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블랙록’ 선언한 금융투자업계, ESG 소홀 기업 거들떠도 안 본다
‘한국의 블랙록’ 선언한 금융투자업계, ESG 소홀 기업 거들떠도 안 본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6.02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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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본사.<각 사>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내놓은 입장에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가 깜짝 놀랐다. ESG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체적인 ESG 목표를 설정하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에 대한 관심은 투자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부족했던 친환경 금융의 강화를 선언했고, 자산운용업 계는 한국의 블랙록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ESG 역사 15년’ 미래에셋, 임직원 다양성 확대

국내 5대(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ESG 경영에 뛰어든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신조로 삼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06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비재무적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지금까지 작성·발표하고 있다.

덕분에 미래에셋증권의 ESG 경영 수준은 외부기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획득해 국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종합 B+등급, 한국투자증권(자회사는 지배구조 등급만 산출)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종합 B등급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사회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과 나노신소재 등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청년주택 개발사업을 지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또 여성인재 육성을 통한 임직원 구성 다양화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지난해 연말 기준 경영 임원 23명, PB 임원 16명 등 여성 중역 39명이 활약하고 있다. 여성 중역 비중은 2017년 7.6%, 2018년 11.4%, 2019년 12.0%, 2020년 12.7%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소속 비영리사단법인인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은 미래에셋의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BPW 골드 어워드’를 시상했다.

‘친환경 금융’ 고삐 죄는 삼성·한국투자증권

증권사들은 대체로 환경 부문에서 약점을 보였다. 환경 등급은 사회 등급보다 한 단계씩 낮은 게 현실이다.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삼성 금융 관계사들과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환경 부문 ESG 경영에 본격 나섰다. 2018년 6월부터 석탄 발전 신규 투자를 하지 않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정책에 동참했으며,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직간접 투·융자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녹색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2월 나이스신용평가의 ESG 인증평가 중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그린1’을 받아 5년 만기 7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그린1 등급은 일반적인 ESG 채권과 달리 까다로운 등급 평가를 받아야 얻을 수 있다. 녹색채권 중 가장 상위 등급이다.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국 미드스트림 사업, 프랑스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된 기지분 매입분에 대한 차입금의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난해 12월부터 협업에 적용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2019년에는 신재생에너지발전소 등 글로벌 산업시설 투자를 확대해 인프라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인정 받고 있다.

5대 증권사 중 환경 부문이 부진했던 한국투자증권도 분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석탄 관련 추가 투자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올해 4월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조정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 가격의 합리적 형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한자산운용, 주식형 펀드에 ESG등급 기준 적용

자산운용사의 ESG 경영은 다른 금융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투자 대상 기업의 ESG 경영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사 역시 체계적인 ESG 투자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 3월 ESG 추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고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위원회와 TF를 통해 글로벌 기준 ESG 전략을 도입하고 외부 ESG 전문가 자문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자산군별 ESG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삼성 금융 관계사들과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올해 4월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경영 흐름에 동참했다. KB자산운용도 4월 신설한 ESG운용위원회를 통해 ESG전략 수립, 투자성과 분석, 위험관리 등의 의사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지난해 9월 ESG위원회를 조직한 신한자산운용은 보다 구체화된 ESG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에만 적용하던 ESG등급 BB종목의 보유비중 70% 이상 기준을 5월부터 일반 공모 주식형펀드에 적용했다. ESG펀드와 같은 특별한 전략이 아닌 일반 공모 주식형 펀드에 ESG등급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국내운용사 중 최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한자산운용이 한국의 블랙록 역할을 가장 먼저 자임하고 나섰다”며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신한자산운용의 움직임에 동참해 국내 투자 기업의 ESG 경영 의지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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