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가 항암효과? 개가 웃을 일이군
개 구충제가 항암효과? 개가 웃을 일이군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5.03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유사과학에 휘둘려선 안돼
소비자들이 유사과학에 빠지면 건강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몇 달 전 지방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25년 차 한의사라는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자신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고객의 MBTI 성격유형에 따라 가장 잘 듣는 한약 처방이 가능한 정도까지 연구가 진행되었고, MBTI 검사가 진맥보다 더 정확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한의사와 비슷한 시기에 MBTI 강사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한의사의 문자를 읽으면서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 심리유형 검사는 융의 ‘심리유형’ 이론에 근거했다. 융의 심리유형 이론의 요점은 인간의 행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제멋대로이고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질서정연하고 일관성 있게 다르다는 것이다. 상담학 사전에 따르면 이러한 일관성과 상이성은 각 개인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인식과정),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판단과정)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MBTI를 근간으로 처방한 한약이 정확하다는 그 한의사의 주장대로라면 한의학과 MBTI 모두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사의 주장이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여러 검증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검증되었다고 주장하거나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사람을 유사과학자라고 한다.

유사과학(pseudo-science), 의사과학 혹은 사이비 과학이란 용어가 있다. 유사과학은 학문, 학설, 이론, 지식, 연구 등에서 그 주창자와 연구자가 과학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의 요건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과학적 방법)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위키백과에서 정의하고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일본인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유사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이 책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말을 사용하자’를 강조하는데, 그 주제에 관한 근거로 제시한 것들이 허무맹랑함의 결정체라 유명해진 책이다. 내용이 워낙 황당해 일본에서도 사이비과학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유사과학의 사례가 혈액형 성격설이다.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혈액형 성격은 사람의 성격이 그 사람의 혈액형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이다. 세계문화사전에 따르면 1927년 도쿄여대 교수 후수카와 다케지가 ‘혈액형에 따른 인성’이란 책을 출간한 이후 일본에서는 혈액형 열풍이 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혈액형 열풍이 사라졌으나 1971년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궁합’이란 책이 120만권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혈액형 열풍이 다시 불었다. 그의 아들 노미 도시다카도 ‘혈액형이 당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등과 같은 혈액형 성격설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면서 그 열풍을 뜨겁게 달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일본 기업들은 그 열풍을 이용해 모든 마케팅을 혈액형과 연계시켰는데, 청량음료회사는 각각의 혈액형을 위한 음료를 따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혈액형 성격설은 일본, 한국에 퍼져 있는 유사과학적 믿음

한국에 퍼져 있는 맹목적 믿음 일본의 혈액형 열풍은 1993년부터 식기 시작했다. 그 대신 얼마 후 일본의 열풍을 이어받는 나라가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한국이다. 영어 위키백과에서 혈액형 성격설을 검색하면 혈액형 성격설은 일본과 한국에 퍼져 있는 유사과학적 믿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혈액형 성격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논문이나 통계를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혈액형 성격은 가장 잘 알려진 ABO식 혈액형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분류한다. 혈액형 성격을 연구하던 2차 대전 당시엔 혈액형이 이 4가지뿐이라고 여겨 성격도 4가지로 구분되었다. 혈액성 성격이 만들어진 이유가 이런데도 방송사는 이 결과를 가지고 B형은 자유분방하다는 어이없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혈액형 성격은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 차이와 같은 몇 가지 반증 사례에 관해 설명을 못 하면서 이론의 근거가 공격받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간 혈액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유전적 요소가 완벽히 같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요건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도 성격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상당수 확인되었다. 특히 환경요인이 달라지면 외형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 이론이 근거가 있으려면 다양한 사례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이론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일상에서 유사과학의 전파자가 될 수 있다.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의관인 허준 선생이 저술한 의서이다. 이 책은 선조 임금의 지시에 따라 임진왜란 중인 1596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1610년 광해군 때 완성한 조선 최고의 의학서적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다친 사람이 많았고, 전염병도 만연하면서 백성들이 고통을 받자 선조 임금은 당시 최고 의사였던 허준에게 의원과 약재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백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백과사전 형식의 의학서적을 편찬하게 했다. 이에 따라 허준 선생이 중국과 조선의 여러 의서를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의서를 만들어 낸 것이 <동의보감>이었다.

동의보감에는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잘못된 내용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보면 수은은 탈모와 모든 악창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고, 수은중독이 되면 술을 마시거나 살진 돼지고기나 무쇠를 담가서 우린 물을 마시면 풀린다고 적혀 있다. 원앙새로 국을 끓여 같이 마시거나 뻐꾸기 뼈를 허리에 차고 다니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지고, 비듬은 폐가 풍열로 말라서 생긴 것이고, 물사마귀는 아이의 배꼽 때를 바르면 낫는다고 되어 있다.

이외에도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와 다른 내용이 많이 있다. 하지만 동의보감이 쓰였던 시대에는 이런 처방이 유용했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500년 전의 서양의학도 지금의 관점에서는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동의보감과 다른 점은 500년 전의 이론을 특정 목적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식재료나 약초의 효능에 대해 현대과학 기술로 검증한 결과가 아닌 오백 년 전의 동의보감을 근거로 삼는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효능은 대부분 동의보감에 근거한다. 지금 우리가 먹는 식재료 중에는 동의보감이 만들어진 이후 수입된 식품의 영양 분석 결과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있다. 토마토는 19세기 초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내외 많은 학자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건강에 좋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런 연구 결과는 토마토가 건강에 좋다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동의보감의 내용이 현대 과학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몇 년 전 ‘쇼닥터(show doctor)’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쇼닥터란 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거나 허위‧과장된 건강‧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방송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의사나 한의사 등 의료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특정 방송과 결탁해 몇천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산 다음 소비자들에게 마치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가인 것처럼 가장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광고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주로 건강관련 프로그램과 홈쇼핑 등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홍보하는 제품의 효능 근거를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가 아닌 동의보감 등에서 가져온다. 이들의 존재감이 클수록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과학적 지식 통한 윤리경영 중요 동의보감은 학술적으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책이다. 동의보감에 실린 내용이 현재 시빗거리가 되는 이유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동의보감을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유사과학자, 쇼닥터나 일반인도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동의보감과 같이 500년 전에 쓰인 책의 내용도 망설임 없이 활용하는데 이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다.

쇼닥터는 의료인이 아니라 장사꾼이다. 쇼닥터 중에는 ‘중풍을 예방하는 물파스 사용법’이라는 내용을 방송에서 떠든 사람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한의사로 실력은 모르겠지만 언변이 탁월하다. 소비자들은 이 사람의 거짓 주장을 들으면서도 “맞는 말이니 하겠지, 뭐 없는 얘기를 지어서 하겠냐?”라고 생

각하며 사실로 받아들인다. 시청자는 권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습성이 있다. 특히 몸이 불편한 사람일수록 이런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기 쉽다. 쇼닥터가 소비자를 유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장사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유사과학자인 장사꾼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방송에 출연하는 유사과 학자를 그 분야의 권위자로 인식한다. 또한 일반인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

이 있다. 유사과학자는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악용해 자신의 잇속을 차리는 것이다. 유사과학자의 장난에 소비자가 단순히 구매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금전적인 손해만 감수하면 되지만 건강을 위해 산 제품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병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몇 년 전 모 연예인이 폐암 치료를 위해 개 구충제로 알려진 펜젠다졸이 암세포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8개월간 이를 복용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증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간 수치가 오르고 암이 전이되는 등 병세가 악화하자 복용 중단을 결정하고,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아마 이 연예인도 개 구충제의 효능에 대한 소문을 듣고 복용하면서 자신도 피해자가 되었고, 언론을 통해 개 구충제가 잠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지식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기업은 과학적 지식 얻기 위해 투자하고, 윤리경영 노력해야

기업도 유사과학으로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 얼마 전 A기업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표 후 그 제품은 매진되었고, 그 기업의 주가도 폭등했다. 하지만 이 기업이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연구 결과로 과장된 마케팅을 했다는 지적에 따라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식약처로부터 과대광고로 고발되었다. 아마도 A 기업이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한 이유는 매출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기업 말고도 동의보감을 근거로 건강식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도 있다. 이런 기업들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사과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사과학자나 쇼닥터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

만약 동의보감에 대해 최신 과학을 바탕으로 한 검증 결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익을 위해 동의보감을 들먹이는 횟수는 대폭 줄었을 것이다. 혈액형 성격설도 만들어진 배경이나 내용을 의심하면 그것들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는 이와 관련한 정보가 많아 약간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을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그마한 수고가 쌓인다면 유사과학자의 설 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행위를 버리고, 과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투자하고, 윤리경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증가하고, 불신이 만연한 시대에서는 더욱 과학적 근거, 과학적 연구, 과학적 지식을 통한 윤리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