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배터리 소송 ‘극적 합의’가 보여준 ‘3가지 미래’
SK-LG 배터리 소송 ‘극적 합의’가 보여준 ‘3가지 미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4.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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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지적재산권 인정’ SK ‘불확실성 해소’…미국 정부 ‘실리·명분’ 둘 다 챙겨
LG·SK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 협력할 것”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이뤄진 합의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총 2조원(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모든 소송 종식에 합의했다. 2조원은 두 회사가 주장한 합의 금액의 중간값이다. 앞으로 10년간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2년 가까이 끌어온 두 회사의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단 SK는 2조원의 합의금이 부담이지만 소송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미국 내 사업이 가능해졌다. LG 역시 배터리 분야 선두 주자로 공들인 시간을 인정받게 됐다. 미국은 자국이 강조하는 지적재산권 가치를 지키면서 배터리 시설과 일자리 확보라는 실리도 챙기게 됐다.

거부권 하루 전 극적 합의, 실리·명분 챙긴 미국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미국 ITC는 지난해 2월 예비결정과 올해 2월 최종 결정에서 SK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두 회사의 합의 진척은 더뎠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SK이노베이션은 1조원까지 합의금이 좁혀졌지만 그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SK는 미국 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LG는 미국 내 대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약속하는 등 장외전도 이어졌다.

LG-SK 배터리 소송 일지.<뉴시스>

시장에서는 이번 극적 합의에 미국 정부의 압박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든 행사하지 않든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 등에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조하던 정책 기조와 상충되는 문제가 컸다.

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에서 철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이럴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시장 확산에 나선 데다 SK의 공장 건설로 예상되는 미국 내 일자리 등이 타격받게 된다. 결국 미국 정부는 LG와 SK 모두에게 거부권 시한 이전에 합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공개적으로 빠른 합의를 종용해 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월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말 부끄럽다.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를 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K-배터리가 앞으로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한다”고 권유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번 합의 이후 공동 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LG ‘지적재산 인정’-SK ‘불확실성 해소’…주가 향방은

이번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에 공들여온 시간을 인정받고, SK이노베이션은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의 관심은 SK이노베이션 쪽에 좀 더 크게 집중된 모양새다. 두 회사의 합의 소식 이후 처음 열린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1.97% 상승한 2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0.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번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소송에 승소해 유리한 입장이던 LG에너지솔루션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눌려 있던 SK이노베이션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이 단기적으로 1조원의 현금 유출을 하겠지만 불확실성 해소로 그 몇 배 이상 시가총액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LG화학,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한국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긍정적 이슈라고 판단하나 가치 저평가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에 가장 호재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도 메시지를 내놓으며 성장 의지를 강조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도전·혁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지난 30여년 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된 것도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이번 소송을 계기로 회사는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 갈 것”이라며 “나아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데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5조원 투자를 통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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