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비행체 자율임무계획 선구자 최한림 KAIST 교수
무인비행체 자율임무계획 선구자 최한림 KAIST 교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6.0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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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화 기술뿐 아니라 보안·안전·사회적 합의 중요”
최한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KAIST
최한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KAIST>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는 개인용 비행체(Private Air Vehicle, PAV) 콘셉트 ‘S-A1’을 선보였다. S-A1은 전기 추진방식의 수직이착륙 기능을 탑재하고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율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무인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미래 도시의 이동수단 혁명을 담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전을 제시했다. 도심에서 자율비행을 하는 로보택시나 PAV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구현했다.

PAV와 UAM의 핵심 기술은 자율화(Autonomy)다. 자율화는 조종사나 원격조정 없이 비행체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현재 전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 항공사, IT 기업 등이 PAV 생산과 함께 자율화 기술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ES 2020에서 현대차가 S-A1을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도 U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 UAM 시장 진입 목표를 제시했고 정부는 2035년 이후 완전 자율화 기술을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자율화라는 개념과 도심에서 우리의 머리 위로 수많은 비행체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인사이트코리아>는 5월 24일 화상 연결을 통해 최한림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만나 자율화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최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인이동체 원천기술 개발사업’에서 자율지능연구단장을 맡고 있으며, 6년 동안 ‘무인기를 위한 지능형 의사결정기술’이라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완전 자율비행 기술 도달 시기에 대해 모든 국민의 합의가 이뤄지면 10년 안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행체가 도심 상공을 다니는 일은 단순히 기술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안전·사회적 합의 등이 복합적으로 갖춰져야 완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율화’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한데 설명 부탁드린다.

“자율화는 무인기가 사람이 할 것 같은 일을 스스로 의사결정 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은 산불 진화 과정에서 다수의 무인기가 투입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각각의 무인기는 사진을 찍거나 산불이 퍼져나가는 것을 모니터하고 물을 길어 산불을 진화하는 등 임무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느 지역에서 산불이 났을 경우 사진을 찍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무인기가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불을 끄는 임무를 맡은 무인기는 어느 지점에서 물을 뜨고 어떤 위치에 쏟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사람의 조종이나 간섭 없이도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따라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더 나아가 서로 협력까지 하며 산불 진화를 알아서 수행하는 것이다. 저희(연구팀)는 여기에 필요한 이론이나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어떤 차이점 있나.

“AI와 관련이 많다. 사실 용어의 문제일 수 있는데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AI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자율화’라는 용어를 많이 써왔다. 무인기나 로봇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움직이는 것만 스스로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할 것 같은 의사결정까지 스스로 하도록 만든다는 차원에서 ‘자율화 레벨을 높인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AI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소위 말하는 기계학습(딥러닝)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가리킨다. 그 틀에서 보면 지금 저희가 말하는 자율화는 기계학습을 쓸 수도 있고 다른 기법을 쓸 수도 있다. 지금은 기계학습 기법들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어떤 연구 성과가 있었나.

“정부 과제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국방과학연구소 과제로 ‘무인기를 위한 지능형 의사결정기술’ 연구를 작년까지 6년 정도 했었다. 군사작전 지역에 무인기를 투입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의 공격, 기체 고장 등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 등 일련의 과정을 설계하는 연구였다.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로 ‘무인이동체 원천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수의 무인기를 가지고 연구하는데 육·해·공 등 여러 분야 기체를 통틀어 ‘무인이동체’라고 지칭한다. 산불사고, 해양조난사고 등 재난 상황에서 여러 종류의 무인이동체들이 서로 알아서 각자 어떤 일을 할지 할당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연구다. 저는 자율지능연구단을 맡아 고장과 같은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UAM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을까.

“UAM은 현대자동차가 CES에서 발표한 후 관심이 커졌다. 무인기보다는 사람이 타고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우리 정부 로드맵에 UAM 자율화는 2035년 이후로 돼 있다. 그 전까지는 지하철·버스노선처럼 다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에 드라이버가 있는 택시가 다니게 하고, 이후 완전 자율화돼 사람이 타기만 하면 비행체가 알아서 가는 순서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UAM은 너무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비행체는 자율차보다 안전에 대한 규제가 훨씬 세다. 문화적인 측면도 클 것이다. 과연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위로 비행체가 다니는 것을 허락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삶에 직접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후 UAM이 들어와도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술적인 난관들도 아직 많이 있다. 과연 배터리 용량을 사람이 가고 싶은 거리만큼 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굉장히 빽빽한 도심에서 추락하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춰야 하고 사람들도 안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서울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어느 지역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자율화할 것인가에 따라 자율화에 도달하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기술적·법적·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더 빨라질 수 있고 좀 더 안전하게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일 수도 있다.”

그래픽=이민자
<그래픽=이민자>

자율화 관련 민간 기업과 교류·협력이 있나.

“제가 맡은 연구에서 민간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다른 연구 분야에서 현대차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에서 항공우주 분야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은 아니었다. 거의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가는 형태다. 특히 국방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민간 기업과 함께 진행하더라도 정부 사업인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쪽으로 확장되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점점 더 민간 기업과의 교류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UAM을 주도하고 곳은 현대차 같은 자동차 회사나 한화시스템 같은 방산업체다. 무인기 소형 드론은 스타트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대형 드론은 역사가 긴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자율비행 기술의 4대 핵심 기술로 H/W 제어, 환경 인식, 경로 계획 및 수정, 다중센서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핵심 기술은 ‘경로 계획 및 수정’ 인가.

“임무계획을 주로 다루고 경로 계획도 함께 다룬다. 사실 저는 비행에서 아주 중요한 게 항법이라고 생각한다. 내 위치와 자세를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비행체와 자동차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한데, 자동차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그냥 멈춰 있으며 사고가 안 난다. 비행기는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바로 떨어진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정밀한 항법의 중요도가 굉장히 높다. 비슷하게 도심에서 UAM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UAM이나 무인기가 자율비행을 할 수 있으려면 자율화 기술뿐 아니라 그 외 다른 분야 기술도 중요한 것 같다. 그중에 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무인이동체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조직은 앞으로 무인이동체를 의미 있게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기술별로 10개 정도의 연구단으로 구성된다. 저는 자율지능연구단에 속해 있고 그 외 항법·통신·센서 연구단 등이 있다. 각 요소 기술들 모두 중요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관제도 굉장히 중요하다. 가령 무인비행체 200대가 돌아다닌다고 하면 이들이 모두 사람의 관제를 따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통신도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이버 보안(security)이다. 사람이 안타고 있는 비행체를 탈취하기는 훨씬 쉽다. 해킹당하면 사고 내지는 테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다. 이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희가 하고자 하는 연구 방향성을 말씀드리면 다수의 이동체를 좀 더 똑똑하게 만드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앞서 말씀드린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 싶다. 향후 기계학습 인공지능이 과연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안전·사생활·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분야에는 자율화가 완료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예를 들어 영상 기반 딥러닝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경우 관련 앱이 눈을 입으로 인식해 안경을 씌우는 실수를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율차나 UAM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큰 사로로 이어진다. 안전성에 대해 굉장히 높은 신뢰도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또 하나 다른 측면은 자율화나 딥러닝 기술이 검증 가능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의 AI는 경험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알파고가 수많은 대국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상의 판단을 내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데이터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데이터 기반은 잘 되고 있는데 이것이 왜 잘 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이라는 분야도 있다.

만약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안전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 확률로 잘못 판단했을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불안할 것이다. 반면 99%에 대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알려주고 그것을 재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저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를 하는 분야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검증 가능한 자율화(verifiable autonomy)’라는 키워드는 전 세계적으로 약 6~7년 전부터 있었고 이제는 학문 분야의 하나로서 시작되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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