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 전문가’ 정식직업 만든 주역 정경자 덤인 대표
‘정리수납 전문가’ 정식직업 만든 주역 정경자 덤인 대표
  • 이하영
  • 승인 2021.02.2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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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흐트러진 물건들 공격 받으며 좁은 공간서 불편하게 살 겁니까?
정리수납 전문가를 창직한 정경자(맨앞) 덤인 대표.<덤인>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한지 1년이 넘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늘어남에 따라 정리수납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경자 ㈜덤인 대표에 따르면 정리수납은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한번 시스템 정리수납 컨설팅을 받고 나면 누구나 ‘그 자리에’ 넣는 정리가 가능하다.

지난 2월 23일 <인사이트코리아>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덤인 본사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정리수납은 물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덤인은 어떤 회사인가?

“어떤 사람은 20평을 30평 같이 쓰고, 어떤 사람은 30평도 20평 같이 좁게 쓰기도 한다. 덤인 정리수납 전문가들은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정리를 못하는 이유나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자신의 공간을 넓게 사용하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해주는 정리수납 회사다.”

- 지금의 덤인이 만들어지기까지 스토리가 궁금하다.

“2000년 초 캐나다에서 법인 대표로 근무했다. 그때 미국에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미국은 1987년부터 정리수납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에 정리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정리수납 전문 서비스를 접하게 되면서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사회의 물건 구입 패턴이 달라지며 더욱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요즘은 홈쇼핑, 인터넷으로 뭐든 손쉽게 살 수 있다. 속옷이나 티셔츠를 10장씩 산다.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들어오는 물건들이 많아졌다. 물건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들이 공격하니까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사람은 그 공간에서 굉장히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정리수납 전문가를 직업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베이비시터, 가사도우미 등에 수납 교육을 해서 회원들 집에 파견하는 케어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이 사업을 하며 8년 동안 정리수납 사업을 준비하고 2011년에 한국정리수납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 덤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연말까지 11만명이 조금 넘는 정리수납 전문가가 생겼다. 정리수납 전문가는 2015년에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되며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았다.”

- 직업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8년간 정리수납 서비스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는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내 물건을 정리해준다는 개념도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신뢰가 없다.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건설사와도 소통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는 3년째 입주민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교육을 하고 있고, 대우건설 푸르지오 입주민들에게도 올해 2월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집 정리 방법을 알려주고 입주민 중 추첨을 통해 무료 정리 서비스도 지원하는데 반응이 좋다.”

- 정리수납 전문가의 비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리수납 전문가는 시스템 정리수납을 가능하게 해준다. 전문가가 코칭해준 대로 유지만 꾸준히 하면 되는 시스템을 갖춰 만족도가 높다. 집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 일단 그 가족들 삶의 질이 향상된다. 가사 업무나 역할 분담도 원활하다. 예전에는 다 엄마가 했지만 핵가족화 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가사노동 분담이 필수가 됐다. 시스템 정리수납이 되어 있으면 아이도 남편도 자기물건을 쓰고 본인이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각각의 업무가 분담되는 거다. 물론 싱글족도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안에서 많이 생활하면서 정리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 예전에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이런 일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됐다. 올해는 예년의 2배 이상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자 덤인 대표. <덤인>

-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정리수납 커리큘럼 구축을 돕고 있는 걸로 안다. 양국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리수납 못 하는 건 전 세계가 비슷한 것 같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다. 살림살이가 적게는 몇 천개에서 많게는 몇 만개가 넘어가는데 이것을 누군가 혼자 정리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중국만의 특징이 있다면 여기는 가사도우미가 워낙 많아 이 분들이 직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배우는 경우가 다수다. 또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 젊은층에서 배우려는 움직임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 한국보다 위생관념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어 커리큘럼에서 강조하고 있다.”

- 미국 정리수납협회 회원이지만 한국 실정에 맞는 정리수납 커리큘럼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애로사항은 없었나?

“미국과 한국은 살림 도구부터 다르다. 주방을 예로 들면 미국은 접시나 볼 등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밥 그릇, 국 그릇이 따로 있고 종지 그릇 등 다종다양한 그릇이 많다. 옷도 우리는 개거나 옷걸이에 거는 등 수납 방법이 다양한데 미국은 거의 옷걸이에 건다. 먹는 음식도 전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바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 문화가 다른 점을 우리나라에 맞게 매뉴얼화 하는데 8년이나 걸렸다.”

-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만 있는 사람이 늘어나 정리수납 전문가도 바빠졌을 것 같다.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최근에 tvN ‘신박한 정리’가 화제지만 이전에도 tvN ‘렛미홈’, KBS조이 ‘닥터하우스’ 등 정리 프로그램은 많았다. 코로나19로 좀 더 조명 받는다고 생각한다.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우리 집이 지금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스트레스 쌓이고 바꾸고 싶은 거다. 정리수납의 중요성이 국민들 마음속에 강하게 인식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 ‘2018 대한민국 대표기업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프랜차이즈로서 덤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표준화된 서비스를 고객이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일정 이상 자격을 소지한 사람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신뢰를 갖고 방문 요청할 수 있다. 덤인은 업력이 10년이나 돼 경험도 많이 쌓였다. 팀조직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대표인 제가 전 세계 정리수납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국내뿐 아니라 외국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부분도 강점이다. 가정집 주거 공간만 정리수납 하는 게 아니라 ▲온누리 약국 매장 ▲전통시장 점포 ▲LG CNS 스마트 물류 구축 등에도 시스템 정리수납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 경영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늘 어려웠다. 어떤 직업을 찾아 사업 모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보통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킨집을 하면 맛이 있든 없든 고객이 ‘치킨집’인 것을 알고 있다. 새로운 기업을 만들었으니 이해시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정리수납은 이제까지 전문가가 없었던 분야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하고 전문가로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10년 중 5년은 거기에 투자한 것 같다. 5년 동안 전국에서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11만명이나 된다. 현재 정리수납 전문가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5000명에서 1만명 정도라고 본다.”

-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3년 전부터 정리수납 전문가 대신 업테리어 디자이너(Upterior Designer)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집의 인테리어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는 뜻이다. 요즘 직원들에게 고객을 방문할 때 정리수납을 하러 가지 말라고 한다. 정리수납 전문가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고객의 삶을 바꾸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수납을 통해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게 만들어주기 위해 방문하는 거다. 사람을 위해서 방문하는 거지, 물건을 위해서 집을 방문하는 게 아니다. 공간의 주인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봉사활동 단체 ‘콩알’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봉사단체 콩알은 법인 설립 시기인 2012년에 함께 만들었다. 주변 지인들이 ‘회사를 처음 시작하는데 무슨 봉사를 하냐’며 ‘정신 나갔다’고 했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나면 봉사하겠다는 말은 사실 봉사를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봉사단을 만들었던 이유는 정리수납 전문가 대부분이 주부였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늘 자기가 했던 정리수납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가치를 높지 않게 생각했을 거라 여겼다. 정리수납 전문가가 얼마나 훌륭한 직업이고 이것이 다른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봉사를 하며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처음엔 인식 개선이 되지 않아 교육을 받았지만 정리수납 고객이 없다는 것도 한몫 했다. 이분들은 아직 고객 요청은 없지만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하며 한 집을 살리고 온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봉사활동 중 80세가 넘은 할머니의 집을 정리해드린 일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는 정리된 집을 보시면서 ‘내가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자기 집이 이렇게 변할 수 있듯이 자기 공간이 이렇게 변할 수 있듯이 자기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정리수납 전문가 분들에게 이런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직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아주길 바랐다.”

- 시간 날 때 즐기는 일이 있나?

“요즘은 자연이 좋다. 최근엔 시간 날 때마다 지리산 산청에 가고 있다. 가서 책도 읽고 농사일도 돕는다. 드론을 배워서 영상도 찍고 편집하는 것이 재미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밤에 별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가서 별을 보고 별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정리수납을 산업화 하는 것이 목표다. 소외계층부터 자본가까지 모두 공간의 주인답게 사용할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 안에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창업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18~20일까지 ‘정리수납 공간 산업 박람회’를 연다. 정리수납 박람회는 전 세계적에서 처음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국제 컨퍼런스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오기 어려워 영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미국·캐나다·일본·중국과 함께 그 나라에서는 어떻게 정리수납의 비전이 있고 우리나라와 연계하고 싶은지 이야기 할 예정이다. 정리수납과 관련 있는 산업도 망라해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리수납과 관련된 건설·인테리어·수납용품 기업과 정리수납 전문가를 연결해줄 수 있다고 본다. 정리와 환경·복지·공유경제 등을 테마로 강연도 준비한다. 전국에 있는 11만명의 정리수납 전문가가 박람회에 참여하면 기업들은 이들에게 자사제품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는 정리수납 전문가들이 현장에 나가 일을 할 때 각 기업의 제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리는 길이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로 교육프로그램과 수납용품 사업 진출도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 재단 쪽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서 올해부터 장애인 정리 시스템 교육 프로그램 구축 사업도 도울 예정이다.”

- 후배 여성 사회인 혹은 동종업계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무엇인가?

“교육이나 서비스는 단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기억했으면 한다. 특히 정리수납이라는 건 모든 사람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두각을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짧게 잡으면 이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다. 정리수납에 대한 비전을 보고 스스로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 직업은 사람이 계속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의 관계, 네트워크를 잘 형성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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