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노선, 정치판에 끌려와 이리저리 늘어진 ‘고무줄’ 되다
GTX-D노선, 정치판에 끌려와 이리저리 늘어진 ‘고무줄’ 되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5.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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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김부선’ 반발에 경기‧인천 지역 의원들 보완책 쏟아내
정치인 인기영합주의와 지역이기주의에 국가 중장기 계획 ‘흔들‘
검단‧김포 등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은 GTX-D 노선 원안 사수를 주장하며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GTX-D 노선에 대해 ‘김부선(김포~부천)’이라며 강남 연결을 요구하는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지역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국가 기간 도로망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면서 혼란이 더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경기도 김포와 인천 검단 시민들을 포함한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오후 7시부터 인천시 서구 원당동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GTX-D 노선의 김포∼강남∼하남 연결 및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검단 연장을 주장했다. 

앞서 GTX-D 노선은 김포~인천~서울~하남이 원안이었으나 조단위 사업비 부담에 김포부터 부천까지로 규모가 축소됐다. 서울과 연결성이 약했던 서부권에 광역철도 연결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6시 기준 ‘GTX-D 원안 사수-서울5호선(김포한강선) 김포 연장 촉구’ 서명에 온라인 10만1672명, 오프라인 10만9620명 등 21여만명이 참여했다.

지역구 의원들, ‘민원 해결사’로 나서

지역민 반발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역민들이 “지역구 의원으로서 뭘 했나”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다음 선거에서 뽑지 않겠다”며 압박을 가하면서 지역구 의원들이 '민원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일부 지역민들은 18원 후원금, 욕설 전화와 함께 단식투쟁 및 삭발 요구 등으로 항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GTX-D 노선 관련 지역구들이 대체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은 지역민들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민주당 김주영(경기 김포갑)·김경협(경기 부천갑)·신동근(인천 서구을) 의원 등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GTX-D 노선 연장을 촉구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GTX-D 노선 연장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신동근 의원의 경우 상임위를 법사위에서 국토위로 옮겨 GTX-D 노선 변경에 나설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삭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혼잡도 285%인 김포골드라인을 경험하고 “양계장 같다”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노선 수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민들 실망이 크다”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김포‧검단 시민들의 교통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김포한강선 문제는 반드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주자들까지 GTX-D 노선 공방에 가세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검단신도시 스마트시티 총연합회가 지난 22일 오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5호선 검단‧김포 직결 확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최대 10조원…늘어나는 사업비 대책 없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GTX-D 노선의 원안 추진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사업비 부족분 충당 방안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 신규 설치 시 국가 재정으로 담당하는 부분 외에 역을 신설할 경우 각 지역에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역사 하나당 드는 비용은 3000억원 가량으로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김포~검단‧계양~부천~서울 남부~강동~하남으로 총 68.1㎞ 구간이며, 사업비는 약 5조9375억원으로 추산됐다. 인천시 제안 노선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부천~경기 하남까지 Y자 노선 형태로 총 길이 110.27㎞ 규모이며, 사업비는 약 10조781억원이다. 이 부분을 국가 재정으로 감당한다면 결국 국민 세금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 수립연구’에서 발표된 신규 사업 43개에 총 54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인천시와 경기도의 손을 들어주면 사업비가 최대 10조원에 달해 총 투입금액의 5분의 1을 특정 지역에 몰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입장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 등을 4차까지 지급하면서 국가 부채가 불어났는데, 정치권에서 특별한 대책도 없이 사업비가 많이 드는 노선만 주장하고 있어서다. 악화되는 여론에 최근 국토부도 GTX-D 노선 중 일부를 GTX-B 노선으로 옮겨 여의도‧용산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시사해 ‘노선 변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가 철도망 계획이 올라오면 20년 후에나 완공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현재 국토부안을 수정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 사업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교통망 수혜를 빠른 시일 내에 얻기 위해서는 현실성을 따져보는 것도 주민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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