지 않았다. 또 현재 기밀비 운용 상황과 향후 횡령 관련 재발 방지를 위한 기밀비 사용 매뉴얼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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