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리미엄 키친웨어 르크루제 코리아 이윤정 대표
글로벌 프리미엄 키친웨어 르크루제 코리아 이윤정 대표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5.03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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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식사에 감동을 더해 드리고 싶다
이윤정 르크루제 코리아 대표.<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21세기엔 모든 사람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전 세계를 누비는 노마드(유목민)의 삶을 살 줄 알았다. 아니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 한 명이 <인사이트코리아>가 지난 4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에서 만난 이윤정 르크루제 코리아 대표다. 외국계 회사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윤정 대표는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고 주당 100시간을 일하며 능력을 갈고 닦았다. 스위스에 있는 글로벌 회사에서 유럽인들과 실력을 겨루고, 미국 다국적 기업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품의 마케팅디렉터로 일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총괄 상무도 지냈다. 현재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여성 후배들에게 어떤 유혹에도 일을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르크루제 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르크루제는 1925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수작업에 기반한 독보적인 무쇠 주물 공정 기법으로 유럽은 물론 북미, 아시아권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제품은 유리질 에나멜로 코팅한 무쇠주물냄비로 감각적인 색감과 뛰어난 보온성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60여개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르크루제 코리아는 2006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이했다. 입소문을 통해 국내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홍콩·일본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아 시장 진출국이 됐다.”

르크루제 코리아 대표가 되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대학 4학년 때 한국피앤지 인턴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국내시장 진출 초기로 해외에서 훌륭한 경영진이 다수 초빙됐다. 덕분에 각 분야 대표로 활약하는 분들에게 체계적·전략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맥킨지 등을 필두로 국내에 매니지먼트 컨설팅 붐이 일었고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MBA 유학을 떠났다. 졸업 후 A.T.Kearney라는 전략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주당 100시간 근무를 체험하기도 했다. MBA 출신 여성 컨설턴트로서 국내 대표 기업 지방 공장의 수십억원짜리 공급망 관리 개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 기업 프로젝트 담당 부장님이 처음에는 제 이력서를 내놓으라며 화를 내셨는데 6개월 후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자 여성인력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한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스위스에 있는 피앤지 유럽 본부에서 서유럽 여성용품 ABM(Assistant Brand Manager)으로 마케팅 커리어를 시작했다. 피앤지 이후 미국계 생활용품 회사인 S.C.Johnson에서 에프킬라, 지퍼락, 그레이드 방향제 마케팅 디렉터로 6년간 근무했다. 삼성전자 마케팅 임원으로 입사해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TV 및 오디오 글로벌 마케팅 총괄 상무로 글로벌 헤드쿼터에서 신나게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엔 마케팅에 국한되지 않은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것이 다음 커리어 목표였다. 유럽계 명품 회사나 벤처 회사를 희망했는데 르크루제에 입사함으로써 두가지 소원을 다 이뤘다.”

오랜 외국생활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다.

“유럽에서 근무할 때는 처우가 굉장히 좋았음에도 유학 때와 달리 쉽지 않았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안타까운 사연이 들릴 때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근로자에게 힘이 되는 후원 활동을 했다. S.C. Johnson에서 일할 때, 외국인 근로자가 큰 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뉴스에 난 적이 있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지만 시간을 내 달려가 조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키친웨어 사업을 하다 보니 음식과 관련한 봉사활동이나 후원에 관심을 갖게 된다.”

르크루제 북유럽 콜렉션 시그니처 원형냄비(왼쪽)과 르크루제 코리아 고메밥솥, 르크루제 코리아 북유럽 콜렉션 플라워디쉬.<르크루제 코리아>

2017년 지사장이 된 후 국내 1호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다. 당시 과감한 결단으로 화제가 됐는데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됐나?

“청담 부티크는 르크루제 코리아가 2006년 한국 진출 이후 프랑스 브랜드인 르크루제를 국내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매장에 근무했던 매니저들 사이에는 어느 날 숍에 대스타인 A씨가 직접 찾아와 대량 구매해 깜짝 놀랐다는 일화가 여러 편 전해진다. 르크루제는 국내 진출 후 10여년이 지나며 괄목할 성장을 이뤄 대다수 고객이 우리 제품을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플래그십 스토어도 변신하지 않으면 주요 백화점 매장과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을 닫으면서 추후 르크루제 제품들로 구성된 체험형 공간(카페 등)을 운영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바꾼 뒤 어떤 변화가 있나.

“청담 부티크는 온라인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철수한 것은 아니다. 2017년은 기존의 성공을 뒤로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여러 전략과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청담 부티크 철수 후에도 르크루제는 꽤 오랫동안 온라인 채널을 전체 비즈니스의 1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채널로 유통업계가 급전환하면서부터는 향후 5년간 온라인 비즈니스 급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말 즈음에는 온라인 매출이 2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3040을 넘어 2030까지 사로잡겠다고 했다. 변화의 시작이 도라에몽 접시나 펫 푸드 컨테이너인가?

“보통 비즈니스를 말할 때 시장 점유율을 논하는데 우리는 테이블 점유율에 대해 얘기한다. 신규 고객이 어떤 아이템으로 르크루제에 입성할까, 고객 테이블이 어떻게 점점 더 우리 브랜드로 채워질까. 어떤 소비자는 르크루제 무쇠냄비로 시작해 스톤웨어(도자기)로 점점 선택의 폭을 확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고객은 용돈을 아껴 르크루제 스톤웨어 컬렉션을 넓혀 간다.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일단 젊은층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 채널 라인업을 상큼한 파스텔톤 색상의 소르베 컬렉션이 주가 되게 했고 선물하기 좋아하는 젊은층 욕구에 맞춰 아기자기한 선물 세트도 늘려 나갔다. 플라워 접시, 브런치 세트, 하트머그 트레이 등 온라인 단독제품을 론칭하고 할로윈·발렌타인 라인업을 더해 재미요소를 강화했다. 도라에몽 컬렉션이나 반려용품인 펫라인업도 2030세대가 좋아하는 제품들이다. 론칭과 함께 완판 된 미키마우스 컬렉션 등 키덜트 관련 상품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이윤정 르크루제 코리아 대표.<이원근>

‘평생 쓴다’는 후기가 많을 정도로 르쿠르제 제품은 견고하기로 유명하다. 내구성이 좋으면 반복 판매가 어려울 텐데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르크루제 제품은 정말 견고하다. 해외에서는 3대째 내리쓰는 가정이나 레시피와 함께 르크루제 냄비를 전수해주는 부모님도 많다. 르크루제가 오랜 시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 뛰어난 품질이라고 볼 수 있다. 무쇠주물냄비는 숙련된 장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품질을 유지하는 차별화된 제품이다. 냄비 바닥과 옆면에 열이 고르게 퍼지도록 구성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고 무쇠뚜껑이 수증기 증발을 막아 건강한 맛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만 넣으면 특별한 요리 비법 없이도 냄비가 요리를 다 해준다. 다양한 모양과 화려한 컬러의 르크루제 스톤웨어도 영하 18도에서 영상 260도까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식기 모양이 아름다워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부분도 고객이 르크루제를 찾는 이유라 생각한다.”

르크루제 제품이 수십 년 동안 정상을 지킨 가장 큰 요인은?

“르크루제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 2000여개 색상을 조합해 만든 프렌치 감성의 독특한 색감은 유명 셰프나 요리 입문자, 멋스러운 삶을 꿈꾸는 싱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르크루제 제품은 요리를 하면 맛이 보장되고, 주방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인스타그램에 예쁜 요리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워지는 혁신 브랜드라는 점도 고객에게 선택받는 이유다. 지난 몇 년간 르크루제는 한두 달에 한번 꼴로 신제품을 출시해 왔다. 국내 프리미엄 키친웨어 중 끊임없이 신제품을 낸 브랜드는 르크루제 뿐이다. 진부해질 수 있는 키친웨어를 신제품으로 관심을 고조시켜 고객들이 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를 방문 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 신규 팬톤 컬러의 제품들이 소개됐고 발렌타인데이 시리즈, 오션 시리즈, 할로윈 제품들, 크리스마스 시리즈 등이 있다. 스타워즈·디즈니·도라에몽 컬렉션 등 컬래버레이션 제품과 북유럽 컬렉션 라인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르크루제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르크루제 코리아만의 비전, 미션을 정립하는 것이었다. 리더십 팀들과 함께 설립한 르크루제 코리아의 비전은 ‘키친웨어 업계의 No. 1 선두주자가 돼 한국의 식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주도한다(Become an unrivaled No.1 kitchenware company to bring positive changes to Korean culinary experience)’는 것이다. 여기서 지향하는 No.1은 규모 보다는 업계 선두주자에 더 가깝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은 매출 규모면에서는 SPA 브랜드 보다 작지만 업계 선두주자로서 전 세계적 유행을 선도해 가지 않나. 르크루제도 그런 존재가 되고자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삶은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양분돼 평가 되었고, 식문화는 위기 상황에서도 삶을 지탱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도 르크루제는 다양한 셰프,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한국의 식문화에 더욱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르크루제 브랜드로 의무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매일의 식사에 감동을 더해 드리고 싶다. 대단한 한상은 아니더라도 주말에 르크루제 무쇠냄비에서 뭉근하게 만든 찌개나 솥밥이 한주를 지낼 수 있는 온기가 되고 싶고 일상에 쫓겨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이라도 예쁜 르크루제 그룻에 담아 먹으면서 자신을 위한 대접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취미 같은 게 있나?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에 짬이 날 때 영화를 보고, 현재 음식 트렌드도 익힐 겸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식사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작년부터 코로나를 겪으며 이 두 가지 모두 못하게 됐다. 일주일 내내 마스크를 쓰고 회사에서 생활해 힘들다. 주말에는 잠시라도 야외에 나가 맑은 공기를 쐬려고 노력한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하게 됐다. 얼마 전에는 친정어머니 팔순 생신인데 모임 자제 권고로 찾아뵙지 못해 집에 있는 르크루제 냄비를 총동원 해 음식을 선물해 드렸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오랜만에 너무 잘 드셨다는 연락을 해주셔서 뿌듯했다.”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은퇴 후에는 따뜻한 집밥으로 온기를 더하는 나날을 꿈꾼다. 신랑이 음악감독 겸 바이올리니스트이고 음악이 함께하는 인문학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저도 클래식 공연장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음악이 주는 위로가 참 크다. 정년 후 기회가 된다면 관객들에게 따뜻한 집밥과 음악이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운영해 보고 싶다. 애써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누군가에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두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일을 선택이라 생각하지 마라’ ‘커리어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선망의 대상인 직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누군가와의 경쟁, 혹은 작은 좌절들로 가득 차 있다. 직장에서 중견급까지는 정직하게 실력으로 오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네트워킹, 인맥 등 더 큰 요소가 작용할 수 있어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부족하고,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손길은 커지는데, 사회에서 이러한 좌절을 느끼게 되면 커리어를 접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이때 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한 순간에 포기하기 쉬워진다. 나의 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면 대안을 찾는 등 결정이 달라질 것이다. 힘든 시기에 옆에 있는 배우자나 친구의 ‘정 힘들면 그만하라’는 조언은 굉장히 큰 위로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떤 배우자나 베스트 프렌드도 나의 커리어를 대신 관리해 줄 수 없고,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마음의 위로는 받되 자신의 커리어 관리는 스스로 했으면 한다. 후배 여성 사회인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슬기롭게 잘 넘기기를 바란다.”

이윤정 대표 프로필

1991년 이화여대 경영학 학사

1990~1996년 한국피앤지 생산본부 그룹 매니저

1996~1998년 The University of Chicago 경영대학원 MBA

1998~2000년 A.T. Kearney Inc. 컨설턴트

2000~2004년 피앤지 유럽본부 및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2004~2006년 한국피앤지 브랜드 매니저

2006~2011년 S.C. Johnson & Son Inc. 마케팅 디렉터

2011~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글로벌 마케팅 총괄상무

2017~ 르크루제 코리아 사장

2017년 자랑스러운 이화 경영인상 수상

2017~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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