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장자승계' 전통을 외국계 헤지펀드는 왜 물고 늘어지나
LG家 '장자승계' 전통을 외국계 헤지펀드는 왜 물고 늘어지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12.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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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주주가치 훼손 이유로 계열분리 '반대'
LG "성장전략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 개선될 것”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최근 LG그룹에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LG그룹이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위해 양대 지주사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 행동주의 펀드가 반대 의사를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1947년 창립 이래 73년간 이어온 LG그룹의 장자상속 전통에 따른 계열분리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LG그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창업 가문인 허씨의 분가, 구씨 방계 일가의 독립 등에 대해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이하 화이트박스)가 최근 LG그룹에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화이트박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의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화이트박스가 소유한 LG그룹 지분은 1%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화이트박스는 삼성과 현대차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LG가 타깃이 됐다.

화이트박스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최근 결정된 LG의 계열분리다. 화이트박스는 LG가 장자상속 전통에 따라 계열분리 하는 것이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지난달 26일 LG 이사회는 명백히 더 좋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둘 것을 촉구했다.

화이트박스는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들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창업세대부터 이어온 ‘아름다운 이별’

LG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칭)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이다. LG는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쳐 5월 1일자로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존속회사 ㈜LG와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신설회사 ㈜LG신설지주(가칭) 2개 지주회사로 재편될 예정이다.

LG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로 평가받는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이번 이사회 결의에 대해 LG 관계자는 “사업 영역과 경영관리 역량을 전문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결의가 구광모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염두해 둔 것으로, 계열분리는 LG그룹만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준 고문이 형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비켜나 있는 동안 그룹을 무난하게 이끌어온 데 대한 공로를 인정해 일부 계열사들을 떼어준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LG가(家)에서는 선대 때부터 ‘총수가 바뀌면 윗세대는 떠난다’는 전통이 있다.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하자 장남인 구자경 회장이 2대 회장에 오르면서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은 계열분리 해 나갔다. 첫째 동생 구철회 사장 일가는 독립해서 LIG그룹을 설립했으며, 구인회 창업주의 또 다른 동생인 두태회·구평회·구두회 씨는 오늘날의 LS그룹을 만들었다. 3세대 들어서는 구자경 회장이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LG의 경영권을 넘겨주고, 그의 형제들은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했다.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 일가는 LG그룹 패션 사업부문을 들고 나가 현재의 LF를 만들었다.

2018년 5월 3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이 타계했다. 구본무 회장 투병 당시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왔던 사람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었지만,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상무가 회장으로 추대됐다. 구본준 고문은 구광모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본준 고문의 '숙부의 난'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구본준 고문은 조카인 구 회장의 보폭을 넓혀주기 위해 계열분리 해서 나갔다.

국내 재벌기업 승계과정에서 친족 간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흔치 않았다. 하지만 LG그룹에서는 창업세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열분리를 통해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승계과정에서 단 한 번의 잡음이 없었다는 점에서, LG그룹의 지배구조는 재계의 모범이 돼 왔다.

LG “핵심 사업에 집중...주주가치 높아질 것”

국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던 LG그룹의 승계 전통은 이번에 미국 헤지펀드의 제동으로 재조명받게 됐다.

LG의 계열분리의 주된 동기가 가족의 경영권 분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상승, 그에 따른 차익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우 기업의 영속성보다는 단기 이익 실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LG의 계열분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계열분리를 결정한 주된 이유는 구본준 고문에 대한 예우에 따른 것”이라며 “계열분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점도 있을텐데, 친족의 경영권을 위해 계열분리를 한다는 것이 외국계 주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인수합병·분할 보다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동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라며 “주주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LG는 계열분리로 핵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화이트박스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분사로 전자·화학·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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