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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1-24 15:31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유태영 교수 “韓 기업, 의사결정 과정과 기업정보 불투명”
유태영 교수 “韓 기업, 의사결정 과정과 기업정보 불투명”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6.01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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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태영 한국외대 교수, 한국적 맥락 고려한 ESG 평가 모델 필요성 역설
유태영 한국외대 교수가 글로벌 ESG 모범 경영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지훈>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대기업들이 환경 문제 해결(E)·사회적 책임(S)·지배구조 개선(G)을 의미하는 ESG 경영을 새로운 기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와 시민사회의 윤리 경영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기업들이 왜 최근 들어 유독 ESG 경영을 강조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기업이 ESG 경영을 추진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주목한다.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진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미래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동시에 한국사회의 맥락을 고려한 ESG 평가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외기관의 기업 대상 ESG 평가 지수는 유럽과 미국 현실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매년 악화되는 가뭄과 폭염, 예상치 못한 폭우 등 기후 위기가 지속되면서 ESG 요소 중 환경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사회복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은 저출산, 일자리 감소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랜 기간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 연구해온 유태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ESG 경영의 허(虛)와 실(實), 바람직한 ESG 경영 형태 등에 대해 물었다.

CSR 대신 ESG 경영이 새삼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은 기업이 사회에 가지는 개괄적인 책임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학자, 기업 실무자마다 모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ESG 경영은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구성요소를 제시하며 개념이 모호한 CSR보다 구체성을 띄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ESG 경영은 장기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당장의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장기적인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실행해야 할 지표 또는 항목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기업이 영리 활동을 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고용을 늘리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육아문제와 관련된 사내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은 여성 취업난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ESG 경영의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즉, 기업이 장기적인 ESG 경영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재무적 성장을 이루고 단기적인 ESG 활동을 해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ESG 경영 평가모델이 있나

“2001년 시작된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ESG 지수’가 대표적이다. 평가요소는 환경 부문에서 기후변화·자연자원·오염물질·환경기회, 사회 부문에서 인적자원·제품책임·이해관계자·사회적기여, 지배구조 부문의 경우 기업지배구조·기업행위로 세분화돼 있다. 산업별 주요 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는 유력한 ESG 지수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거래소가 올해 1월 발표한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가 있다. 아직까지는 권고사항이지만 향후 기업이 정보공시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의 성공과 실패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2019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분기보고서에 ESG 성과가 고객과 자원의 획득, 비용 절감, 규제 회피, 생산성 향상, 투자와 자산의 최적화 등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가치증대로 귀결된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즉,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은 평가가 나쁜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신용평가를 받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세계 주요 기업의 CEO에게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에 근거해 기후변화 성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블랙록의 투자를 받는 국내기업 적은데 왜 영향력은 큰가.

“블랙록은 2021년 국내 운용 펀드를 매각하는 등 한국 내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이는 오히려 미화 8조7000억 달러(9760조원)를 운용하는 블랙록을 국내 기업들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연기금도 블랙록과 비슷한 사례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ESG는 기업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향후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기업은 ESG 관리가 경영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 수준을 넘어 마이너스로 만들고 2050년까지 회사 창립 이래 배출한 모든 탄소량을 제로화하겠다고 공언했다.<마이크로소프트>

해외와 국내 모범사례를 하나씩 뽑아 달라.

“해외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들 수 있다. 2030년까지 탄소발생을 제로 수준이 아닌 마이너스로 만들고 2050년까지 회사 창립 이래 발생시킨 모든 탄소량에 대해 책임지고 제로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국내 사례로는 KB국민은행을 언급할 만하다. 국내 최초로 ESG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 ESG위원회는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참여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블랙록 역할에 나서면서 국민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으려는 기업들이 ESG 경영에 나설 유인이 생겼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국내기업 ESG 평가를 보면 ‘G’ 평가가 ‘E’ ‘S’보다 부진한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가 실제로 미흡한 측면이 많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지배구조의 다양성을 확보한 상위 25% 기업은 하위 25% 기업보다 재무적 성과가 15~25% 정도 더 뛰어났다. 국내기업은 지배구조의 의사결정과정, 기업정보 등이 불투명하고 여성과 외국인 등 임직원의 다양성도 부족하다. 또한 현재 평가기준은 서양, 특히 미국에 근거하고 있어 아시아 기업의 가족경영, 한국의 재벌경영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사외이사 비율과 외부감사인 비율 등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

우리 현실에 맞는 ESG 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아시아 기업의 가족경영, 한국의 재벌경영은 비판받을 점이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배당보다 투자 등에 집중해 기업 성장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국내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다 적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비판받는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기준 외국인 투자비중이 53%로 매우 높다.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목적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있는데, 삼성전자가 그동안 주주 권익 보호에 소홀했다면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는가. 사외이사를 둔 국내기업들은 소수 명망가 중심의 사외이사 풀(Pool)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식 사외이사 제도 역시 국내에서 형식에 치우친 면이 있다. 우리 현실이 반영된 ESG 평가 모델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최근 경영계 ESG 트렌드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

“CSR의 연장선상에 있는 ESG 경영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하고 갑자기 중요한 책무가 생긴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반응이다. 기업 활동은 사회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하고 ESG 평가 역시 지역과 사회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MSCI ESG지수가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이 새롭게 포함될 수 있고 기존 항목 역시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가치는 국가의 미비한 사회보장 제도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서양 국가의 가족 가치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인가.

“토요타 자동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는 토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혁신성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는 거래처가 제품의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고객 만족까지 함께 책임지는 가상의 내부화(Virtual Internalization)를 시행하고 있다. 내부이사만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면서도 외부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국제자문기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는명확한 사례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지배구조라고 볼 수 있다.” 

토요타 자동차의 이해관계자 미팅 도식도. 토요타 자동차는 거래처를 제품 개발 단계에 참여시키고 국제자문기구 운영을 통해 외부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토요타 자동차>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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