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공룡' 롯데는 '아기공룡' 마켓컬리에서 무엇을 배우려 했나
'거대공룡' 롯데는 '아기공룡' 마켓컬리에서 무엇을 배우려 했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12.10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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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CEO들, 김슬아 대표 초청해 한수 배워
김 대표 "'수평적 소통방식' 조직문화가 성장의 원천"
김슬아 대표.마켓컬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마켓컬리>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유통사업 경쟁업체인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 CEO 포럼에서 동종업계 대표가 강연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통업계 전통적 강자인 롯데는 유통업계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런 만큼 경쟁업체에서도 배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김슬아 대표와의 대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롯데 CEO 포럼’ 행사에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온라인 중심 유통업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특별 대담회를 가졌다. 윤종민 롯데인재개발원장과 대담 형식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번 강연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와 각 사업부(BU) 부문장 등 임원 150여명이 시청했다. 롯데 임원들은 김 대표에게 마켓컬리의 배송과 포장, 마케팅, 차별성, 사업전략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가진 강점의 원천으로 형식적인 절차를 최대한 배제한 ‘수평적 소통방식’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직원들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켓컬리에서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커피챗(커피를 두고 하는 대화)을 자주하고 직원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답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신임대표는 실시간 채팅 질문을 통해 ‘직원·고객과 공유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비전’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모든 서비스가 가져야 할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골든타임 24시간 ‘샛별배송’, 배송 패러다임 바꿨다

‘유통공룡’ 롯데가 김슬아 대표를 초청한 까닭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유통혁신을 이루고 있는 마켓컬리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 강점을 학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소비 트렌드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는 ‘편리미엄’이다. ‘편리함’과 ‘프리미엄(Premium)’을 합성한 ‘편리미엄’은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상품 혹은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현상을 뜻한다. 이 ‘편리미엄’ 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유통 서비스 앱인 마켓컬리의 성장은 눈부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신선식품 배송업계 1위를 기록한데 이어 4년 만에 매출이 100배 이상 오르는 등 폭풍 성장했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한 식자재와 생활용품을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품질의 건강한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포인트다.

김슬아 대표는 어릴 때부터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두 분 모두 의사인 부모님 대신 외할머니가 김 대표와 그의 동생을 돌봤는데, 경북 안동 출신인 외할머니께서 음식 솜씨가 워낙 좋으셨다. 아침부터 12첩 반상으로 차려 먹다 보니 늘 싱싱한 고기와 생선, 과일을 종류별로 풍족하게 맛볼 수 있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본가인 부산을 떠나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잘 먹는 것’이 힘들었다. 제대로 챙겨 먹질 못해 몸까지 안 좋아져 음식 전반에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

김 대표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도 평생 이 문제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이 업계에 직접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마켓컬리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곧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믿는 김 대표와 구성원들의 뜻이 모여 시작됐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문을 열면서 온라인 업계 최초로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를 구축했다. 각 품목별로 최적의 보관 온도를 유지하며, 상품의 패키징 역시 냉장·냉동 창고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까지 신선함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냉장·냉동 차량을 통해 신선하게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하니 말 그대로 ‘신선식품’이 문 앞에 배달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은 생산한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상식을 사업화로 이끌었다. 그는 신선도를 지키려면 유통과정을 최소화해야 하고, 생산 직후 골든타임을 24시간으로 봤다. 이 시간을 맞추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벽배송을 도입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상품의 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마켓컬리는 더욱 바빠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을 통해 장보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엔 하루 평균 3만~4만 건에 달하는 주문량이 많게는 5만 건을 넘길 때도 있다.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대기업 경쟁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마켓컬리는 점유율 40%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뚝심과 고집으로 '진짜 맛' 찾는다

마켓컬리의 진정한 강점은 배송이 아닌 ‘상품 기획’에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좋은 재료를 위해서라면 전국 방방곡곡 산지를 찾아다니는 열정으로 ‘진짜 맛’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뚝심과 고집으로 좋은 상품만을 생산해내는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판매 활로를 찾아주겠다는 게 김슬아 대표의 생각이다.

마켓컬리에 신규 입점하는 모든 상품은 ‘상품위원회’라는 내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마켓컬리 만의 기준을 맞춘 원재료와 성분, 제조시설, 인증서류 확인뿐만 아니라 위원회 당일에는 팀원들의 눈과 입을 통한 혹독한 평가를 통과해야 입점 자격이 주어진다.

상품위원회에는 김 대표도 직접 참석해 70여 가지 기준을 가지고 담당 MD들과 함께 모든 상품을 직접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통과율은 평균 10%대 미만이다. 김 대표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그 주에는 신규 상품 입점을 아예 진행하지 않았을 정도로 엄격하게 상품을 선별한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에서 파는 모든 상품을 먹어 보고, 산지도 직접 찾아간다. 양계장과 과수 농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좋은 소금을 찾기 위해 먹은 걸 다 게워내며 신안 앞바다를 헤맨 일도 있다고 한다.

상품 출시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검수 팀이 매일 평가하고 상품 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판매를 포기한다.

‘전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마켓컬리 비전이 '유통공룡'  롯데에 얼만큼이나 녹아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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