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배터리 ‘약한 고리’ 미국 공장…‘지원금 상환‘ 상처 덮고 증설로 이어질까
LG 배터리 ‘약한 고리’ 미국 공장…‘지원금 상환‘ 상처 덮고 증설로 이어질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4.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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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바이든 부통령 시절 미 정부 지원금 받았다 약속 못 지켜 상환
“생산공장 2곳에 5조원 투자”…바이든 대통령 거부권에 영향 미칠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미국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미국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생산 규모로는 ‘구색’만 갖춘 수준인 미국 내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한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배터리 전쟁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LG 미국 공장은 2010년대 초반 LG 배터리 글로벌 4각 생산체제의 포문을 열었지만, 지원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자금 일부를 상환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 때문인지 미국 내 생산설비 규모가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과의 주도권 싸움이 당시 상처를 덮고 순조로운 증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데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5조원 투자를 통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계획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 나왔다. LG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지난 2월 10일(현지시각) 최종 승소했다. ITC는 SK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제한적으로 포드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 동안 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 ITC는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SK는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고, LG는 ‘그 빈틈을 공격적 투자로 채우겠다’고 공언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오는 11일(현지시각)까지다.

LG, 미국 내 5조 투자? 4각 생산체제의 약한 고리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오창(20GWh), 미국 홀랜드(5GWh), 중국 남경(20GWh), 폴란드 브로츠와프(70GWh)로 이어지는 4개 지역 글로벌 생산체제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해외 공장 설립 지역 모두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곳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미국 공장은 생산능력으로만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약한 고리다. 4각 생산체제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해외 공장이지만 증설이 없었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LG화학은 당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미시건주 홀랜드시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약 1억5000만 달러(약 1675억원)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7월 기공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LG화학 홀랜드 공장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2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 정부의 예산 낭비 문제를 지적할 때 거론할 정도로 초기 상황이 좋지 않았다.

LG화학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LG화학>

홀랜드 공장 기공식 2년 7개월 뒤인 2013년 2월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문서를 보면 당시 LG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문서에 따르면 LG화학 미시건 주식회사는 3억4000만 달러 배터리셀 제조 공장 건설을 위해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받았다. 2025년까지 주정부와 지방 정부로부터 1억7500만 달러 이상의 세금 감면 자격까지 갖출 정도로 파격 조건이었다.

LG화학 미시건 주식회사는 배터리 생산 시설 설계·건설·가동과 440개 일자리 창출, 2012~2013년 말 전기차 6만대에 조립 가능한 배터리 셀 생산을 목표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LG화학 미시건 주식회사가 이런 목표를 추진하는데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봤다. 정규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지역 비영리 단체 자원 봉사, 게임, 영화 감상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고소인의 주장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비생산적인 업무를 하는데 쓰인 것으로 확인된 84만2000달러가 부서에서 상환됐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지원된 자금 1만5100만 달러 가운데 1억4200만 달러나 지출됐으나 목표치로 한 생산 능력의 약 60%만 건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는 “LG화학 미시건이 인건비를 과소평가했으며, 이것이 계획된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기술했다.

문서에 따르면 일자리 수도 예상치보다 절반 미만에 머물렀다.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셀 생산도 연기됐다. 쉐보레 볼트 차량의 수요가 월 평균 1955대였는데도 배터리셀 생산 연기를 결정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당시 LG화학 측은 “현재 홀랜드 공장 직원들을 보다 상호 교류적인 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며 “실내 교육과 실외 실습으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실제 생산 시점에 필요한 완벽한 준비를 위해 설비 정비 및 보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그해 11월 미시건 서부지방 검사실은 LG화학 미시건주식회사에 약 123만1300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기존에 상환한 약 84만2000달러보다 큰 금액이 청구된 셈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마일스 변호사는 “연방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은 연방 정부와 공개적이고 정직하게 거래해야 한다”며 “이 합의는 우리 기업 시민들에게 ‘문제에 어떻게 대응 하는가는 문제 자체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투자 계획, 바이든의 응답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분쟁 결과에 대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을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분쟁 결과에 대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을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뉴시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이었던 만큼 LG화학의 과거 사례가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그 시점에 미국 전기차 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 초반 오바마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비즈니스를 야심차게 추진했는데, 전기차 산업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다. 미국이 집중 지원하던 자국 대표 배터리 제조업체 A123은 2012년 12월 파산해 중국의 완샹그룹에 넘어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2개의 충돌 지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라는 경쟁자가 사라질 경우 미국 내 배터리 공급에서 자칫 LG에 독점 기회를 주는게 우려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각이 하나다. LG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미국이 자국이 내세우는 중요 가치인 지적재산권 보호를 포기하는 결정을 하진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소송 당사자인 두 회사는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거부권을 행사하든 하지 않든 두 회사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변함 없어 보인다”며 “이번 거부권 행사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방향성을 어디로 갖고 가느냐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논평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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