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련의 계절...선장 잃은 삼성 어디로 가나
이재용 시련의 계절...선장 잃은 삼성 어디로 가나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1.1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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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속되면서 대형 프로젝트, 의사 결정 차질
세계 최강 비전 '반도체2030' 계획도 수정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침울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의 향후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며 이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선고 직후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당분간 총수 공백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나가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이 선고되기 직전까지 354일 간 구속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만기를 채우게 될 경우 1년 반 남짓의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도 남아있는 만큼 향후 약 2~3년 동안은 사법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있더라도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주가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인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 사이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당 3만원대에서 최고 5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또 이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3조6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경영 수치를 보고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장기화하고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장기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인 2016년 11월, 삼성이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8억 달러에 인수한 뒤,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지난해 7월 삼성 사내방송 인터뷰에서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사업이 적자를 보거나 업황이 불황인 상황에서 ‘몇조를 투자하자’고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며 역시 주요 의사 결정은 전문경영인에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당시 와병으로 쓰러져 있었던 상태였던 만큼, 외국계 거래처와의 협상과 관계 유지 등에 있어 이 부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 부회장은 일본 재계, 동남아시아 정계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중국 시진핑 주석, 인도 모디 총리, UAE 왕세제 등 국가원수급 인사들과 광범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이 부회장은 그 조치 대상이었던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으로 직접 출장을 가서 거래처 인사들을 설득했다. 결국 긴급물량을 제공받으면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 중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삼성의 현지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받았고,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에 대한 미래지향적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선도자적 지위 흔들릴 수도

이들 외국 정상과 기업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오너 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국내 간판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데 차질을 빚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인 ‘반도체2030’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장기·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세적 투자를 못하고,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선도자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미국 텍사스 오스틴 삼성반도체 공장부지의 EUV 전용 반도체공장 설립 프로젝트도 무산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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