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더현대 서울’ 성공 스토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더현대 서울’ 성공 스토리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6.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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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지도 바꾼 파격과 혁신...백화점에 자연을 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인 ‘더현대 서울(The Hyundai Seoul)’이 문을 연지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점 후 한 달 만에 매출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연 매출 1조원에 도달하는 백화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갈수록 현실화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이처럼 성공 신화를 쌓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백화점이다. 매장 면적을 줄여 고객 동선을 확보하고 고객이 오래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실내 공원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파격과 혁신을 담은 미래 백화점 모델’ ‘자연을 담은 미래 백화점’ 등으로 소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18년 창립기념사를 통해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비즈니스모델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시프트(SHIFT)’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밀리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는 ‘더현대 서울’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아직 드러나지 않을 때다.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정 회장은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수많은 도전을 통한 실패에 당당히 맞설 때 비전은 현실이 되고 우리 그룹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혁신적 사고와 실행을 바탕으로 한 성장전략 추진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 변화 ▲공감과 협력의 조직문화 구축 등 3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더현대 서울’은 파격과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을 차별화한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백화점으로 정의할수 있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오픈 때부터 사용해온 ‘백화점’이란 단어를 과감히 지웠다.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인간적인 교감과 소통을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이자 일종의 모험이라는 설명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에게 ‘쇼핑 재미’와 함께 오감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게 ‘더현대 서울’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매장 형태가 타원형의 순환 동선 구조로, 마치 대형 크루즈를 떠올리게끔 디자인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순환동선 구조로 매장을 구성하고 내부 기둥도 없애 개방감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MZ세대 집중 공략 주효, 오래 머무는 공간 제공

'더현대 서울' 내모 모습.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내부.<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특히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이들은 “해외 쇼핑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기존 백화점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층에서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매장 곳곳에 1만1240㎡(3400평)에 달하는 조경 공간을 꾸민 게 주효했다. ‘더현대 서울’ 1층 에 위치한 12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조성된 ‘워터폴 가든(740㎡, 224평)’과 5층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Sounds Forest, 3300㎡, 1000평)’가 대표적이다. 특히 사운즈 포레스트는 층고가 아파트 6층 높이인 20m에 달해 자연 채광을 누릴 수 있는 한편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해 마치 1층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공간은 ‘더현대 서울’을 인스타그램 명소로 만들었다. 매장 곳곳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더현대 서울’ 내부를 촬영하는 고객의 모습을 볼수 있다. ‘더현대 서울’을 해시태그(#더현대서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지난 5월 14일 오전 기준 11만개에 달한다. 오픈 70일 정도가 지난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1600개 정도의 게시물이 올라온 셈이다.

최대 8m에 이르는 넓은 동선 너비도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면세점이나 해외 쇼핑몰 특유의 개방감을 갖춘 매장 동선에 익숙한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쇼핑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지하 1층에는 축구장(7140㎡) 2개를 합친 것보다 큰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 1만4820㎡, 4483평)’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입점한 F&B 브랜드 수는 총 90여개로, 기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1만3860㎡, 4192평)이자 ‘F&B의 성지’로 불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 10여개 더 많다. 서울 유명 맛집인 몽탄·뜨락·금돼지식당이 손잡고 한국식 바비큐 메뉴를 선보이는 ‘수티’를 비롯해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 일본식 돈까스 전문점 ‘긴자 바이린’ 등이 입점해 있다.

특히 지하 1층 전체 F&B브랜드의 30~40%가 디저트·카페 MD다. 단팥빵과 모나카로 유명한 ‘태극당’과 영국식 스콘이 대표 메뉴인 ‘카페 레이어드’, 에그타르트 맛집 ‘통인스윗’, 수제 양갱 전문점 ‘금옥당’ 등 서울의 유명 디저트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여기에 성수동 ‘카멜 커피’, 연남동 ‘테일러 커피’ 등 서울 유명 카페도 입점해 있다.

지하 1층뿐만 아니라 워터폴 가든이 내려다보이는 2~4층에 ‘로라스 블랑’ ‘미켈레 커피’ ‘콘디토리 오븐’ 등 카페를 위치시켜 물소리를 들으면서 브런치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연일 만석일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하 2층의 경우 가장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의류매장이 하나도 없다. 한남동 ‘사운즈 한남’, 서점 ‘스틸북스’, 성수동의 스테이셔너리 전문점 ‘포인트오브뷰’, 일본 대표 가방 브랜드 ‘포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등이 에스컬레이터를 감싸고 있다. 주변 천장과 바닥 인테리어를 달리해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게끔 꾸며져 있다. MZ세대가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현대백화점이 작정하고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공간이다. 70개 브랜드 중 30여개(30~40% 수준)가 백화점에 처음 입점하는 신진 브랜드이거나 기존에 편집매장에서나 볼 수 있던 브랜드다. 스트리트 캐주얼 ‘디스이즈네버댓’,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쿠어’ 등이 대표적이다. 스웨덴 H&M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 ‘아르켓 아시아’ 1호점도 들어서 있다. 상품군도 기존 영패션을 구성하는 단순 패션·잡화 MD가 아닌 캠핑·리셀(빈티지)·음악·가구 등으로 다양화했다.

정지선의 파격 행보, 앞으로도 지속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6832억원 순매출에 65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순매출(4496억원) 52%, 영업이익(149억원) 336% 신장한 실적이다. 지난 2월 26일 공식 오픈한 ‘더현대 서울’의 실적도 여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픈 이후 한 달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만큼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의 주요 원인은 지난해와 올해 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스페이스원 그리고 ‘더현대 서울’을 잇달아 출점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 속에서도 기존 전략에 대한 확신을 갖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상품 판매 공간을줄이고 빈자리를 인공 폭포, 녹색 공원 등으로 채워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을 벤치마킹하려는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올해 하반기 신규 백화점을 출점할 예정인 롯데와 신세계는 신규 매장에 체험형 휴식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동탄점은 영업면적의 절반가량을 식품 관, 테라스하우스, 실내 분수대 등 휴게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신세계 대전엑스포점도 4500평 규모의 일체형 옥상 정원, 전망대 등 고객 휴식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백화점과 함께 호텔과 과학관이 들어서기도 한다.

현대백화점도 기존 백화점에 ‘더현대 서울’의 특징을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목동점은 7층에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자연친화형 공간인 ‘글라스 하우스’를 선보였다. 글라스 하우스는 유럽의 정원과 온실이 콘셉트로 기존 문화홀이 1273㎡(약 390평) 규모의 실내 정원으로 탈바꿈한 게 핵심이다. 야외에 하늘정원이 조성돼 있는 목동점 7층은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실내 정원까지 합쳐 전체 면적의 85%를 조경 공간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모습.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현대백화점>

급변하는 상황 대응 위해 ‘비전 2030’ 제시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전국의 각 점포별로 ‘리테일 테라피’를 적용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그룹 비전을 바탕으로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 창출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불확실성이 상시화 된 상황에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 내기 위해 비전 2030을 수립하게 됐다”며 “비전 2030은 앞으로 10년간 그룹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와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지향하는 만큼 ‘더현대 서울’과 같은 파격과 혁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부문은 백화점·아울렛·홈쇼핑·면세점을 주축으로 업태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유관 사업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해 현재 13조2000억원대의 매출 규모를 2030년에는 29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은 ‘고객의 생활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라이프 플랫폼’을 목표로 온·오프라인 융복합을 통한 핵심 경쟁력 고도화와 고객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의 전문화를 추진하는 한편, 라이브 커머스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더현대 서울’에서 선보인 정지선 회장의 파격과 혁신이 그룹 전체 사업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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