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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6 20:04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찬밥이던 예능 뜨거운 장르로 만든 스타 PD 나영석
찬밥이던 예능 뜨거운 장르로 만든 스타 PD 나영석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20.10.02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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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예감 같은 건 없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줄타기 잘하는 게 중요”
나영석 PD. <CJ ENM>

나영석 CJ ENM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하는 인력은 50명 가까이 된다. 나영석 사단이라 부를만 하다. 나영석 PD는 “공장이 납기에 맞춰 납품하듯이 방송국은 석달에 한번 데드라인 안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영석 사단은 tvN에서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태스크포스 내지는 사내 벤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은 큰돈이 걸린 비즈니스로 그런 현실에서 캐스팅을 할 때 낭만적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영석은 찬밥이던 예능을 각광 받는 장르로 만든 스타 PD다. KBS 시절 ‘1박 2일’로 예능에선 마의 시청률이라는 40%를 뚫었다. tvN으로 옮긴 후엔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강식당’ ‘윤식당’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 나영석 표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여럿 만들었다. 어떻게 알아둬 봤자 쓸모도 없는 ‘듣보잡’ 식을 제공할 생각을 했을까.

2013년 tvN에서 처음 연출한 ‘꽃보다 할배’의 타이틀은 친정인 KBS의 히트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이 ‘꽃할배’를 지목했다.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 부근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꽃보다 할배’

왜 ‘꽃보다 할배’를 좋아하나요?

“재미와 의미를 살렸고 익숙함과 새로움을 잘 배합했다고 봅니다. 시청자들도 즐거워했고 의미를 느꼈다고 봐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출연한 어르신들은 전 국민이 아는 원로배우들이죠. 이 익숙한 분들이 KBS 아침마당에 나가는 건 새롭지 않지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게 새로웠죠. 무엇보다 출연자들을 포함해 참여한 모든 사람이 방영 후 한 단계 더 행복해졌어요. 원로들이 예능이라고 해서 억지 춘향으로 출연하신 게 아니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셨죠. 시청률도 잘 나왔고 주위에서 칭찬도 받았습니다. 스태프에겐 좋은 커리어가 됐고 출연자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캐스팅됐죠. 물론 저도 뿌듯했고요.”

그는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울 것을 기대하는 양가감정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어디서 본 듯한데 그 안에 새로운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출연자가 새로운데 포맷마저 새로우면 안 돼요. 예능은 시청자보다 한 걸음 앞서가면 빠르고, 반보 앞서야 합니다.”

‘꽃할배’가 그의 작품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은 아니다.

리스크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무엇보다 고령인 출연자들의 건강 리스크가 있었죠.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 의료진이 촬영을 위한 여행에 동행해 매일 아침 건강 검진을 했습니다. 여행 내내 불편을 덜 느끼시도록 카메라 대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길 건너에서 찍게 해 촬영 감독이 싫어했죠. 이렇게 인물과의 거리가 멀면 화면 잘 잡기가 어렵고 앵글이 흔들린다든지 포커스가 나가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이서진을 제외한 출연자들의 평균 나이가 76세였다. ‘나쁜 PD’라는 별명이 있는 나 PD는 이분들이 과연 프로그램 콘셉트와 당초 그린 그림대로 움직이실까 걱정도 됐다고 했다.

“저의 인생보다 두 배나 사신 분들이 제 말을 잘 들으시겠어요?”

이 프로그램은 2018년까지 시리즈로 방영됐다. 그리스편이 끝난 2015년 5월 그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탔다. 전년도인 2014년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상복이 많은 거 같습니다. 여태 받은 상 중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상이 뭔가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입니다. 드디어 예능이 사람들이 인정하는 장르가 됐다는 생각에 짜릿했습니다. 제가 받기 전까지는 이 상을 연기자들이 받았어요. 예능은 과거 드라마·영화에 비해 중요한 장르가 아니었고 제가 방송국 입사했을 땐 심지어 홀대 당했어요. 비즈니스로 치부하는가 하면 제작진은 코미디 하는 사람 취급 받았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대중에게서 인정받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지만 이런 보상이 없으면 이 일은 하기 힘들어요.”

나 PD는 연세대 행정학과 94학번이다. 대학 시절 행정학과가 속해 있는 사회과학대 극회에서 활동했다.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땐 행정고시를 볼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 되기를 바랐다.

“고시 공부해 공무원 되는 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연극에 빠져들어 고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옅어졌어요.”

스태프도 하고 무대에도 섰다. 대본도 써 봤다. 그는 대학 시절 친구는 모두 연극 같이한 친구들이라고 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생활은 뜻 깊었다. 타임머신을 탄다면 대학 1학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는 전했다.

“나는 누군가?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뭘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 때 연극을 했으니 드라마 PD 할 생각도 했겠습니다.

“처음엔 그랬죠. 사회생활은 선택해서 할 수 없을 때가 훨씬 많죠. 처음 예능국에 갔을 때 인사 발령에 불만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 거기서 성취할 것, 즐길 만한 것을 찾는 사람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수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는 후배들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을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나름대로 포지티브하게 살라고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요소를 찾아내고 좋은 방향으로 발상하다 보면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 문제 있다고 욕할 시간에 그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 빨리 배우라고 해요.”

“종영했을 때 시청자, 출연자, 제작진 모두 행복해야”

나영석 PD. <CJ ENM>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영감의 원천은 동료입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그럴겁니다. 혼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한두 번이에요. 탐구나 자료 조사가 아니라 회의든 대화든 다양한 연령대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나 PD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소소함을 꼽을 수 있나요?

“예, 저는 고집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연하다고도 할 수있죠. 신뢰하는 사람이 저와 다른 의견을 내 놓으면 종종 제 생각을 바꿉니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고 나면 밀어붙이는 타입이죠.” 시청률 불모지인 ‘불금’을 예능 격전지로 만든 그에게는 ‘섭외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캐스팅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누구랑 뭘 할까’ 이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캐스팅이 절반인 셈이죠.”

출연자를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뭔가요?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대중이 호감을 느끼는 연예인이 나와야 합니다. 다음으로 그 사람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잘 맞을뿐더러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인물이라야죠. 유명 연예인의 드러나지 않은 면모를 부각하고, 새로운 인물을 합류시킬 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는 “종영했을 때 시청자, 출연자, 제작진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보니 더 고심하게 되고, 이 사람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더 큰 대중의 사랑을 받겠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섭외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콘택트한 분들은 저의 설명을 듣고서 충분히 납득합니다. 다른 사정으로 출연 못할 때도 있죠.”

이른바 촉이 좋은가요? 직관을 믿나요?

“대박 예감 같은 건 없습니다.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한적은 거의 없고 실패할 거 같은 데도 만드는 일도 없어요. 촉이 좋다기보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줄타기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거죠. 나쁘지 않을 거야, 괜찮을 거 같아 그 정도 확신으로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이때 운은 거의 작용하지 않아요. 아니 예능에 요행수란 없어요. 저 스스로는 제가 좋은 리스너(listener)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엔 촉 좋은 사람, 분석 잘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과 집단지성을 발휘해 충실한 협업을 해요. 각종 정보를 취합해 합리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려 노력하죠. 그러다 방송된 결과물에 운 좋게 대중이 크게 반응하면 감사한 일이죠.”

그는 PD가 하는 일은 직관과 사유 모두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예술 작업과 대중적 비즈니스의 경계에서 일합니다. 단적으로 예술적 영감과 합리적 예산 양쪽에 신경을 써야 하죠.”

사람에 대한 철학이 뭔가요?

“사람은 누구나 배울 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어요. 꼰대 같은 선배지만 성실하다든가, 게으른 후배인데 재능이 뛰어난 식이죠. 저는 시청자도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간가량 자신의 인생을 해당 프로그램에 투여하는 만큼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봅니다. 재미를 제공해 기분을 업 시키든 아니면 프로그램에서 배울 게 있든 좋은 감정이 들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비 오는 풍경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도 좋아해”

나영석 PD. <CJ ENM>

천재형인가요, 아니면 노력형인가요?

“전형적인 노력형입니다.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고 도전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 PD 시험을 봤어요. 운 좋게 붙었고요.”

나 PD에게 예능이란 뭔가요?

“일이죠.” 그는 1박2일 종영 후 tvN으로 옮겼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꽃할배’ ‘삼시세끼’는 망하려 작정한 기획 소리를 들었지만 방송계의 판도를 바꿨고 나영석은 브랜드가 됐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 PD 작품 중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재밌게 봤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일종의 공익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신기하게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사람들이 자극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한쪽의 이념을 바탕으로 지식을 전파한다든가, 확정되지 않은 가설을 주입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팩트와 진실을 다루는 뉴스도, 다큐도 아닌데 말이죠.”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나요?

“편견 없는 세상입니다. 지금은 이념 대립이 극심하고 너무 빡빡해요. 더 느슨해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고 봐요.”

불혹을 넘겼는데, 어떤 것들에 미혹되나요?

“날씨가 좋으면 일 안 하고 놀러가고 싶습니다. 자연과 시골, 비 오는 풍경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도 좋아해요.”

그는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내보내야 할 때가 있더라고 말했다. “늘 좋은 선배, 늘 좋은 리더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인가요?

“30대일 땐 가까운 형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땐 후배들이 어떻게 사는지, 사는 동네가 어디고, 뭘 좋아하는지, 누구랑 연애하는지도 알았어요. 지금은 관찰하기도 어렵고 이래저래 어려운 선배일 거예요. 따뜻하게 다가가기엔 식솔이 너무 많아졌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선배였으면 합니다.”

그는 지장, 덕장, 용장 중에서는 덕장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만일 ‘나영석의 인생사용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거기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됩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죠. 이번 주 나가는 방송이 잘 나갔으면 하는 게 제 꿈입니다. 그게 잘 나가야 다음 기회가 주어지죠.”

그는 정작 만들어 보고 싶은 건 취미로 제작하는 요리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좋은 사람? 저는 동료들의 평판에 신경 쓰는 타입입니다. 멋진 사람보다 그 사람,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던 거 같아 소리 듣는 거로 만족합니다.”

예능 PD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시죠.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편견 없는 귀, 편한 분위기에서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스킬,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통합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 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의외로 사람들은 진짜 자기 속맘을 잘 얘기 안 해요. 스트레스 덜 받는 타입, 일례로 대학 때 한 팀 프로젝트 때 초면인 다른 팀원들과 과제 하면서 스트레스 덜 받은 사람이 이 일과 맞아요. 하나 더 꼽는다면 예능 PD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라 대중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자기 꿈을 펼치려면 영화감독을 해야죠.”

그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그나마 남들보다 강하다고 했다. 일과 일 사이에 10분이라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일과 관계없는 걸 본다. 만화를 볼 때도 있다. 나영석 PD의 올해 연봉은 10억원 수준이다. 연간 40억원을 받은 해도 있다. 8년여 전 리즈 시절에 지상파 강자 KBS를 떠나 당시만 해도 듣보잡이었던 케이블 tvN으로 갈아타는 승부수를 던졌기에 부와 명예를 움켜쥔 셈이다. 그의 덕에 tvN도 지상파를 위협하는 케이블 맹주로 우뚝 섰다. 시청자·제작진·출연자와 상생해 시청률 게임의 승자가 된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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