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탈석탄’ 정책에 경영 위기? 발전공기업 속살 들여다보니…
[팩트체크] ‘탈석탄’ 정책에 경영 위기? 발전공기업 속살 들여다보니…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4.20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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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5사 실적 최근 5년 비교는 부적합한 측면 있어
탈석탄 정책은 시대적 흐름…경영 실적 악화 불가피
발전공기업 “LNG·재생에너지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진”
지난 2019년 12월 10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뉴시스
지난 2019년 12월 10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국내 5개 발전공기업이 탈석탄 흐름 속에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면서 경영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국내 발전 5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에너지전환과 미세먼지 대책 등으로 석탄발전소가 주류인 발전 5사 입지가 좁아졌고, 이는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좀 더 길게 발전 5사 영업이익을 살펴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실적 급감을 겪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1~2020년 기간에 실적이 유독 좋았던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면 정권에 따른 영업이익 격차는 미미하다. 글로벌 탈석탄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영업손실 본 발전사 3곳…중부발전만 실적 늘어

발전 5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총 947억원을 기록했다. 5개 기업 중 3곳인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이 적자를 거뒀다. 한국남부발전은 영업이익 256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년 1519억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과다. 5개 발전기업 중 전년보다 실적이 오른 곳은 한국중부발전이 유일하다. 영업이익 1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억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전 5사 실적은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다. 2017년 1조5166억원, 2018년 1조919억원, 2019년 5650억원, 2020년 –947억원으로 매년 5000~6000억원 가까운 감소 추세다. 일각에서 무리한 탈석탄 정책으로 발전 공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실적 감소 원인을 ‘탈석탄’ 정책만으로 치환하기는 어렵다. 실제 발전 5사 영업이익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281억원, 2012년 1조1076억원,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6483억원, 2014년 1조3268억원을 기록했다.

2011~2014년과 2017~2020년 발전 5사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각각 4조108억원과 3조788억원이다. 최근 4년이 이전 4년보다 각 기업당 매년 5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을 덜 봤다. 발전 5사는 2016년 한해 총 3조2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를 문재인 정부 4년과 단순 비교하면 탈석탄 정책이 경영에 미치는 여파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

2015·2016년 실적 왜 좋았나…정산조정계수 높아 이익도 커

발전 5사는 2015년 2조7367억원, 2016년 3조2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시는 한국전력(한전) 영업이익이 11조3477억원, 12조16억원으로 전력 공기업이 호황을 맞았던 시기다. 이는 국제유가와 관련이 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9년 내놓은 영업이익과 두바이유의 상관관계 그래프를 보면 2015년과 2016년의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각각 50.77달러와 41.25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3년 동안 95~105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기록하면서 영업적자를 본 한전의 영업이익이 급반전 한 계기가 연료비 하락이었다.

한전 영업실적(연결)과 국제유가.산업부
한전 영업실적(연결)과 국제유가.<산업부>

실제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한전의 영업이익은 급격히 상승했다. 2019년 영업손실 1조2765억원에서 영업이익 4조863억원으로 영업 실적이 전혀 다른 회사로 변모했다.

발전공기업도 2015~2016년 당시 실적 상승의 원인으로 유가 하락과 정산조정계수가 증가한 점을 꼽았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자회사인 발전 5사와의 이익을 배분하는 수치다. 2008년 발전공기업의 초과 이윤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한다. 구매가격은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적용한다. 석탄발전은 원가가 저렴해 SMP를 그대로 적용하면 발전 자회사들이 과다 이윤을 얻게 된다. 반대로 한전은 막대한 손실을 본다.

이를 막기 위해 한전은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계통한계가격에 0에서 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곱해 값을 쳐준다. 정산조정계수가 높아지면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늘어 이익이 감소하고 자회사 이익은 증가한다. 반대로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한전의 이익은 늘고 자회사 이익은 줄어든다. 2015~2016년에는 한전 영업이익이 과도해질 것을 우려해 정산조정계수를 높게 책정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력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으로 SMP가 급락해 석탄발전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발전 자회사가 되려 손실을 보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 요금 현실화 기대…탈석탄 이제 시작 “갈 길이 멀다”

발전 5사의 실적 급감에 탈석탄 정책 요인이 적다고 보더라도 석탄발전 퇴출 분위기 속에서 손실 구조가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발전 5사는 올해 자체 전망을 통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예상했다. 당기순손실은 영업이익에서 영업외비용과 법인세 등을 차감한 것을 뜻한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기 위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 금지, 노후 석탄발전 폐지 등을 추진했다. 또한 발전소 환경 설비 투자를 확대해 탈황·탈질설비 등의 성능향상을 강조해 왔다. 이외에도 황산화물 배출 감소를 위해 저유황탄 사용을 확대했다. 2019년 11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도입되면서 12~2월 9~17기가 가동 정지되고, 3월 19~28기가 가동 정지되는 등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줄어들었다.

다만, 폐지된 노후 석탄발전소는 6기에 불과하다. 중부발전 서천화력 1·2호기(2017년 7월), 남동발전 영동화력 1·2호기(2017년 7월, 2019년 1월), 중부발전 보령화력 1·2호기(2020년 12월)가 차례로 멈췄다. 현 정부 임기 내 폐지하는 잔여 노후석탄 4기는 남동발전 삼천포화력 1·2호기(2021년 4월), 동서발전 호남화력 1·2호기(2021년 12월)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전국에서 58기가 가동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4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8년 가동된 삼천포 1,2호기 폐쇄 환영! 미세먼지,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4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8년 가동된 삼천포 1,2호기 폐쇄 환영! 미세먼지,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탈석탄이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탈황 설비나 저탄장 옥내화 등을 갖추느라 석탄발전 투자가 그동안 많이 늘어났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 요인도 실적에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발전공기업들이 석탄발전소 증설에 참여하고 있고, 손실 보존책도 지속됐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탈석탄 정책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석탄발전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발적 석탄상한제’도 시행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잔여 석탄발전기의 연간 석탄발전량 상한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내년부터는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발전공기업에 대한 보조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산조정계수 제도 개선 내용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것도 발전 5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위험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발전공기업 간 상호보조 폐지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흐름이다.

에너지전환을 단순히 공기업 쥐어짜기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증가라는 임무를 달성하려면 비용 증가가 필수적인데, 이 점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고, 합리적 책정 기구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우리는 과거 20년 동안 탄소중립 노력을 하지 않고 석탄발전을 꾸준히 지어오다 남들과 같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갖게 됐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원가 보조금과 더불어 시장 환경 변화로 가치가 하락해 부채가 돼 버린 석탄발전소라는 좌초자산을 처리하는 비용까지 있어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유를 명백히 밝히고, 최근 만든 연료비연동제부터 제대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독립규제기관을 만들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중립 기관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정부 정책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LNG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석탄발전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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