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승무원의 절규 “7개월 간 월급 ‘0원’…비행 꿈 접고 알바”
이스타항공 승무원의 절규 “7개월 간 월급 ‘0원’…비행 꿈 접고 알바”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8.24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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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출 만기 다 돼 가는데 막막...구조조정 할 거면 진작해서 다른 일 하게 하지”
이스타항공이 최근 남은 인력의 3분의 2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내부에선 직원들의 생활고와 심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뉴시스
최근 이스타항공이 남은 인력의 3분의 2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내부에선 직원들의 생활고와 심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인수합병 무산으로 파산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에선 직원들의 생활고와 심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측이 여태껏 체불된 임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31일까지 퇴직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9월 중 남은 인력의 3분의 2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사모펀드 2곳과 인수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이스타항공 사측은 재매각을 비롯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근로자 대표와 조종사노조 측을 불러 이 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사측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일단은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나을 수 있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회사가 정상화되면 퇴사자들을 차례로 재고용할 것을 약속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재고용을 전제로 정리해고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법적 실효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미 7개월 간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 사측이 남은 인력의 3분의 2를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규모가 과도하다’ ‘여태껏 실낱같은 희망을 보고 버텨왔는데 그것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임금의 60%만 지급받은 데 이어 3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퇴사한 직원이 467명에 달하고, 이후 700여명은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목될 위기다. 결국 기존 직원 1600여명 가운데 400여명만 남는 셈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이스타항공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이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들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직원은 이스타항공에서 근무한 지 8년 되는 승무원으로, 최근 이스타항공 사태 이후 지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서빙 일을 돕고 있다.

그는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에 현 상황 자체가 이해 안 되고 너무 억울하다. 승무원의 꿈을 져버리고 싶진 않지만 생활과 생계가 먼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월급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보니 아파트 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대출 만기가 다 돼 가는 것들이 있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이스타항공에 고용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고용보험을 들게 되면 퇴직금을 못 받을 수 있다. 법이 그렇다보니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일용직이나 택배기사 정도로 많지 않아서 더 힘들었다”며 “회사가 진작 회생에 들어가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면 이렇게 시간 낭비는 안 했을 것이고 정신적 고통도 덜 받았을 거다. 어차피 이렇게 구조조정을 할 거였으면 진작해서 직원들이 다른 일을 할 수나 있게 만들어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스타항공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기내 승무원이다.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이스타항공에 입사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 7개월째 임금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요즘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최근부터 지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서빙 일을 하고 있다. 결혼한 지 이제 2년 됐는데 집안의 가장으로서 어깨가 많이 무겁다. 아내도 힘든 마음일텐데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희망과 위로의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마운 심정이다.”

- 꿈을 갖고 승무원 일을 시작했을 텐데 심정이 어떠한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쌓아왔던 경력은 이 길과는 상관 없는 길이지 않나. 이 상황 자체가 이해 안 되고 너무 억울하더라. 계속 비행하며 승무원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져버리진 않겠지만 생활과 생계가 먼저이다 보니 어쩔 순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마음속에 꿈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 같다.”

- 아르바이트로 버는 월급으로 생활하기에 무리는 없나.

“기존 월급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아파트 대출금 내고 나면 끝이다. 일단 이스타항공에 고용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고용보험을 들게 되면 퇴직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법이 그렇다보니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서빙, 일용직, 택배기사 혹은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으면 얘길 잘해서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 하는 정도다.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많으면 이것저것 다 해볼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더 속상하다.”

- 주위에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직장 동료들이 많겠다.

“주위에 결혼 1~2년차 직원들이 많다. 기혼자들의 경우 집 전세 등 때문에 은행 대출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나. 다들 힘들게 버티고 있다. 그 중에 올 2월에 아이를 낳은 직원이 있는데, 아내는 출산 때문에 일을 쉬고 있고 본인은 월급이 안 나오니 대리운전을 하고 있더라.”

- 지난 20일 저녁 사측으로부터 구조조정 명단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고 하던데.

“안 그래도 그 일로 주위 여러 동료들과 급하게 연락을 했었다. 갑자기 구조조정을 한다고 이렇게 통보를 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갑자기 격화돼 집회도 못하고 직원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마침 이때에 내보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구조조정 당하기 전에 희망퇴직을 먼저 받는다고 하더라. 희망퇴직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소액체당금을 우선순위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던데 그것도 참 웃긴 얘기다. 내 돈을 내가 받겠다는데 본인들이 무슨 권리로 누구에게 먼저 주니 어쩌니 하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말장난을 하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난다. 차라리 진작 회생에 들어가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시간 낭비는 안 했을 거고 정신적 고통도 덜 받았을 거다. 어차피 이렇게 구조조정을 할 거였으면 진작 해서 직원들이 다른 일을 할 수나 있게 만들어주던지. 우리가 보기엔 사측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도 않은 것 같아 보인다.”

- 그 메일에 7개월간 체불된 임금에 대해선 별도 언급이 없었나.

“없었다. 걱정이 태산이다. 다만 지금까지 못 받은 임금에 대해서 그 확인증을 제출하면 국가가 대출을 해주는 제도가 있더라. 직원들 중엔 거기까지 알아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게 부부합산 소득 제한이 있어서 조종사분들은 거의 못 받는다고 봐야 한다. 제한이 있으니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진 않고, 다른 대출도 갱신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대출 만기가 다 된 것들도 곧 몇 개가 있는데 그것도 지금 걱정이다.”

- 국가가 대출해주는 제도는 사측이 안내를 해준 것인가?

“전혀 아니다. 사측이 공문이나 공지를 내려 안내를 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직원들이 답답하니 직접 알아본 것이다. 회사에서 알려준 것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 저번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제반 사항에 대한 공지나 메일을 받은 적도 없고. 늘 회사 얘기도 노조나 기사를 통해 알게 되는 상황이어서 너무 답답했다. 그리고 웃긴 게 이전까지는 월급명세서와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안내메일이 함께 왔었는데, 지난 7월부터는 그런 안내 메일도 보내지 않더라. 이번 달에는 명세서가 안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 이번 달부터 인사팀과 재무팀 직원이 모두 퇴사했기 때문이다.”

- 현 상황에 대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코로나19 사태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서 불거진 문제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국내외 항공업계 자체에 영향이 컸지만, 나름 선방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도 있지 않나. 그에 비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능력은 재무제표에서 보이듯, 코로나19 이전부터 엉망인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가 지금 터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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