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자의 하루만] 나는 괴로운 사회복지 ‘철밥통’이다
[서기자의 하루만] 나는 괴로운 사회복지 ‘철밥통’이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5.0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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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사회복지공무원, 업무량 과다에 야근이 일상

초는 분이 되고, 시간이 됩니다. 시간은 쌓여 하루가 됩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하루를 취재원 시점에서 보고, 기자의 관점으로 대신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하루만 제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

경상남도 함안군청 가는 길. 함안군청 주민복지과는 오른쪽에 보이는 군의회 건물 1층에 있다.서창완
경상남도 함안군청 가는 길. 함안군청 주민복지과는 오른쪽에 보이는 군의회 건물 1층에 있다.<서창완>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인간 존엄성 최후의 보루.’

악소리와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곳을 임용 3년 차 조 주무관은 그렇게 불렀다. 군민 개개인 최소한의 생활을 책임져 삶을 유지하게 하는 것, 함안군청 주민복지과가 맡은 임무다. 6만4000명 남짓 군민들이 빈틈없이 조금이나마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을 맡은 이, 모두 25명이다.

4월 23일 금요일, 함안군청 주민복지과 사무실에서 그들의 삶을 하루 동안 지켜봤다. 일이 편하고 쉽다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깨지는데는 10분이면 충분했다. 한쪽에선 회의가 펼쳐지고, 건너편에선 상담하는 소리가 들린다. 전화벨 소리는 끊이지 않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모니터에는 그 흔한 네이버 창 한번 뜨는 일이 없다.

한해 민원만 600여건…일상을 갉아먹는 야근

하루 동안 지켜본 사회복지공무원 한 사람의 몸에는 여러 직업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사무실에서 재무팀 직원이고 상담원이기도 했다. 돌발 상황을 처리하는 경비 업무나 사고 현장을 접수하고 사안을 조율하는 출동 업무도 그들이 맡은 일이었다.

임용 3년 차 조 주무관은 지난해에만 모두 698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하루 2건 남짓한 민원을 처리한 셈이다. 접수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민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2019년과 비교해도 1.5배 정도 늘었다. 가늠할 수 없고 미리 준비할 수도 없는 오롯한 추가 업무다.

추가 업무는 그들의 일상을 갉아먹는다. 조 주무관의 퇴근 시간은 평균 밤 9시 이후다. 오후 6~7시는 초과근무에 포함되지 않고, 주말 당직도 4시간밖에 기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의 단순 계산이다. 주민복지과 직원들은 보통 금요일에는 야근을 하지 않는데, 어차피 주말에 출근할 거 일주일에 하루라도 집에 빨리 들어가자는 이유에서다.

함안군청 주민복지과의 조 주무관이 4월 23일 관할 기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 현황에 대해 조사하면서 관계자와 통화하고 있다.서창완
함안군청 주민복지과의 조 주무관이 4월 23일 관할 기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 현황과 관련해 관계자와 통화하고 있다.<서창완>

조 주무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균 51시간의 초과 업무를 했다. 지난해 초과 업무 시간표에 81시간이 찍힌 적도 있다. 장애인계 직원인 조 주무관은 “노인계 같은 곳은 일이 너무 많아서 100시간도 찍는다”고 귀띔했다.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7시간뿐이다.

업무량 과다는 사회복지공무원이 처한 가장 크고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업무마다 처리기한이 있는데, 민원 등 초과 업무가 많은 날엔 정작 처리해야 할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사회복지공무원이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다. 조 주무관은 지난해 결혼식 한 날에도 사무실에 출근해야 했다.

동료들이 그들의 일을 대신 할 수는 없을까. 조 주무관 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일단 시스템 권한이 있는 사람이 본인뿐이다. 업무 기한이 길고 숙지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내 옆 직원도 나만큼 업무가 많다. 매일 밤 10~11시까지 일하는 동료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면 동료는 새벽에 퇴근해야 한다.

사회복지공무원의 고충은 그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그들은 ‘욕받이’ 역할도 해야 한다. 복지 혜택에서 탈락했거나 과태료 부과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들이 찾아오는 일이 부지기수다. 건물 앞에 앉아 울어버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민원인도 자주 있다.

며칠 전 조 주무관의 동료 직원은 민원인이 던진 물건에 눈두덩을 맞아 피를 흘리며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전화로 욕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현장의 멸시와 폭언은 그들의 심장을 파고든다. 조 주무관은 전화 소리만 들어도 무섭고, 사무실에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의 냉장고에는 이를 버티게 해주는 핫식스와 우황청심환이 항상 구비돼 있다.

조 주무관의 책상. 처리된 문서는 회색 박스 안에 있고, 처리 중 문서는 중앙, 처리할 문서는 기자가 앉아 있던 책상에 놓여 있다. 왼쪽 책장에 꽂힌 책들의 사업 세부사항과 법률 등은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서창완
조 주무관의 책상. 처리된 문서는 회색 박스 안에 있고, 처리 중 문서는 중앙, 처리할 문서는 기자가 앉아 있던 책상에 놓여 있다. 왼쪽 책장에 꽂힌 책들의 사업 세부사항과 법률 등은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서창완>

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가혹한 삶을 후벼 판다. ‘철밥통’ ‘놀아도 돈 받는 사람’ ‘무능력자’ 등 수식어는 누구보다 강했던 조 주무관의 사명감을 멍들게 한다. 국가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그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다.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공무원이 돼 직접 업무를 맡게 된 그가 만든 신념이다. 그 신념을 붙들어 줄 장치가 많지 않아 보였다.

일하면서 보람이 있었냐는 질문에 조 주무관이 말해 준 일화에 코끝이 찡했다. 지난해 한 남성이 직업도 잃고 세상은 나한테만 가혹하다며 죽어버리겠다는 전화를 걸어오자 조 주무관은 “죽기 전에 제가 국밥 한 그릇 사드릴 테니, 저한테 이야기나 하고 결정하시라”며 그 남성을 말렸다. 한참의 전화 끝에 그 남성이 한 말이 “고맙다, 덕분에 좀 더 살고 싶은 맘이 생겼다”였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었나 봐요. 정말 안도했죠.”

그 남성에게 필요한 말이 그저 따뜻한 관심의 한마디였던 것처럼 사회복지공무원도 ‘고맙다’는 말 하나가 고프다. 복지를 책임지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제 일을 인정해준다는 기분이 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자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일은 힘든데 욕만 매일 들으니 힘이 나질 않아요. 사회적 인식이 조금만 개선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예산 많은데 일손은 부족… 주 52시간은 딴 나라 얘기

사회복지공무원 업무 과다의 근본 원인은 인원과 예산의 비대칭에서 온다. 함안군의 지방재정 예산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일반회계 기준 세출 예산 5175억원 가운데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비용은 1238억원이다. 예산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이다.

반면,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행정안전부에서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함안군 공무원은 694명인데 주민복지과 직원은 25명뿐이다. 비율이 3.6%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민원인을 더 자주 부딪치는 읍면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2018년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꿈같은 이야기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하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한다. 상한선이 없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야근을 하고, 대부분의 토요일에 출근하는 조 주무관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게 일상이다.

2018년 공무원 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응한 지방 공무원 36만5564명 중 정시에 퇴근하는 비율은 17.28%에 불과했다. 1시간 이내 퇴근하는 경우가 19.9%, 1~2시간 28.23% 순이었다. 2~3시간 비율은 17.15%, 3~4시간은 8.74%였고, 평균 4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 비율도 8.71%나 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올해 7월부터 50명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지만, 공무원 업무 특성상 이에 따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함안군청 관계자는 “사회복지공무원 업무가 정말 많고 바빠서 밤 10시, 11시 넘어서까지 야근하고 가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라면서 “그나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과거보다는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민원인이 줄어들었다는 정도가 위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인력이 적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높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토록 고생이 많다는 점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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