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바 혐의 집중분석④]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누가 ‘유죄 예단’ 부추기나
[이재용-삼바 혐의 집중분석④]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누가 ‘유죄 예단’ 부추기나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5.1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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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평가에 따른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 쟁점
검찰 “사업 초기부터 평가 가능”…삼성 “2015년 사업적 성공 가능성 가시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검찰은 2012~2014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가 허위 명분을 내세워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로직스는 해당 기간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없었고, 자사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해 연결 회계처리를 해왔다. 그런데 2015 회계연도부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해 에피스에 대한 주식가치를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투자주식의 손익을 공정가치(시가)로 재평가 했고, 자산이 4조5000억원으로 계상됐다. 직전 회계연도까지 로직스의 에피스 주식에 대한 자산 가치는 3000억원에 불과했던 만큼, 검찰은 허위 명분을 통한 회계처리 방식의 부당한 변경과 이로 인한 자산 가치 뻥튀기로 보고 있다. 

2012~2014년 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6종 개발에 착수했지만 제품 판매 승인 등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 이에 로직스는 사업 초기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사실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현금 흐름을 제대로 추정할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에피스의 주식가치가 정체돼 있거나 이를 정확히 산출할 수 없었던 만큼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해 주당 5만원의 신주인수를 거부했던 만큼, 로직스 입장에서는 바이오젠이 5만원에 이자까지 더한 금액을 주고 콜옵션을 행사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로직스는 2015 회계연도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이벤트에 대해,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사업적 성공 가능성 가시화와 이를 통한 에피스 주식 가치 상승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실제 에피스는 2015년 3월 엔브렐(제품명 베네팔리)에 대한 3상 임상에 성공해 같은 해 9월 국내 판매승인을 받았다. 또 레미케이드(제품명 플릭사비)에 대해서도 같은 해 6월 임상 3상 성공에 이어 12월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다음해 두 제품 모두 유럽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로직스는 에피스에 이런 성과들을 기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주식 가치가 당연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로직스는 2015년 10월경 안진회계법인에 에피스에 대한 주식가치 평가를 의뢰했는데, 그 결과 5조3000억원의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로직스는 자사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91.2%의 주식가치를 추산했을 때 4조8000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지분 8.8%를 이미 확보 중이었고 50%까지 매입하는 조건인 만큼 그 차이인 41.2%의 지분을 살 수 있었다. 91.2%를 4조8000억원으로 평가할 때  41.2%의 지분 가치는 약 2조1000억원으로 계산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지불할 금액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바이오젠이 콜옵션만 행사한다면 2조1000억원과 3000억원의 차익인 1조8000억원을 얻게 되는 만큼, 2015년을 기점으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위로 로직스는 2015 회계연도부터 지배력 상실에 따른 지분법 회계처리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바이오젠은 2018년 6월경 콜옵션을 행사했다. 

檢 “로직스·에피스, 신생회사로 볼 수 없어...사업 초기부터 가치 평가 가능해” 

하지만 검찰 측은 로직스가 삼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공모해 2014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평가를 외부기관에 의뢰해 실시했지만 평가 불능의 결과가 나오도록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전에도 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에피스가 사업초기라 할지라도 합리적 가정과 적절한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얼마든지 신뢰성 있는 가치평가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5년 이전에도 삼성그룹이 스스로 또는 대외전문가에 의뢰해 수차례 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2~2014년 에피스의 사업 초기와 제품 개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가치평가가 불가능하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가 가능성도 없었다는 로직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로직스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3000억원이라는 넉넉한 자본으로 설립된 만큼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이 지극히 낮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이미 삼성전자가 2007년 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을 목표로 바이오헬스맵을 창설해 운영해왔고, 2009년에는 리툭산 등 바이오 시밀러의 세포주를 개발하고 있던 중 기술과 인적 역량을 로직스와 에피스에 넘긴 점으로 봤을 때 로직스와 에피스를 신생회사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2012~2014년 에피스 내부 문건에 삼정회계법인이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안정적 단계에 들어서 매출 발생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불확실성도 낮다고 평가한 내용의 자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측은 2015년 이전에도 에피스의 가치평가가 가능했다는 주장에 대한 또 다른 근거로서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및 판매 과정의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신약과는 다르게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존재하고, 임상 2상은 면제되거나 3상도 간소하게 진행하는 만큼 개발에 있어 리스크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시밀러에게 리스크는 개발이 아닌 판매 과정에서 커지는 만큼 에피스가 제품 개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가치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로직스 측 주장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10월 31일 당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감리 심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31일 당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감리 심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로직스 “2015년 이전 콜옵션 가격 산출, 블랙-숄즈 모형서 불가능”

이에 로직스 측은 바이오시밀러가 임상 단계가 일반 제네릭에 비해 간소화 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가 낮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개발과 임상에 따른 기간이 일반 제네릭보다 더 길게 소요된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개발 기간이 긴 만큼 여기에 따르는 비용 역시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2010년 말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승인 가이드라인에는 특허와 판매 승인까지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당시 유럽 역시 바이오시밀러의 특허 관련 법규와 관련 규제가 엄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 초기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바이오젠도 사업 초기 불확실성이 크고 이로 인한 리스크 부담을 고려해, 초기 15%만 출자한 상태에서 향후 에피스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 수익을 올려 회사가치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달라고 한 것이라고 로직스 측은 주장하고 있다.  

앞서 한 언론은 2013년 5월 에피스의 베네팔리와 플릭사비가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고 2014년 6월에도 5종의 복제약에 대한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다면서, 에피스의 제품 개발 성과가 2013년부터 일부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직스의 주장과는 다르게 2015년 이전에도 에피스에 대한 가치 평가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42.195㎞의 마라톤 경기에서 유력 우승 후보가 출발이 좋았다고 해서 시작부터 메달의 색깔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쥐가 나거나 지쳐서 경기를 포기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변수로 메달을 따지 못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삼성그룹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일지라도 임상 1상 완료도 아닌 단순한 개시만으로 제품 개발 성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 측 주장대로 제품 개발이 성공해도 초기에는 안정적 시장 진입 등 판매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존재하고, 미래 현금흐름 역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임상 1상 개시 승인으로 에피스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를 연결 짓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2013년 당시 에피스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해냈다고 할지라도, 이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를 산정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옵션의 가격을 산출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식은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이다. 이 모형에서는 가격과 이자율 뿐만 아니라 만기를 변수로 넣어야 하는데,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행사 시점 즉 만기가 특정 되지 않아 미국식 옵션(American option)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즉 만기라는 변수를 특정할 수 없었던 만큼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를 산출하는데 블랙-숄즈 모형을 활용할 수 없었다. 미국식 옵션으로 따져본다고 할지라도 시간가치를 산정할 수 없어, 2015년 9월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PPA 보고서에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를 내제가치로만 평가했다는 것이다. 

로직스 “전형적 분식회계 사건 아니다” 호소...유죄 예단한 여론 뒤집을 수 있을까

로직스는 지난 2019년 증거인멸 사건 재판에서부터 줄곧 이번 사건은 회계처리 해석 및 적용의 차이일 뿐 전형적 분식회계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세간에 알려진 분식회계 사건은 법인의 자산을 허위로 부풀리거나 부채를 허위로 축소하는 등 재무제표를 왜곡, 경제적 실체를 은폐해 투자자를 속이고 금전적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직스는 자산과 부채 그리고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숨기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시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핵심 쟁점인 2015 회계연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역시 당시 로직스와 삼성물산의 감사인인 두 곳의 회계법인의 일치된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로직스는 당시 내부에 회계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만큼 관련 업무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에 의존했고, 감사인 측이 먼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그대로 실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직스는 2015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의 지배력상실 회계처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라고 강조했고, 지분법 회계처리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에 대한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기재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2012년부터 에피스에 대해 단독지배가 아닌 공동지배로 회계처리를 했다면, 오히려 이 것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피스는 2015년 이전까지 꾸준히 손실을 기록했고, 2012~2014년 3년간 누적 손실액은 1723억원에 달했다.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던 만큼 에피스의 손실을 100% 로직스의 손실로 계상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시기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해 단독지배가 아닌 공동지배로 처리했다면, 지분비율만큼만 그 손실을 인식하면 되기 때문에 100%가 아닌 당시 지분율인 85~90%로 처리해 1481억원으로 손실규모가 축소된다. 로직스가 당시 에피스를 공동지배로 회계처리했다면 손실액수를 의도적으로 줄여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2016년 12월21일부터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이 난 14일까지의 일지. 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2016년 12월 21일부터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이 난 2018년 11월 14일까지의 일지. <뉴시스>

검찰은 이미 금융당국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만큼 이 사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법원의 판결은 이와 달랐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에 대한 취소와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모두 로직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1심 재판에서도 법원은 증거를 인멸한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분식회계라고 인정한 부분은 없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 사건에서 당시 내부 대외비 자료가 외부로 유출돼 국회와 언론에 자사의 입장과는 다른 취지의 내용으로 공개됐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던 지분재매입TF 중단 결정에 따라 TF 과정에서 생성한 자료를 삭제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다가 증거인멸 혐의를 받게 됐다는 입장이다. 

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에 관한 재판의 결론은 증인신문만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벌써부터 유죄를 예단하고 사건을 바라보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심도 있게 살펴봤다고 해서 ‘삼성 예찬론’으로 폄하하는 시각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더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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