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차기 총수’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실적 부진’ 딛고 변화·혁신 이끌까
‘LS그룹 차기 총수’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실적 부진’ 딛고 변화·혁신 이끌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5.2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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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지분·명분 갖춰 LS그룹 차기 회장 유력
‘애자일 경영’ 강조하며 그룹 경영혁신단 맡아
LS엠트론, 한계 뚜렷 트랙터 사업 집중…경영 정보도 ‘불투명’
구자은 LS엠트론 회장.LS
구자은 LS엠트론 회장.<LS>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LS그룹 차기 승계 구도의 정점에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있다. LS그룹 2세 경영자 가운데 마지막 주자일 가능성이 크다. 구 회장은 2018년 ㈜LS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미래혁신단을 이끌고 있다. 그룹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전략을 수립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는 게 그룹 내 평가다.

그룹 미래혁신단을 이끄느라 계열사 LS엠트론 돌보기에 소홀했던 것일까. 구 회장 취임 이후 LS엠트론 사업 구조는 단조로워졌고, 실적도 나빠졌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동박 대신 트랙터를 선택한 데 이어 경영 ‘투명성’도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변이 없는 한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겠지만,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룹 내 주식 비중 1위…오너 2세 마지막 회장 유력

구자은 회장은 지난 3일 기준 ㈜LS 주식 116만86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3.63%로 보유량이 가장 많다. 구 회장은 지난해 1월까지 128만2920주로 2018년 말부터 3.98% 지분율을 오래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2~4월 8만568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4.25%까지 늘린 뒤 다음 달 자녀 구원경·민기씨에게 각각 10만주를 증여했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등이 LG전선그룹을 계열분리해 창업했다. 이른바 ‘태평두 삼형제’는 LS그룹 지주사 LS의 지분율 33.42%를 4:4:2 비율로 공동보유하고 그룹 경영도 공동으로 하기로 약속했다.

구자은 회장의 지분 비율은 LS그룹에서 가장 높다. 창업주인 ‘태평두 삼형제’의 2세 중 유일하게 외아들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10년 주기 사촌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LS그룹에서 차기 그룹 회장 후보 1순위다. 명분과 지분 둘 다 갖췄다.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그룹 회장 임기가 10년째 되는 오는 2022년에 회장직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구자열 회장이 지난 3월 무역협회장을 맡으면서 차기 총수를 선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자은 회장이 LS그룹 차기 총수에 오르게 되면 LS 오너 2세로서는 마지막 회장이 될 전망이다.

‘애자일 경영’ LS엠트론에선 제외됐나

명분과 지분을 모두 갖춘 구자은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어떨까. 구 회장은 LS그룹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애자일(Agile)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애자일은 날렵하고 민첩하다는 뜻이다. LS그룹은 ‘우선 실행하고(do), 빨리 실패해 보고(fail fast),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지 배우고(learn), 다시 시도해보는(redo)’ 것을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창의적 혁신을 만들어내는 경영 기법이라고 설명한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열린 ‘2020 LS 애자일 데모 데이’ 행사에서 애자일 경영을 강조했다.LS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열린 ‘2020 LS 애자일 데모 데이’ 행사에서 애자일 경영을 강조했다.<LS>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2020 LS 애자일 데모 데이’ 행사에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경험을 바꿔야 한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데 애자일 전환이 아주 유효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 회장 스스로 ‘애자일’에 걸맞은 경영을 펼쳤는지는 미지수다. 구 회장은 2015년 1월부터 LS엠트론 대표이사 부회장은 맡았다. 2018년 3월 LS그룹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그해 11월 LS엠트론 회장으로 승진했다.

구 회장은 LS엠트론을 트랙터·사출기 등 기계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실적 하락을 겪게 한 장본인으로 거론된다. 2017년 7월 27일 미국계 투자회사인 콜래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동박·박막 사업과 전장부품계열사 LS오토모티브 지분 46.67% 양도를 결정하고 매각했다. 매각규모는 동박·박막사업부가 3000억원, LS오토모티브 지분이 7000억원 등 총 1조500억원이다.

또 그해 3월 자동차부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씨이넥스’를 설립한 뒤 5월 씨이넥스 지분 80.1%를 1886억원에 미국의 쿠퍼 스탠다드에 매각했다.

콜래그크래비스로버츠가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는 2019년 6월 SKC에 1조2000억원에 매각됐다. LS엠트론이 3000억원에 매각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가치가 4배로 늘어났다.

최근 1~2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동박은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예상한 전 세계 동박 수요는 2025년 14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4%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SKC의 동박 사업 부문인 SK넥실리스는 37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142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다. 그사이 LS엠트론의 기계 사업은 2013년 8147억원에서 지난해 8554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숨기기 바쁜’ 경영 과오…실패 딛고 일어설까

LS엠트론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계 사업으로 집중한 뒤 실적뿐 아니라 경영 투명성도 축소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사업보고서 발행 의무에서 벗어났다. LS엠트론은 2008년 7월 2일 설립 이후 2019년 1분기까지 한차례도 빠짐없이 사업보고서를 기재해 왔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사업보고서를 발행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는 사업·재무 상황과 경영실적 등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해 합리적 투자 판단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이더라도 회사 증권을 모집 또는 매출하거나 외부감사 대상으로 주주 500인 이상인 경우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LS그룹의 다른 비상자사인 LS전선, LS아이앤디 등도 사업보고서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LS엠트론은 지난 2019년 6월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신규 발행했다. CP를 찍어 마련한 자금으로 7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기 상환했다. LS엠트론은 당시 조기 상환으로 금리 측면에서 이득을 얻었다.

또한, 기업이 회사채나 CP를 발행할 때 채무 이행 능력과 의사를 표시하는 장기신용등급의 취소 효과를 거뒀다. LS엠트론이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수익 창출 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던 때였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회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LS엠트론 홈페이지에 표시된 재무정보.LS엠트론
LS엠트론 홈페이지에 표시된 재무정보.<LS엠트론>

LS엠트론 홈페이지의 재무정보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홈페이지 재무정보란에는 2016~2018년 매출액 그래프만 표시돼 있다. ㈜LS 홈페이지에서 LS엠트론의 2017~2019년 요약 연결 재무상태표와 연결 손익계산서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LS엠트론의 재무정보를 살펴보려면 ㈜LS 사업보고서를 통해 따로 검색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활동(IR)이 활발해지는 요즘 흐름과는 상반된다.

LS엠트론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은 지주사에 있으면서 LS엠트론 경영보다는 미래혁신담당 업무에 중점을 두는 상황”이라며 “인력이 부족해 홈페이지 관리가 잘 안 되고 있기는 하지만, 게시판에 결산 공고는 꾸준히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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