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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CEO가 언론홍보 칭찬하게 만든 작전 성공담
CEO가 언론홍보 칭찬하게 만든 작전 성공담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5.03 11: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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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악수 나누고 돌아서는 사장 얼굴엔…”
<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5년 전, 광화문광장이 촛불로 뒤덮였을 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이 하늘을 움직였다. 이후 현역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는 동안 여당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네 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압승을 거뒀다. 그러다가 반전이 왔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야당 후보들이 큰 표 차로 이긴 것이다. 이는 무슨 뜻인가. 민심이 변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후 그 결과를 놓고 여당은 반성하고 야당은 겸허해야 하는데 요즘 정치권은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어느 쪽도 민심의 정확한 향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업에서는 홍보맨들이 기업에 대한 내외부의 민심, 즉 여론을 기업의 CEO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CEO들이 적확한 판단을 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CEO가 처음부터 홍보의 중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어느 대기업 CEO가 홍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 한 편의 에피소드다.

때는 1990년대 중반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얼마 전 부터 그룹 사장단 이동 소문이 모락모락 나더니, 이윽고 대규모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었다. 명단에는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대표이사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할 CEO에 대한 내부 평이 녹록하지 않았다. 사내 정보망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금융기관 출신으로 매사 철저하고 깐깐하신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특히 평소 그룹 홍보실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치 못해 앞으로 모시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당시 홍보팀장이던 필자 또한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와 같이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면 무엇이 문제인가?” 하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지냈다. 

“맨날 기자들과 어울려 흥청망청 예산만 낭비하지 않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보도자료를 언론에 발표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새 부대에 새 술’이라고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제일 먼저 발표하는 것이 내부 조직개편 사항이었다. 회사 내규상 중요한 보도자료의 경우, 사장까지 결재를 받게 되어 있어 필자는 결재판을 옆에 끼고 당당히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 안에 이미 몇몇 임원들이 들어가 있다고 비서가 전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조간신문에 보도되기 위해서 는 언론 배포 시점을 늦출 수 없었다. 해서 필자는 비서에게 “급한 결재 사항이라고 여쭈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윽고 들어가라는 비서의 신호가 보였다. 그런데 꾸중 맞은 어린애 표정이라 할까? 여비서의 안색이 별로였다.

노크한 후 사장실로 들어가 보니 응접 테이블에 사장과 임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 대화 중이었다. 중간 간부 직원 한 명의 출현을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대기업 홍보팀장이라면 어느 정도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 거의 매일 막강한 언론을 상대로 홍보 전쟁(?)을 치르느라 산전수전 다 경험한 사람이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예의상 잠시 대화의 중단을 기다렸다가 말문을 열었다.

“사장님! 결재사항이 있습니다”라고 결재판을 불쑥 들이 밀었다. 임원들 눈길이 일제히 필자에게 쏟아졌고 일순 사장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게 뭔가?” 하며 결재판에 꽂혀 있는 보도자료를 들여다본다. 이윽고 나온 한마디. “아니, 도대체 이걸 왜 언론에 발표하려 하는 거지? 회사 내부의 조직 개편도 언론에 발표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나?” 일순 당혹감이 밀려왔다. 임원들의 ‘참 안됐다’는 표정이 언뜻 보인다. 필자는 어차피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답변을 했다.

“사장님, 우리 회사는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식회사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조직개편과 같은 회사 내부의 중요한 사항을 발견하면 무조건 수많은 주주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필자의 고군분투가 안 되어 보였던지 그제야 한 임원이 한마디 거든다. “사장님, 조직개편 관련한 언론 발표는 과거에도 있었던 사항입니다. 어서 결재해 주시지요.”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의 신임 사장은 마지 못해 결재 서류 위 사장 난에 일필휘지로 사인을 한다.

사장실 문을 열고 나가는데 사장의 목소리가 얼핏 들린 다. “난 말이야, 우리나라 언론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아. 그리고 홍보실 직원들도 마찬가지야. 맨날 기자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놀면서 흥청망청 예산만 낭비하지 않아?”

그는 유럽의 금융 중심지에서 10여 년을 주재하며 그룹의 국제금융을 총괄하던 분이었다. “어이쿠, 이제 앞으로 고달픈 회사생활이 시작되겠구나.” 그러나 여기에서 좌절할 수는 없다. 각오를 새롭게 한 필자는 신임 CEO가 언론 홍보에 친숙하도록 만드는 작전을 전개했다. 필자는 ‘기고’ ‘인터뷰’ ‘기자간담회’ 등 세 가지 PI(President Identity : CEO 홍보)의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사장의 기고문을 신문에 자주 보도되게 하는 일이었다. 즉, 신문 칼럼에 사장을 단골로 등장 시켜 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요즘도 비슷하지만, 당시 거의 모든 일간 경제신문에는 기업인을 포함해 이른바 여론 지도층 인사들이 요일을 정해 매주 1회씩 돌아가며 1~2개월 동안 자유 주제의 기고문을 쓰는 정기적 칼럼이 있었다.

사장을 칼럼 기고자로 섭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기고문 작성이었다. 200자 원고지 5~7매 분량의 칼럼을 매주 사장이 직접 쓰도록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각종 대내외 행사 및 회의 참석, 외국 바이어 미팅뿐만 아니라 빈번한 해외 출장 등 그야말로 스케줄이 타이트한 인물이 종합상사 CEO이기 때문이었다. 해서 필자는 칼럼의 제목과 내용에 대해 미리 사장과 의견을 교환한 후 이를 바탕으로 홍보팀에서 대신 쓰는 방식을 채택했다. 사장은 원고를 신문사로 보내기 바로 직전에 마지막으로 감수토록 했다.

“다음 달부터 홍보팀 예산 증액하도록 하게”

그런 방식으로 수개월에 걸쳐 여러 신문에 사장의 기고문이 매주 1회씩 게재되던 어느 날이었다. 한 임원이 필자에게 슬쩍 귀띔해 준다. 아침에 사장과 얘기를 나누다가 들은 얘기인데 “최근 한 고위 공무원을 만났는데 내 칼럼을 읽었다며 내용에 매우 공감한다 했다”며 “신문의 영향력이 있긴 있나 보군”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일단 국내 언론에 대한 호감을 느꼈으니 1단계 작전은 성공이었다.

2단계는 인터뷰다. 당시에도 경제 관련 신문이나 잡지에서 신임 CEO의 인터뷰를 인물 중심으로 크게 보도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 해서 필자는 가능한 많은 매체에 요청해 사장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대기업 CEO의 인터뷰는 대부분 언론 매체의 데스크가 직접 회사를 방문해 면담하고 출입 기자가 그 자리에 배석해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는 것이 관례였다.

홍보팀에서 사전에 출입 기자와 상의해 인터뷰 예상 질문과 답변서를 철저히 준비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터뷰 장소에서 사장이나 데스크는 큰 부담이 없었다. 회사 응접실에서 만나 상견례를 한 후 편안히 차를 마시면서 무겁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식이 대개의 경우였다.

하여튼 이렇게 인터뷰 주선을 통해 언론 데스크들과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사장이 평소 갖고 있었던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일부 오해와 편견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2단계 작전 역시 성공이었다.

세 번째 방법은 출입 기자와 간담회를 갖는 일이다. 당시만 해도 종합상사의 출입 기자는 신문, 방송, 통신사 등 약 20여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출입 기자들과 회사의 CEO가 점심을 먹으며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상견례 방식의 기자 간담회를 갖곤 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기자간담회의 성패는 출입 기자들의 참석률로 결정된다. 만에 하나 기자간담회가 있는 날 공교롭게도 경쟁사에서 중대 발표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사회적 큰 이슈가 발생할 경우엔 참석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해서 홍보팀에서는 특히 간담회 날짜 선정을 빈틈없이 한다. 혹시 다른 큰 행사와 겹치지는 않는지, 혹여 출입 기자들이 그때 단체로 해외 출장을 가지는 않는지 등 사전에 체크가 가능한 것은 최대한 점검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늦은 봄 어느 날로 ‘D-Day’가 정해졌다. 그날 전후로 특별한 행사도 없었고 경쟁사에서도 특별히 발표할 사항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는 출입 기자들에게 날짜를 통보하고 참석을 독려하는 일만 남았다. 가장 중요한 일이다.

간담회 날짜가 정해지면 홍보팀에서는 보름 전쯤에 최초 통보를 한 후 중간에 재차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바로 전날 또다시 확인 전화를 한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기자들에게는 당일 아침 아예 회사 기자실로 와 있다가 간담회 시간이 되면 다 같이 이동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30분 전까지 간담회 장소로 이동한 후에는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전화해 현재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장소 섭외, 식사 메뉴 선정, 사장 인사말과 예상 Q&A 작성 등 간담회 준비가 한 치의 차질 없이 준비돼 가던 어느날이었다. 아마도 간담회 이틀 전쯤이라고 기억된다. 늦은 오후 시간 회사를 방문한 한 출입 기자가 한마디 툭 던진다.

“오늘 낮에 모 기업 회장이 주최한 기자간담회가 있었는데, 시작 한 시간 전에 정부 측 긴급 기자회견이 있다고 통보되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 간담회 장소로 가고 있던 출입 기자 대부분이 차를 돌려 과천으로 몰려갔고 결국 간담회에는 자기를 포함해 서너 명만 겨우 참석하게 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기업 회장의 심기가 안 좋아 보이더라. 홍보팀장과 담당 임원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우리 간담회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유난히도 더디 가던 시간이 흘러 드디어 D-Day가 되었다. 다행히 요 며칠간 조마조마하게 했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있었던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출입 기자 전원이 참석한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필자가 평소 인심을 잃지 않았는지 특별히 민감하거나 까다로운 질문들도 없었다. 기자간담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를 하며 돌아서는 사장의 얼굴엔 만족의 미소가 보였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그날 오후 총무 담당 임원이 전화를 해왔다. 사장이 갑자기 기자실을 가보자고 해서 수행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좀 더 넓고 좋은 장소로 이전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오래된 홍보팀 숙원 사안이 단숨에 해결된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가, 결재 사항이 있어 사장실로 갔다. 사장은 결재서류를 한눈에 훑어보더니 일필휘지로 사인을 하셨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셨다. “문 팀장, 내가 보기에 홍보팀 예산이 부족한 것 같은데 다음 달부터 증액하도록 하게.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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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2021-05-08 20:52:34
저도 한 명의 홍보맨으로서 문대표님 칼럼에 깊이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