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당하면 개도 주인을 문다
통제 당하면 개도 주인을 문다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6.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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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지시나 통제는 저항을 부른다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가 있다. 해와 바람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겉옷을 누가 빨리 벗길 수 있는지 내기를 했다. 바람이 나그네를 향해 센 바람을 불자 나그네는 옷을 벗기는커녕 옷깃을 여미기만 했다. 반면 해가 나그네에게 따뜻한 햇볕을 보내자 나그네는 겉옷을 벗어 버렸다.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의 행동을 통제한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에게 온 마음으로 응원과 격려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을 향해 눈이라도 마주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한다. 아이가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몸을 뒤집을 때가 되면 온 가족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이가 몸을 뒤집고 서기라도 하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좋아한다. 

하지만 격려는 여기까지이다. 아이가 혼자 움직이기 시작하면 부모는 “안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아이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부모는 동화 속 ‘바람’으로 변신한다. 아마도 ‘안돼!’는 일생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안돼!’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통제했을까 라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 

‘안돼!’라는 말의 대상에는 동물도 예외일 수 없다. 강아지를 키우는 주변 사람을 보거나, TV 프로그램 속에 나오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쉽게, 자주 나오는 단어가 ‘안돼!’이다. 하지만 문제는 ‘안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 말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문제 행동을 하는 개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다. 훈련사는 개의 문제 행동을 교정할 때 ‘안돼!’라는 부정적인 명령 대신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무관심만으로도 개의 문제 행동을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다. 훈련사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는 강아지에게는 간식을 주는 등의 보상을 통해 바라는 행동을 더 자주 반복하도록 만드는데 이것을 ‘긍정강화훈련’이라고 한다. 

반려견 훈련에서 긍정강화훈련이 떠오르고 있다. 개 훈련사들은 개를 통제하거나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개를 벌주기 위해 전기 충격을 주는 쇼크 칼라(shock collar)나 목줄 교정과 같은 도구의 사용이 개의 자신감을 해치고, 훈련사와의 관계도 망가뜨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방법 대신 간식으로 긍정 강화 훈련을 한 개가 임무를 더 잘 수행한다는 포르투갈 학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개를 훈련하는 훈련사들 사이에서도 목을 조이는 초크 칼라(choke collar), 전기 충격을 주는 쇼크 칼라, ‘안 돼!’ 명령 등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해와 바람’

긍정강화 방식의 확산에는 안내견 단체의 실험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들(the Guide Dogs for the Blind)’이라는 단체는 15년 정도 전부터 거의 모든 부정적인 훈련기술과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훈련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훈련방식을 도입한 다음부터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되었고, 안내견의 수명도 1~2년 길어졌다고 한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수명이 길어진 이유로 안내견의 스트레스가 줄어서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필요에 따라서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처벌과 냉혹한 처벌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도 격려 대신 통제를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본식 선술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선술집의 콘셉트는 일본 현지와 똑같은 이자카야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문은 반드시 일본어로 하게 했고, 일본어로 주문하지 않으면 벌금 500원을 내는 것을 규칙으로 했다. 이 가게에서는 일본어를 모르는 손님을 위해 기본 회화를 준비했지만, 비난 여론으로 인해 폐업을 선언했다. 

이 가게에서 간과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본어이고 다른 하나는 벌금이다. 만약 일본어가 아니고 영어였다면 반발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폐업으로 이끈 다른 한 가지는 벌금이다. 벌금이나 벌이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거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손님이 술집을 찾는 이유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인데 술집에서 정한 일방적인 규칙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통제했기에 반감이 생긴 것이다. 

이 술집의 주인이 간과한 것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동의 통제를 받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심하면 적개심을 느끼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만약 술집 주인이 고객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는 대신 일본어로 주문하는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벌금은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지만 서비스는 손님에게 주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고객은 일본어도 익히고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일본어로 주문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선택할 자유를 갈구한다. 죄를 지은 사람을 교도소에 가두는 이유도 선택에 대한 ‘자유’를 박탈해 고통을 주기 위함이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면 반항심이 솟아오르면서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거나 저녁에 회식이 있다고 하면 불만을 느끼는 것처럼 일방적인 지시나 통제는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업무에서도 선택의 자유는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조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마련된 이유도 선택의 자유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사람 중에는 조직원이 자신의 눈앞에 있어야 하고, 자신이 지시하는 방식대로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관리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관리자’라는 용어를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조직에서 알게 모르게 ‘관리’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목표 관리’, ‘고객 관리’나 ‘갈등 관리’ 등 관리라는 글자가 포함된 여러 단어가 쓰이고 있다. 관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가끔 “무슨 관리를 하세요?”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해 ‘목표 혹은 실적’이 관리의 대상이라고 거의 모든 관리자가 대답한다.

그러면 “실적을 어떻게 관리하십니까?”라고 다시 질문을 하면 조금씩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물론 생산 현장이라면 관리자의 바람대로 실적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라면 원하는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실적 관리를 원하는 관리자의 주된 역할은 조직원 압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택의 자유가 성과를 높인다

‘고객 관리’도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고객 관리는 ‘생산업체나 상사회사 등이 거래처인 판매점에 대해 행하는 관리 활동’으로 매출채권의 확보와 판매촉진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두산백과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 고객 관리의 목적은 판매촉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고객 관리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고객이 원할 때 판매를 하는 것이지만 고객이 자신이 파는 제품만을 구매한다면 모를까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면 현장에서는 고객의 선택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의사는 무시한 채 자주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면서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세일즈맨도 있다. 

이처럼 고객 관리라는 단어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고객의 행동을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갈등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심리학용어사전에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들이 충돌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갈등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갈등 상대가 있어야 한다. 갈등을 관리한다는 의미에는 갈등 당사자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관리라는 단어에는 조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고 상사의 의도대로 행동을 통제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런 통제가 심할수록 조직원의 능력 발휘 기회도 줄어든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코로나19 이전의 해외 출장이 자유로웠던 시절 A와 B는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는 C사에 업무협의를 위해 출장을 갔다. C사와의 회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 오전 C사의 담당자가 귀국 일정을 물었다.

A는 B와 출장 일정을 잡으면서 일본이 처음인 B를 위해 토요일에 일본 구경을 하고 일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을 잡은 터라 일요일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사의 담당자는 도쿄 인근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없다고 대답하자 C사가 디즈니랜드와 제휴 관계에 있어 무료입장권을 줄 수 있으니 가보라고 하면서 금요일 오후에 입장권 2장을 가져다주었다.

A와 B는 토요일 아침 일찍 도쿄디즈니랜드로 출발했다. A는 B와 놀이공원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놀이기구를 가능한 한 많이 타자고 목표를 정했고, 놀이공원의 문이 열리자마자 미친 듯이 뛰어가 눈에 보이는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했다. 한 번은 놀이기구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지금 앞에 있는 것이 무슨 놀이기구냐고 물을 정도로 더 많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점심시간도 아끼기 위해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했다. 점심을 먹고 난 다음 관광 안내 부스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디즈니랜드 가이드 지도를 손에 넣었다. 이때부터 움직일 동선을 정한 후 놀이기구를 탔다. 저녁 늦게까지 타다 보니 날씨도 추워졌고 탈 만한 놀이기구도 없어 디즈니랜드를 나왔다. 

A와 B가 이렇게 휴식 시간도 없이 열심히 놀이기구를 탄 이유는 자신들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서장이 부서원 두 사람을 지명해 업무 대신 A와 B와 같이 놀이기구를 타고 오라고 했다면 아마도 부서원 두 사람은 부서장의 제안에 갖은 핑계를 대면서 못한다고 했을 것이다.

만약 부서장이 지명하는 대신 지원자를 받는다면 지원자들은 A와 B 이상으로 열심히 놀이기구를 즐길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는 조직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좋은 방법이다. 조직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리더에게 조직원은 자신의 마음을 열면서 업무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성과는 높아지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해’와 같이 마음을 열게 한다. 조직원은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반격하려고 준비를 한다. 개도 자신을 통제하는 주인에게 짖거나 무는 등 공격 성향을 보인다. 또한 상사의 통제는 조직원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업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된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사는 여전히 부하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통제하려고 애쓰지만, 상사가 이렇게 애를 써도 조직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상사의 ‘안돼!’와 같은 통제는 조직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다. 상사의 통제가 바람처럼 강할수록 부하는 자신을 보호하기에 급급해 수동적으로 변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지면서 상사의 바람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직장에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순순히 따르는 부하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하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순응하는 이유는 상사의 지시가 정당해서가 아니라 조직을 사랑하거나 월급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일 수 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사는 조직원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업무에 쏟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상사가 조직원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낼수록 조직원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성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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